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현장Ⅰ
김제지평선축제와 함께하는 ‘제1회 먼저 온 통일 가요제’
최초 탈북민 가요제 16개 팀 열띤 경쟁 펼쳐
‘제1회 먼저 온 통일 가요제’에 참가한 가수들과 민주평통 김제시협의회 관계자들이 시상식을 마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제1회 먼저 온 통일 가요제’가 10월 4일 오후 6시, 전북 김제 벽골제 쌍용광장에서 열렸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전북 김제시협의회(회장 김원기)가 주최한 ‘제15회 지평선 평화통일 페스티벌’의 일환으로 마련한 특별 행사다. 협의회는 매년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농경문화축제인 ‘김제지평선축제’와 연계해 행사 기간 중 하루를 평화통일 관련 행사로 꾸며왔다.
김제 벽골제 쌍용광장 일대에서 진행된 지평선 평화통일 페스티벌에서 지역 농산물을 활용해 제작한 대형 태극기.
가요제 시작을 알리자 사람들이 특설무대 근처로 모여들었다. 인근 주민과 평화통일 페스티벌을 찾은 시민들, 관광객 등 3000여 명의 관객들이 무대 앞 공간을 넘어 주변 잔디밭까지 가득 채워 인산인해를 이뤘다.
청중들 열띤 응원 속 깊은 감동 선사
개회사를 하기 위해 무대에 오른 김원기 회장은 “이번 가요제는 북한이탈주민(탈북민)들에게 공정하고 평등한 기회를 제공해 그들이 우리 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으로서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마련된 행사”라며 “김제지평선축제라는 큰 무대에서 탈북민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것이 매우 뜻깊다. 통일을 향한 작은 발걸음이 여기서부터 시작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병현 김제시협의회 간사는 “전국 최초로 탈북민을 위한 가요제를 기획해 뿌듯하다”면서 “가요제가 탈북민에게 공정한 기회와 희망을 주는 계기가 돼 지역사회에서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고 자유롭게 미래를 그려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가요제는 평양예술단의 식전공연으로 막을 열었다. 이어 전국 각 지역회의에서 추천을 받아 참가한 탈북민 16개 팀이 관객들의 열띤 응원 속에 차례대로 무대에 올라 준비한 노래를 선보였다. 각자의 사연이 담긴 노래는 많은 관객의 심금을 울리고 깊은 감동을 선사했다.
탈북민 참가자의 무대가 모두 끝난 후 심사위원들의 심사 결과 ‘비 내리는 금강산’을 부른 홍향희 씨가 대상을 차지해 민주평통 사무처장상과 함께 200만 원의 상금을 받았다. 노래교실을 운영하며 가수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홍 씨는 “곧 신곡을 발표할 예정”이라며 “이번 수상을 계기로 앞으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번 가요제에서는 뛰어난 실력을 보여준 탈북민들이 많았다. 치열한 경쟁 결과 ‘배 띄워라’를 부른 김수연 씨가 최우수상을, ‘꽃밭에서’를 부른 김은주 씨가 우수상을, ‘거위의 꿈’을 부른 김민경 씨가 인기상을 각각 차지했다.
가요제의 마지막 순서로는 지평선 파이널 멀티미디어 쇼가 펼쳐졌다. 불꽃놀이와 레이저쇼, 멀티미디어 쇼가 함께 어우러져 장관을 이뤘고, 화려한 연출에 관객들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가요제는 탈북민들이 꿈과 희망을 노래하며, 남북한 주민 모두 함께 평화통일을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잊고 있던 평화통일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
한편 이날 가요제에 앞서 김제 벽골제 쌍용광장 일대에서는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대형 태극기 제작 퍼포먼스 등 다양한 지평선 평화통일 페스티벌 행사가 펼쳐졌다. 김원기 회장은 페스티벌 개회사를 통해 “이번 행사가 평화통일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국민의 역량과 의지를 하나로 모으는 뜻깊은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국민 평화통일 공감대 확산을 목표로 준비된 대형 태극기 제작 퍼포먼스에는 500여 명의 김제 시민과 관람객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쌀 절편과 강정, 파프리카 등 김제의 농·특산물을 활용해 대형 태극기를 제작하며, 태극기의 상징성과 평화통일의 가치를 되새기는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
+ 미니 인터뷰 +
‘비 내리는 금강산’을 불러 대상을 차지한 홍향희 씨(왼쪽)와 정성주 김제시장.
“고향 그리움 담아 진심으로 노래 불렀어요”
‘제1회 먼저 온 통일 가요제’ 대상 홍향희
- 이번 가요제에 참가하게 된 계기는?
‘먼저 온 통일 가요제’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꼭 한번 나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동안 전국 여러 가요제에 참가해봤지만, 북한 출신 분들을 위한 가요제는 처음이거든요.
- 오늘 부른 노래 ‘비 내리는 금강산’에 특별한 사연이 있나요?
이 무대를 준비하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이 이 노래였어요. 고향에 두고 온 가족들이 많이 생각났습니다. 밥 한 끼를 먹을 때도 가족들이 떠오르곤 하는데요. 이 노래에 그 마음을 담아 더 진심으로, 더 깊이 있게 부르려고 노력했습니다.
- 대상 수상 소감 한 말씀?
실력 있는 분들이 워낙 많아서 기대 없이 참가했는데, 이렇게 큰 상을 받게 돼 정말 감사할 따름입니다. 가요제가 끝나고 하늘을 수놓은 폭죽을 보니 자연스럽게 고향과 가족들이 떠올랐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많은 탈북민들이 북한을 떠나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있지만, 고향을 떠나 마음 둘 곳이 없는데요. 이렇게 따뜻하게 맞아주시고 배려해주시고 함께해주셔서 항상 고맙고 감사한 마음을 느낍니다. 그 마음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앞으로 더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글·사진 이 종 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