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Vol 2122024.11·12

탈북민 정착 이야기Ⅱ

탈북민 창업 지원하는
김주찬 ‘카페 더 위로’ 대표

“탈북민 가정 자립 지원으로
아이들의 꿈 키우고파”

‘카페 더 위로’란 이름 때문일까. 따뜻하고 포근한 분위기의 작은 카페가 떠올랐다. 하지만 경기 김포 한강신도시 부지 라베니체(수변상가)에 위치한 이 카페는 푸른 바다를 병풍처럼 두른 몰디브 해변을 떠올리게 한다. 카페 내부 바닥은 물론 테이블 위에도 모래사장과 조개, 파도가 넘실거린다. ‘위로’, ‘힐링’, ‘쉼’ 같은 문패 덕에 시원하고 자유로우며 평화로운 분위기가 전해진다.

카페 주인은 북한이탈주민인 김주찬 대표로 자신과 같은 탈북민의 자립을 돕고 카페 창업을 지원하기 위해 개점했다. 김 대표는 2021년 통일부의 허가를 받아 설립한 비영리사단법인 ‘위로재단’ 이사장도 겸하고 있다. 재단 이름이자 카페 이름인 위로는 영어 ‘위(We)’와 한자 길‘로(路)’를 합쳐 만든 말로, ‘우리길’이라는 뜻이다.

“심리 상담도 안정적 자립 선행돼야”
탈북민들은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는 데 익숙해져 자립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이유로 카페에서 훈련받는 실습생들은 상황과 비전에 따라 카페 창업 과정 체험과 바리스타 실습 교육까지 받을 수 있다. 그동안 실습생 200여 명이 이 과정을 이수했을 정도로 훈련 과정이 체계적이다.

탈북민은 탈북자 정착 지원 시설인 하나원에서 교육받고 그 즉시 사회로 나온다. 하지만 탈북민 대다수가 식량난으로 생계를 책임지고자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는 과정에서 학업이나 직장 생활 경험을 온전히 쌓지 못하기 때문에 이들이 남한 사회에 수월하게 적응할 가능성은 낮다. 특히 북한을 벗어나 중국, 태국, 미얀마, 라오스 같은 제3국에서 장기 체류한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김 대표가 탈북민 자립을 위한 법인을 설립하기로 결심한 이유도 그래서다. 2004년 북한에서 태어난 그는 모친, 여동생과 탈북에 성공해 대한민국에 정착했다. 당시 그의 나이 열여덟 살이었다. 그는 낯선 문화와 치열한 경쟁 사회 구조를 가진 남한에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함을 느꼈다.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식당, 대리운전, 편의점 등 각종 아르바이트를 하는 와중에도 배움의 끈을 놓지 않은 덕에 초·중·고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연세대 신학과에 입학한 뒤 동 대학원에서 심리상담학(상담·코칭학)을 전공했다. 석사 논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자신과 같은 탈북민을 만나면서 ‘좋은 심리 상담도 안정적 자립이 선행돼야 효과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아무리 물적, 심리적 지원을 받는다 해도 자립하지 못하면 탈북민 스스로도 자포자기하는 상황이 벌어지더라고요. 지원해주는 분들도 탈북민에 대한 불신을 키우게 되고요.”

탈북민이 경제 활동을 하는 동시에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자 김 대표는 전에 없던 책임감이 생겼다고 한다. 그 자신도 탈북민이기에 누구보다 탈북민의 어려움과 아픔에 공감하며 현실적인 도움을 주고 싶어 그 마음이 더 간절해졌다.

“탈북민을 대상으로 전자기기 수리 서비스 교육을 진행해 이들의 자립을 도왔어요. 소규모 편의점이나 네일 아트 창업 등에 관한 교육이나 컨설팅도 직접 진행하고요. 초기 창업 자본 확보가 어려운 청년 탈북민을 돕기 위해 ‘달리는 수리점(전자기기 사용자를 찾아가 수리 서비스를 유상으로 제공하는 사업)’ 프로그램을 열었어요. 매장이 필요 없어 별도로 임대료가 들어가지 않고 오직 수리 키트 가방만 있으면 꾸준히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이라 초기 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 게 장점이죠.”

소규모 편의점 창업으로는 ‘스마트 슈퍼’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스마트 슈퍼는 유인 또는 무인으로 운영할 수 있는 소규모 편의점 사업이다. 2021년 10월 ‘싸군마켓’과 탈북민 자립을 돕기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해 탈북민에게 창업 컨설팅 제공 및 가맹비 혜택 등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탈북민 자녀 돌봄 위해 ‘축구교실’ 시작
김 대표는 탈북민 가정 자녀들의 돌봄을 강조했다. “탈북민 가정 대부분이 형편이 넉넉하지 않다 보니 학원은커녕 돌봄조차 받지 못한다”는 것이 그가 꼽는 문제다. 그가 “탈북민이 안정적으로 자립하려면 탈북민 가정 자녀들이 대한민국 사회 일원으로 서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도 그래서다. 지금도 위로재단은 다른 탈북자 사단법인보다 돌봄을 강조하며 탈북·다문화·남한 가정의 아이들이 서로 어울리며 하나가 되기에 열을 올린다. 그 방법을 고민하다 떠올린 아이디어가 축구교실이다.

김 대표가 2018년부터 김포에서 운영하는 ‘통일형 유소년 축구교실’, ‘위로FC’에는 탈북·다문화·남한 가정의 8~12세 아이들이 참여하고 있다. 김 대표는 “축구를 통해 아이들이 서로 하나가 되고 협동심과 자신감을 기르고 동시에 돌봄의 문제도 해결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아이들을 통해 부모들끼리도 자연스럽게 친해지게 됐다.

김 대표는 ‘카페 더 위로’를 프랜차이즈화해 전국 체인점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그는 “탈북민 자립 지원을 통해 탈북민 가정이 안정을 되찾으면 다음 세대로 분류되는 탈북민 가정의 아이들이 통일을 준비할 수 있을 것”이라며 “가정이 핵심이다. 통일과 사회 안정을 위해서라도 탈북민과 그 가정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부탁했다.

글· 김건희 기자사진· 박해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