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역사의 길을 걸으며 핀 젊디젊은 희망,
민주평통 제주지역회의 제주청년위원회
기억하고 실천하는 평화의 메신저로 훨훨,
‘제주청년이 전하는 평화통일 메시지’ 개최
광복 80주년이 되는 올해, 그 참뜻을 몸과 마음 깊이 아로새기는 행사가 열렸다. 민주평통 제주지역회의(부의장 고충홍) 제주청년위원회(청년위원장 김지은)가 주관하는 ‘제주청년이 전하는 평화통일 메시지’다. 이틀에 걸친 그 발걸음은 피상적으로 평화를 습득하는 것이 아닌, 청년 스스로 평화의 메신저로 발돋움할 기회가 숨겨져 있었다.

상처를 직면한 치유의 시작, 알뜨르 비행장 일대
지난 2005년 ‘세계평화의 섬’으로 지정된 제주. 무더위와 더불어 휴가철을 맞이한 지난 8월 9일, 남다른 열기를 품은 청년 30여 명이 제주 곳곳에서 삼삼오오 모였다. 민주평통 제주지역회의 청년위원회의 화해와 상생을 기원하고 나누는 행사에 한마음으로 참여한 이들이었다.
청년들이 가장 처음 향한 곳은 알뜨르 비행장 일대였다. 알뜨르 비행장은 제주도민이 강제 동원되어 지어진 군사시설로, 일제강점기의 잔인성과 수탈의 상흔이 남아 있는 곳이다. 1937년 중일전쟁의 전초 기지로서 무수한 전투기가 하늘로 쏘아졌던 현장은 어떨까? 이곳은 격납고와 지하 벙커, 진지동굴 등을 거니는 다크 투어의 명소로 익히 알려져 있다.
이번 행사엔 강태권 대정역사문화연구회 사무국장의 동행으로, 역사의 폐부로 한 발짝 더 들어갈 수 있었다. 방문자의 걸음이 다소 드문 셋알오름으로 향했다. 잔뜩 찌푸린 날씨에도 수묵화 같은 절경에 감복한 것도 잠시, 잊어선 안될 과거와 마주해야 했다. 이곳은 해방 직후 제주4·3사건 당시 토벌대에 의해 민간인이 학살당한 터로, 여전히 발굴되지 못한 유해가 남아 있다. 상처의 아픔이 중첩된 이곳에서 고개 숙여 희생자를 추모했다. 더불어 숨 쉬고 있는 우리의 현재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미래의 징검다리인 청년의 가슴을 덥혔다.


폭싹 속았수다! 서로와 세상을 향한 응원
알뜨르 비행장에서의 여운이 식기 전, 이호MH컨벤션으로 자리를 옮겨 착석했다. 청년과 평화가 만난 자리인 만큼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개회식이 시행됐다. 강덕부 제주평화통일포럼 연구위원장과 고철원 국민소통위원장,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현지홍 의원 등 격려의 마음을 담은 각계 인사들도 함께 했다.
개회사로 포문을 연 김지은 제주청년위원장은 이번 행사가 지난 2년간 활동의 종지부가 된다는 개인적인 소회를 밝힌 후 “앞으로도 오늘처럼 평화와 통일이라는 가치 아래 함께 걸어가는 길 위에 늘 연대와 공감이 함께하길 진심으로 바란다”며 인사를 전했다. 고충홍 부의장은 드라마 제목명으로 익숙한 “폭싹 속았수다(수고 많았습니다)”란 제주어 인사로 유쾌하게 분위기를 끌었다. “통일은 청년 여러분의 마음에 희망과 비전이 있어야 가능하다”라며 자부심을 강조하는 동시에 “알뜨르 비행장 앞 환태평양 평화공원은 우리나라의 통일은 물론 환태평양 지역의 평화를 염원하는 의미로 조성되었다”며 제주의 입지적 중요성을 되새겼다.
분위기는 갓대금 연주가의 구성진 대금 소리로 무르익어가고, 지대영 청년평화민주인권교육가가 그 바통을 이어받았다. 인권에 대해 청년과 주고받는 캐주얼한 강연이었다. “알뜨르 비행장을 통해 일어난 시대적 인권 침해는 나보다 남이 더 우월하다는 이념 아래 일어난 물리적, 심리적 폭력이었다”라며, 저마다 다른 특성을 가진 사람으로 서로 존중해야 한다는 것을 시사점으로 던졌다.
1박2일의 일정은 참여한 청년의 목소리를 높이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서로 평화의 문구를 작성하고 소감을 공유하는 시간이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이들의 뒷모습엔 밝은 책임감의 무게가 안착한 듯했다. ‘한라에서 백두까지’ 스스로 느낀 만큼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은 평화 보따리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