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IT 생활 변화와 배달앱,
전자상거래의 현실과 미래
스마트폰이 만든 북한의 새로운 장바구니가 여는 생활 혁신의 가능성
남한은 2010년대 중반부터 스마트폰 사용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모바일 주문이 일상화가 되었다. 특히 2020년 이후 바쁜 현대인들의 간편식 선호와 더불어 비대면 주문·배달 수요가 증가하면서 ‘배달의 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등 다양한 플랫폼 간 경쟁이 격화되어 서비스 혁신이 촉진되었다. 그런데 북한에서도 2013년 전후 스마트폰이 확산하면서 온라인 쇼핑과 더불어 배달앱이 등장하였다. 관련 기반 시설을 보면 여전히 맹아의 단계지만 IT 기술 발전과 관련하여 소프트웨어 기술이 개선되는 상황을 고려하면 이는 향후 북한 주민 삶에 혁신을 가져올 수 있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최초의 온라인 쇼핑몰 “옥류”를 시작으로 북한 IT 생활 문화 변화상을 살펴보기로 한다.

배달 서비스가 시장 판도를 뒤흔든다고?
북한은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이후 장마당의 성장을 기반으로 현재는 각종 매대, 상점, 백화점, 마트, 종합봉사소 등 상업망이 다양해지고 있다. 주목할 점은 각종 식당의 증가 및 이에 따른 외식 산업의 성장으로 배달 서비스에 대한 경쟁이 격화되고 있으며, 이것이야말로 북한의 젊은 세대들이 장마당보다는 상점 쇼핑을 더 선호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먼 친구 집에 놀러 가서도 맛집에 대한 정보가 전화번호에 입력되어 있으면 원하는 메뉴를 골라 주문하고 집 앞까지 배달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최근에는 메뉴도 순대에서 김밥, 자장면, 심지어 샌드위치에 이르기까지 한식, 중식, 서양식 등 다양하며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북한 주민들은 배달 서비스의 편리함에 더욱더 익숙해지고 있다. 이제 배달 서비스는 식량을 비롯한 각종 공산품으로 확대되었다.
따라서 배달 서비스가 상점 매출에 중요한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북한 사람도 시간이 돈이라는 개념이 생겨난 것이다. 특히 2014년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 실시 이후 식당과 기업소가 일정 정도 자율적인 수익 활동이 가능해지면서 식당 간 경쟁이 심화하고 배달 서비스 도입으로 고객 유치에 나섰다. 인건비도 저렴한 까닭에 배달료는 거의 무료에 가깝다.
북한판 ‘배달의 민족’이 평양에 있다고?
이와 더불어 최근 북한에서는 2010년대 중반 이후 스마트폰의 보급과 더불어 ‘광명망’(국가 인트라넷)을 기반으로 앱 서비스가 가능하게 되면서 모바일 주민·배달 시스템 도입의 토대를 마련하게 되었다. 북한 내부 소식 관련 기사를 보도하는 인터넷 매체 DAILY NK가 최근 입수한 2023년 출시 북한 전자상거래 및 음식 배달 지원 스마트폰 앱 ‘나의 길동무 6.0’에 따르면, 등록된 앱 수도 1,000개를 넘어섰으며 개발 참여 기업도 100개를 초과했다.
그중에서도 2015년 4월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처음 소개된 ‘옥류1’은 평양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대표적인 배달 앱이다. 인민봉사총국에서 운영하는 서비스로 주요 기능은 해당화관이나 해맞이식당 등 유명 식당 음식 주문과 예약이며 호텔, 외화 식당, 국영 식당 등 다양한 메뉴를 제공하고 있다. 그 외에도 북한에서 질 좋은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들과 제휴하여 다양한 온라인 주민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한편, 옥류 개발 이후에 북한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전자상거래들이 생겨났는데, 그중에서도 북한판 아마존이라고 할 수 있는 ‘만물상’이 등장하였다. 인터넷 상점을 한곳에 모아놓은 전자상거래 포털사이트와 같이 이곳에는 400여 개 기업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450종, 6만 5천여 상품이 등록되어 있다.

한계에 갇힌 북한 전자상거래, 인프라 확보가 판가름한다.
실제 북한에서 스마트폰은 빠르게 보급되고 있으나 정작 주민은 외부 인터넷을 접촉한 적이 거의 없고 인트라넷조차 접근이 제한되어 있다. 2017년 UNICEF 조사에 의하면, 가구당 인트라넷 접근율은 1.4%이며 평양도 5.2%에 불과했다. 이는 온라인 쇼핑 및 배달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구매자가 제일 첫 번째 단계로 스마트폰에 앱을 설치해야 하는데 인트라넷조차 접근이 어렵다면, 북한 주민의 가상공간에 대한 접근이 극히 한정되어 있을 수밖에 없다.
물론 당국은 스마트폰의 등장과 함께 ‘정보기술교류소’라는 물리적 공간을 설치하여 이곳에서 앱을 구매 및 설치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러나 이는 인민의 정보 욕구와 당국의 정보 통제 사이 절충된 북한 특수의 정보 유통 장치로 언젠가는 사라져야 할 존재이다. 다만 북한 문헌을 보면 당국은 전자상거래 자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지식경제 강국 건설에 이바지할 중요한 요소로 삼고 있으며 실제 관련 IT 인재 육성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므로 주민 삶에 전자상거래가 혁신을 가져오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사항이 우선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첫째, 네트워크 기반 시설 구축 및 확산이다. 안정적이며 빠른 데이터 통신망을 위해서는 고속 인터넷 또는 광명망의 고도화도 함께 요구된다. 둘째, IT 하드웨어의 보급이다. 일반 주민도 쉽게 접속하기 위해서는 스마트폰, 컴퓨터, 태블릿 등 보급 확대가 필요하다. 셋째, 무엇보다 결제 시스템의 구축이다. 선불카드, 모바일 간편결제, 신용 결제 시스템 등 전자결제 인프라 확대가 필요하며 거래 안전성 및 개인 정보 보호 필수를 위해서는 보안 강화된 결제망 구축도 수반되어야 한다. 넷째, 이와 더불어 물류 및 배송 시스템의 구축이다. 오토바이, 자전거, 자동차 등 교통 인프라 개선 및 배달 수단의 다양화이다. 다섯째, 법제도 및 관리 체계이다. 즉, 거래 보호 및 소비자 권리 보장, 개인 정보 보호 등을 위한 전자상거래 관련 법률 규정 마련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이와 관련된 교육 인재 양성도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