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09+10 Vol.217

평화통일로 나아가기 위해 지역민과 함께 만드는 디딤돌
강원 정선군 협의회

광복의 정신을 잇는 정선군협의회의 통일 기원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라는 건 언제나 해결해야 할 숙제가 존재한다는 의미다. 통일이라는 숙제. 그것도 무력이 아닌 평화에 기반한 통일이다. 정전 후 시간이 흐를수록 이 숙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법은 어려워지는 상황이다. 지름길은 없다. 모든 구성원이 평화통일의 당위성을 인지하고 노력을 기울인다는 정공법만이 있을 뿐이다. 정선군협의회의 역할은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한다. 정선의 주민이 통일을 이야기하고 관심을 가지도록 이끌어가는 일. 바로 그 하나의 점에 모든 역량을 모으는 중이다.

지난 8월 15일, 강원 정선군협의회는 평화통일기원 한마음 대장정을 개최했다.

강원 정선군협의회 현황

9개 면 700명의 주민이 펼친 단합의 장

광복 80주년을 맞은 날, 이른 아침부터 긴 줄이 늘어섰다. 정선아리랑센터로 관광버스가 연이어 사람을 쏟아냈고 한참 동안 입장 절차가 이어졌다. 올해로 15회를 맞이한 ‘평화통일기원 한마음 대장정’은 그렇게 시작을 알렸다.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이 볼 때는 전국 곳곳에서 관광버스를 타고 사람이 모인 게 아닐까 오해할 만도 했다. 실은 정선군의 9개 면에서 주민들이 기꺼이 이 행사에 참여한 것이었다. 그 광경이 자못 놀라웠다. 광복절 아침, 이토록 많은 700명의 정선군민이 기꺼이 이 자리에 함께해 준다는 게 믿기지 않을 따름이었다. 612석의 센터 공연장은 말 그대로 단 한 자리도 비지 않고 다 채워져 있었다. 자리를 찾지 못한 이는 공연장 곳곳에 서서 처음부터 끝까지 이 행사를 함께했다.

최승준 정선군수는 이날 1부로 열린 광복절 경축식에서 “불안정한 (세계) 정세 속에서 평화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라며 “지금이야말로 국민 모두가 통일에 대한 희망과 의지를 함께 다져야 할 때”라고 이 행사의 취지를 강조했다. ‘평화통일기원 한마음 대장정’에 자리를 함께한 참석자 모두는 평화통일 염원 결의문을 낭독하고 만세삼창을 하는 등 광복절의 의미를 되새기는 한편 평화통일로 나아가자는 마음을 더욱 단단하게 다지기도 했다.

광복 80주년을 맞아 준비한 캘리그라피 퍼포먼스
정선군협의회는 이른 아침부터 참가자의 접수 확인과 손목띠를 배부했다. 이날 참가자들에게 통일 미션지와 함께 정선군협의회가 준비한 부채를 선물했다.

광복절에 되새기는 통일의 염원

‘평화통일기원 한마음 대장정’은 이제 정선군을 대표하는 광복절 행사로 자리매김했다. 처음 시작은 정선군에 광복절을 기념하는 자리가 없다는 문제의식이었다. 이에 한발 더 나아가 분단이 되어버린 한반도의 평화통일까지 기원하는 행사를 만들어보자는 제안이 나왔다. 지자체와 의견이 일치한 정선군협의회는 그렇게 첫 번째 한마음 대장정을 시작했다.

이름을 ‘대장정’이라고 지은 건 처음부터 군민이 함께 모여 길을 걷는 트레킹 대회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군민의 평균 연령대가 고령화되고 이상기온으로 인한 폭염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지난해부터 실내로 자리를 옮긴 이유였다. 대신 평화통일 기원이라는 주제 의식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도록 기획과 구성에 많은 노력을 쏟아부었다. 지난해에는 광복절 경축식에 이어서 평양예술단 위주로 공연프로그램을 채웠다. 이를 통해 어렵게만 느끼는 ‘통일’과 그 당위성을 직관적으로 느끼게끔 했다.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낯설게만 느껴졌던 ‘한마음 대장정’이 이제는 정선군을 대표하는 광복절 행사로 자리 잡았다. 15회를 이어오며 쌓인 시간은 협의회의 존재감을 분명히 드러내 주었고, 이제는 군민 누구나 이 행사의 의미와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모습이었다.

홍천식 협의회장은 이번 행사를 통해 광복절의 의미를 되새기고 통일 공감대를 확산하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이번 평화통일기원 한마음 대장정에서 정선군협의회와 정선군민은 한자리에 모여 통일 의지를 다졌다.

모든 연령대에 만들어가는 통일 공감대

정선군협의회가 주요한 운영 기조로 삼고 있는 건 통일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다. 정선군의 모든 연령대가 통일을 향한 염원을 잃지 않게끔 여러 사업으로 뒷받침하는 중이다. 그중 ‘청소년 통일 마중물 연수’는 미래를 위한 포석이라고 할 수 있다. 정선 내 학교 임원진 중에서 희망 학생들이 참여하는 이 프로그램은 ‘통일지킴이’라 부르는 봉사활동을 하고 한 달에 한 번씩 초빙 강사의 강의도 듣는다. 이 과정에서 평소 알지 못했던 통일 이후 한반도에 생길 변화를 예측하고, 나아가 그들의 삶이 어떻게 변화할지도 배우는 기회가 됐다.

정선군협의회의 또 다른 주요 사업은 ‘유관기관 및 단체 리더십 통일교육’이다. 이 행사는 사회복지협의회, 정보센터, 의용소방대, 방범대, 새마을협의회 등 지역 내 기관 및 단체장이 한자리에 모이는 흔치 않은 기회이기도 하다. 1박 2일간 참가자는 각 시기별 대북정책을 파악하고 모둠별 활동을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청년층, 여성층이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이 좋을지 논의하게 된다. 이 자리에서 정선군협의회도 생각하지 못했던 활동 방향이나 역할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기도 한다.

정선군협의회는 청소년들의 올바른 통일관을 위한 통일퀴즈 원정대도 매년 개최하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기 위한 타 지역 교류사업

아무리 훌륭한 기관이어도 늘 같은 자리만 맴돌아서는 앞으로 조금 더 나아가기가 쉽지 않다. 정선군협의회는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더 나은 한 걸음을 위해 시작한 것이 ‘타 시도 협의회 교류 협력’이다. 두 개 지역 이상의 협의회가 만나 교류 활동을 진행한 건 정선군협의회가 처음이었다. 협의회 간의 교류 활동은 전남 신안군에서 진행했다. 정선군협의회가 찾아가 각자 진행하고 있는 사업을 소개하고 이에 대해 논의하는 방식이었다. 성과는 생각보다 컸다. 교류 현장은 서로 다른 지역의 색깔과 경험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자리였다. 각 협의회마다 여건과 방식이 달라 차이가 드러나기도 했지만, 그 속에서 배울 점도 적지 않았다. 특히 정선군협의회는 다른 지역의 단합된 운영 방식을 지켜보며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한 듯했다. 단순한 만남을 넘어 함께 성장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차분하면서도 활기 있게 이어졌다.

매년 평화통일 시민교실을 통해 북한이탈주민, 지역주민과 함께 통일담론에 대한 의견을 함께 나누고 있다.
미니 인터뷰

홍천식 민주평통 강원 정선군협의회장

“강원도는 한반도에서 유일하게 남과 북으로 나뉘어져 있는 지역이에요. 당연히 통일에 대한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죠. 우리 지역에서 뭘 할 수 있을지 늘 고민하고, 이걸 5대 중점사업으로 풀어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청소년 통일 안보의식 고취를 위한 연수나 ‘평화통일기원 한마음 대장정’이 모두 이런 중점사업입니다. 이번에 처음으로 타 지역 교류협력 사업을 진행했습니다. 이건 아마도 향후 각 시도 협의회가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로써 평화통일이 하루 더 빨리 다가오는 디딤돌이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