평화통일 Vol 2122024.11·12

함께 여는 통일

남북밴드 통일음악회 ‘별이 되어 흐르다’

남과 북 하나 된 공연으로 깊은 감동 선사

추석 연휴 다음 날인 9월 19일 오후 5시, 서울 성동구 소월아트홀 객석은 명절 직후임에도 불구하고 공연을 보기 위해 찾아온 관객들로 가득 찼다. 이날 공연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서울지역회의가 주관한 남북밴드 통일음악회 ‘별이 되어 흐르다’로, 사상과 이념, 국경을 넘어 모든 것을 초월하고 이어주는 음악을 테마로 기획된 공연이었다.

이날 공연을 준비한 남북밴드 ‘리멤버’는 북한 량강도와 함경북도, 평양, 그리고 서울과 경기도, 충청북도, 전라북도, 경상남도 등 한반도 각지에서 모인 예술인들로 구성된 밴드로, 남과 북의 다양한 노래를 선보이며 좋은 평가를 받아왔다. 이번 공연에서도 새롭게 편곡한 다양한 곡을 통해 평화통일에 대한 염원을 담은 메시지를 전달했다. 공연을 즐기기 위해 찾아온 자문위원과 북한이탈주민, 지역 주민 등 300여 명은 음악을 통해 세대와 지역을 넘는 공감의 시간을 가졌다.

너와 나를 ‘우리’로 이어준 음악의 힘
공연은 ‘고향 메들리’와 함께 시작됐다. 고향을 떠올리게 만드는 이 노래는 당장은 갈 수 없는 고향을 그리워하는 탈북민 관객들의 눈시울을 붉게 물들였다. 이어 ‘우리 장단의 민요’, ‘서울에서 평양까지’ 등 평화통일의 염원을 담은 곡들을 통해 평화의 메시지를 전했다.

또 ‘휘파람’, ‘뻐꾸기’, ‘김밥’ 등 다양한 장르의 노래가 리멤버만의 새로운 편곡으로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특히 휘파람은 현대적인 랩 가사를 추가하는 과감한 편곡으로 젊은 관객들과도 공감하고 소통하며 색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리멤버는 남과 북의 노래뿐만 아니라 포카혼타스 애니메이션 OST ‘바람의 빛깔’ 같은 노래를 통해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고 포용하자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공연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이번 음악회에서는 공연 외에도 리멤버 멤버들이 고향과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토크콘서트가 함께 진행됐다. 평양 출신의 이지안 총괄 음악감독을 비롯해, 보컬리스트 현향(량강도 혜산), 민요 가수 박미화(함경북도), 뮤지컬배우 겸 보컬 유민휘(전라북도), 피아니스트 김소정(부산), 기타리스트 채영웅(충청북도), 베이시스트 임한수(서울) 등 남북 각지에서 모인 멤버들은 그동안 함께하면서 음악으로 하나 된 이야기를 솔직하게 들려줬다.

유민휘 보컬은 “통일을 주제로 관객들에게 어떻게 다가갈지 고민하며 이번 무대를 준비했다”면서 “관객분들이 즐기는 모습을 보며 평화통일에 한 걸음 더 다가간 느낌을 받았다. 앞으로도 이런 기회가 더 자주 오길 바란다”고 소감을 전했다.

남과 북, 한반도 각지에서 모인 음악인들로 구성된 남북밴드 ‘리멤버’가 공연을 하고 있다.
환호 멈추지 않은 평화의 무대
관객들을 웃기고 울렸던 통일음악회의 끝이 다가왔다. 하지만 이대로 끝내기에는 너무 아쉬웠던 관객들은 앵콜을 외치기 시작했다. 관객석을 가득 메운 앵콜 요청에 결국 리멤버는 무대에 올라 관객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로 아쉬움을 대신했다. 좀처럼 식지 않는 공연의 깊은 여운에 빠져있던 한 노인 관객은 “통기타로 울려 퍼지는 아리랑에 가슴이 뭉클했다”면서 “공연을 보며 중간중간 눈물을 참지 못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통일음악회를 찾은 관객들은 음악으로 하나 되는 시간을 통해 평화통일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모습이었다.

현향은 “추석 연휴 직후라 관객들이 적을 줄 알았는데, 예상보다 많은 분이 찾아와 뜨거운 호응으로 맞아주셔서 정말 감동적이었다”면서 “하루빨리 우리가 하나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날 통일음악회는 관객들의 끊이지 않는 환호와 공연자들의 진심 어린 연주가 어우러져 모두 함께 평화의 가치를 다시금 되새긴 뜻깊은 시간이었다. 남북의 화합과 평화통일에 대한 염원이 더 많은 이들의 마음속에 퍼져나가길 기대해본다.

+ 미니 인터뷰 +



“탈북민 모두 자신만의 길 찾길 응원합니다”

이지안 총괄 음악감독(남북밴드 리멤버 대표)



- 통일음악회 소감?
북한과 남한은 음악 스타일에서 차이가 커요. 그래서 처음에는 어색함을 느끼고, 시간이 지나야 비로소 익숙해지죠. 저는 남북의 무대를 모두 경험한 사람으로서 두 문화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이번 통일음악회는 남과 북이 서로의 음악적 차이를 이해하고 소통하며 음악으로 하나가 되는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무대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통일과나눔 재단에서 11월에 청년통일축제를 서울에서 개최할 예정입니다. 재단의 요청으로 남북밴드 리멤버도 무대에 서게 됐는데, 현재는 그 무대에서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열심히 연습하고 있습니다.
- 탈북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
처음 남한에 온 탈북민들은 새로운 사회에 나가기를 두려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회에 나가서 내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은 하지만, 막상 부딪히는 것이 쉽지 않죠. 저도 처음에는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어요. 하지만 주변의 도움을 받으면서 조금씩 나아질 수 있었죠. 이번에 음악회를 준비하면서 민주평통의 멘토들이 탈북민과 소통하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주눅 들지 말고, 이런 주변의 지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남한 사회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탈북민들 모두 사회 구성원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두려워하지 않고 차근차근 준비해나가는 것입니다.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전환점이 오는 순간이 있습니다. 저 역시 어느 순간, 남북관계에 기여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됐거든요. 그런 순간을 위해 급하지 않게, 천천히 준비해나갔으면 좋겠습니다. 모두가 자신만의 길을 차근차근 찾아가길 계속 응원하겠습니다.

글·사진 이종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