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Vol 2122024.11·12

민주평통 멘토링 프로그램을 통해 인연을 맺은 박원영 의정부시협의회 자문위원(왼쪽)과 북한이탈주민 박태연 씨.

청년기자가 간다Ⅰ
민주평통 멘토·멘티 성공 스토리

북한이탈주민 박태연 & 자문위원 박원영

검정고시 합격 후 대학 진학 목표 세워
“제 삶이 누군가에게 작은 희망 되길 바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의정부시협의회 박원영 자문위원과 북한이탈주민 박태연 씨는 멘토와 멘티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박 씨의 탈북과 남한 정착 과정, 그리고 두 분의 멘토링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언제 어떻게 탈북하신 건가요?
박태연 제 고향은 평안남도 순천시입니다. 한 살 때 입양돼 양부모님과 함께 생활했는데요. 열세 살 때 귀농해 농촌에서 살다가 생활이 어려워져 꽃제비 생활을 하게 됐습니다. 결국 1년 후 구호소에 들어갔다가 나와서 떠돌이 생활을 하다 양부모님과 두만강을 건너 탈북했다가 붙잡혀 강제 북송됐습니다. 저는 북에서는 희망이 없기에 다시 탈북하기로 결심하고 중국을 향해 강을 건넜고, 그 후 중국에서 신분 없이 25년을 살았습니다. 그러다 한국 TV 프로그램을 통해 알게 된 한 변호사의 도움으로 북한인권시민연합이라는 단체와 연결돼 지난해 5월 30일 베트남과 라오스, 태국을 거쳐 한국행 비행기를 타게 됐습니다. 한국에 오면서 정말 많은 기대와 두려움이 있었어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지만, 그만큼 많은 것을 배우고 경험했죠.

한국에서 와서는 어떤 것을 느꼈나요?
박태연 처음에는 힘든 것보다 좋은 점이 많았죠. 중국에 있을 때 여러 곳에서 일해본 경험 덕분에 한국에서도 뭐든 해낼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한국에 와보니 일보다는 공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편으로는 ‘당장의 생계도 중요하고 일을 빨리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불안한 마음이 자꾸 들었습니다. 그러다 제가 다니는 교회에서 의정부에 위치한 ‘한꿈학교’를 소개받았어요. 그곳에서 수학 공부에 재미를 느끼면서 막연하게나마 공부를 더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목적 분명해야 더 많은 기회 찾아와”
박원영 자문위원은 어떻게 만나게 됐나요?
박태연 올해 4월 20일에 한꿈학교와 민주평통이 ‘따뜻한 이웃사촌 탈북민 멘토링’ 멘토·멘티 결연식과 간담회를 진행했는데요. 이날 제가 지원을 원하는 부분에 맞춰서 박원영 자문위원을 멘토로 소개받게 됐습니다. 그때부터 멘토님과 함께 공부하고, 앞으로의 진로 방향을 잡아가는 과정이 시작된 거예요. 정말 운이 좋았죠. 멘토님의 조언 덕분에 한꿈학교에서 고등학교 인정 검정고시 과정을 시작했는데 8월에 합격했답니다. 정말 기쁘고 뿌듯했어요.

박 자문위원께는 어떤 도움을 받으셨나요?
박태연 막연하던 제 공부에 동기를 불어넣어주셨어요. 검정고시를 준비할 때 주중에는 공부하고 주말에는 아르바이트하면서 생계비를 벌었는데요. 힘들었지만 멘토님 덕분에 제가 원하는 분야에서 일할 기회가 있다는 것을 믿고 고등 검정고시 공부에 전념할 수 있었습니다. 또 대학 진학 방법과 대학 졸업 이후 취업 경로 등에 대해 자세히 조언해주셨어요. 사실 저는 검정고시 합격만 하면 거기에 맞춰 일하면서 살아가려 했거든요. 그런데 대학에 다니면 더 다양한 삶을 배우고, 직업의 기회도 많아진다는 멘토님의 조언을 듣고 생각이 바뀌었어요. 지금은 대학교 경영학과 진학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탈북민에게 가장 필요한 지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박원영 처음에는 탈북민분들께 우리가 뭘 해드려야 하는지 잘 몰랐어요. 탈북민들과 대화를 나눠보니, 대부분 안정적인 직장에 대한 꿈을 가지고 있더라고요. 그 이유는 탈북민 중에 본인이 원하는 직업을 가진 경우가 생각보다 드물기 때문입니다. 식당이나 공장에서 일하며 좋지 못한 대우를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들었습니다. 안타까운 현실이죠.

멘토링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박원영 제 인생에서 기억에 남는 사람들은 항상 ‘목표가 뚜렷한 분들’입니다. 목적 의식이 분명할수록 더 많은 기회가 찾아오죠. 박태연 씨는 그런 목표를 가지고 사는 분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주변에서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생겨나는 것 같습니다. ‘하면 된다’는 도전 의식은 매우 중요한 것 같아요. 저도 멘티와의 만남을 통해 다시금 삶의 방향과 목표를 되새기게 됐습니다.

박태연 씨의 앞으로의 꿈은 무엇인가요?
박태연 검정고시 합격 후 일자리를 구했는데 공부를 계속 병행하려고 합니다. 대학교에 진학해 사무직 일을 구하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이렇게 하나씩 꿈을 이루어가고 싶어요. 또 제 이야기를 책으로 내고 싶다는 꿈도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제 경험과 생각을 담아내고 싶기 때문이죠. 이를 통해서 언젠가는 많은 사람에게 제 이야기를 전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제 삶의 여정이 누군가에게 작은 희망이 될 수 있다면 정말 좋겠어요.

글· 이의주 제21기 청년자문위원 기자(경기 구리시협의회)
사진· 의정부시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