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산갈마해안관광특별구 개장의 의미와 전망1)
북한 관광산업의 새로운 실험, 원산갈마해안관광특별구의 전략적 의미
2025년 7월 북한은 동해안의 전략적 관광 거점인 원산갈마해안관광특별구를 공식 개장하면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침체되었던 관광산업의 회복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7월 개장한 원산갈마해안관광특별구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대표적인 관광지 개발 사업 중 하나로 북한 관광산업 구조 변화의 신호탄으로 인식되고 있다. 해당 특별구는 2017년 6월 착공 이후 공정 지연과 코로나19 팬데믹의 여파로 완공 시점이 수 차례 연기되었으며, 결국 2025년 7월에 이르러서야 개장하였다. 호텔, 해수욕장, 수영장, 공연장, 상업시설 등 복합 기반 시설이 집약된 형태로 건설되어 그간 북한 관광산업에서 활성화되지 않았던 체류형 관광 모델을 본격적으로 시도하는 사례로 평가된다. 향후 특별구 운영 성과에 따라 관광산업 전반의 개방 범위와 방식이 단계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최근 북한의 관광정책 추진 기조
북한은 2020년대 들어 관광산업을 인민의 문화생활 향유와 지방 발전의 수단으로 재정의하고, 산업 기반 정비와 내부 수요 대응 중심으로 정책 기조를 조정하였다. 제8차 당대회에서는 관광 대상 정비, 안내 체계 개선, 금강산관광지구의 자체 개발이 주요 과제로 제시되었고, 2024년 지방발전 20×10 정책에서는 각 지방의 입지 조건에 맞춘 관광 및 자원 개발이 강조되었다. 또한 문화·여가 기능을 포함한 복합형 문화중심 건설이 공식화되며, 관광이 체제 선전과 주민 복지를 아우르는 다기능적 역할로 정립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초기 평양 도심을 중심으로 건설된 여가 시설이 2020년대에 들어서는 지방 대도시까지 확산되는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지방의 도 소재지를 중심으로 항공구락부, 승마구락부, 물놀이장, 청년야외극장, 휴양소 등이 건설되고 있는데, 이는 ‘인민 생활 향상’이라는 정책 기조와 맞물려 문화·체육·관광이 결합한 생활 기반 시설이 점진적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에 국내 관광은 기존의 단순한 참관형·사상 교양형 단체 관광에서 벗어나, 여가 향유와 문화 소비 수요를 일정 정도 반영하는 복합적·생활 밀착형 관광으로 전환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관광산업의 제도화를 위해 북한은 2023년 「관광법」을 제정하고, 2025년에는 「원산갈마해안관광특별구법」을 제정하였다. 「관광법」은 기존의 하위 규정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관광산업 전반을 포괄하는 기본법적 성격을 지닌 것으로 평가되며, 관광객 편의와 생태 환경 보호 등의 조항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원산갈마해안관광특별구법」은 「금강산국제관광특구법」 및 「경제개발구 관광규정」 등을 준용하여 제정된 것으로 추정된다.

구분 | 건설 지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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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구락부 | 자강도(’22.8), 평안남도(’22.12), 평안북도(’22.12), 강원도(’23.12), 남포특별시(’23.10), 황해북도(’23.10), 황해남도(’25.1) |
승마구락부 | 함경북도 청진시(유원지 승마주로, ’22.10), 평안북도(’23.12), 자강도(’24.6), 남포특별시(’24.10), 평안남도(’24.12) |
야외빙상장 | 평안북도 향산군(’20.12) |
청년야외극장 | 평안북도(’20.12), 평안남도(’20.10), 황해북도(’20.11), 황해남도(’20.12), 남포특별시(’22.5), 함경북도(’22.11), 자강도(’23.8), 함경남도(’23.12), 나선특별시(’24.11) |
공원·유원지 | 안주칠성공원 개건(’20.12), 함흥민속공원(’21.1), 남포룡강민속공원(’22.12), 남포와우도유원지 개건(’23.8), 나선해안공원(’24.7) |
문화유적 정비 |
보현사(평북 향산군), 룡문동굴(평북 구장군), 룡흥사(함남 영광군), 통군정(평북 의주군), 제월루(함남 함흥시), 영파루(자강 희천시), 정방산성(황북 사리원시) 등 |
원산갈마해안관광특별구 개장의 의미
북한은 지난 7월 1일 강원도 원산시 소재 원산갈마해안관광특별구를 공식 개장하고 내국인 국내 관광을 중심으로 제한적인 인바운드 관광(외국인 관광)을 개시하였다. 해당 특별구는 2016년 착공이 이뤄진 이후 여러 차례 완공이 지연되었다가 금년 7월 1일부터 운영을 시작하였다. 원산갈마해안관광특별구는 최대 2만 명의 관광객을 수용할 수 있다고 알려졌으며, 4㎞ 길이의 갈마반도를 동-서로 나누어 2개의 구역(명사십리휴양구역 1, 2)으로 개발하였다. 6월 말에 발간된 북측 안내도에 따르면 호텔(6개)과 여관(37개), 식음료점(35개), 상점(29개), 체육·문화시설(12개), 기타 서비스 시설(12개)과 별장식숙소·수상숙소·민박숙소·천막숙소 구획 등이 확인된다. 호텔의 경우에는 기존 17~18개의 건물이 건설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안내도 상에는 6개소만 확인되고 있어 나머지 건물은 내부 공사가 완료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북한은 내·외국인 구역을 별도로 설정한 것으로 보이진 않으나 서쪽에 위치한 2구역이 원산 시내에 가까우며, 여관이 많고 민박·천막숙소 구획이 조성되어 있어 국내 관광에 중점적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동쪽의 1구역은 동해 바다에 가깝고 시가지에서 떨어져 있기 때문에 일반 주민과의 접촉을 차단하기 용이하고, 2구역에 비해 식당이나 상업시설이 많고 보험 및 금융 관련 시설이 위치했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북한은 원산갈마해안관광특별구를 주민에 개방하여 초기 시설 운용의 안정성을 점검하고, 건설 성과에 대한 대내외 과시와 주민 결속 강화 등을 도모하려는 모습이다. 북한의 주민 관광 허용은 장기간에 걸친 대규모 건설 사업의 성과를 과시하고, 포상 관광 등을 통해 내부 결속을 강화하려는 의도에서 진행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해당 특별구가 최대 2만 명(연간 최대 730만 명, 계절성을 고려하면 480만 명)의 관광객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조성된 만큼, 유지·관리 비용 확보를 위해서라도 일정 수준 이상의 국내 관광 활용이 불가피한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인바운드 관광 본격화 전, 내국인을 대상으로 시설·서비스 운용 전반을 점검, 보완하려는 목적도 있다고 보여진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국내 관광의 경우 1박 2일에 100달러(약 14만 원) 수준으로 가격이 책정되었는데, 김정은의 지시로 4박 5일 패키지 상품을 100달러에 판매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북한은 7월 7일부터 원산갈마해안관광특별구를 러시아 관광객에 우선 개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소재 보스토크 인투르(Vostok Intur)는 7박 8일 일정의 상품을 약 1,850달러(약 251만 원)에 판매한 것으로 알려진다. 해당 상품(7.7~7.14, 8.4~8.11. 8.18~8.25)은 평양-원산갈마-마식령스키장-평양 코스로 원산 갈마해안관광특별구에서 4박 5일간 체류하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 다만 러시아 관광객만으로 원산갈마해안관광특별구를 운영하는 데에는 한계가 존재한다. 최근 블라디보스토크-평양 간 항공기 운행 규모로 산정하면 일일 최대 170명(연간 최대 6만 명)의 관광객이 유입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러시아 관광객을 중심으로 시범 관광을 진행하고 성과에 따라 개방 범위 및 대상 국가를 점진적으로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계절성이 강한 해안관광지의 특성상 연중 전면 개방이 어려울 경우, 금년에는 시범 운영을 넘어서는 실질적인 성과 도출에는 한계가 따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북한은 7월 19일 국가관광총국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외국인 관광객은 잠정적으로 받지 않는다”고 밝혔는데, 이는 기대만큼의 관광 수요가 충족되지 않았거나 러시아 관광객의 부정적인 반응 표출에 대한 부담감, 운영상 미비점 등의 이유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향후 외국인 관광객 개방 재개 및 단계적 확대 여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북한 관광산업의 성공 조건
북한 관광산업은 인바운드 관광(외국인 관광) 및 국내 관광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공간적 실험이 진행 중이나 실제 성과 창출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다양한 내외부 변수와 구조적 한계를 극복해야 할 것으로 평가된다. 원산갈마해안관광특별구는 기존 참관형·단체 중심의 관광에서 탈피하여 휴양 및 체류형·개별 관광 중심의 인바운드 관광 모델을 시험·구축하는 전략적 공간으로 기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의 단체 관광과 달리 특별구 중심 체류형 관광은 관광객의 선택권을 확대하고 자율적 경험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동 특별구가 숙박·상업·문화 기능이 복합적으로 설계된 점은 기존의 짧은 참관형 관광의 한계를 보완하고, 외국인 관광객의 체재(滯在) 시간과 체류 만족도를 높이는 실험적 공간으로 기능할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향후 외국인 관광 재개 시, 제한된 단체 관광 외에 개별 또는 소규모 수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한다면 북한 관광 상품의 유통방식 다변화를 이끌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인바운드 관광의 점진적 확대를 도모하고 있으나, 외교·정치적 불확실성과 관광 운영 전반의 여건 미비로 실질적 성과 창출에는 제약이 따를 전망이다. 향후 북한의 외국인 관광객 유치 성과는 대북제재의 지속 여부와 북중 관계의 안정성, 관광 개방에 대한 체제 내부의 정치적 판단 등 외교·정치적 변수에 크게 좌우될 전망이다. 라선시 관광의 중단 사례와 원산갈마해안관광특별구의 외국인 관광 잠정 중단 사례에서 보듯, 외부 정보 유입과 체제 이미지 노출에 대한 우려는 개방 확대의 반복적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관광객 유치와 운영에 필요한 서비스 기반의 불안정성, 개방 범위에 대한 체제 내부의 보수적 판단은 관광의 상업적 성과 창출에 제약으로 작용할 수 있다. 관광 시설의 품질, 운영 인력, 수용 인프라 등이 일정 수준에 미달할 경우, 초기 외국인 대상 관광은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시범적·선전적 성격에 머무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국내 관광 활성화 역시 정책적 의지에도 불구하고 수요 기반의 확대에는 구조적 제약이 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주민 구매력의 전반적 저하, 불균형한 지역 관광 인프라, 자율적 관광문화 부재 등은 국내 관광 수요 형성을 어렵게 하는 핵심 요인으로 지적된다. 최근 여가 시설의 지방 확산과 관광 관련 담론 형성은 긍정적 흐름이나, 이는 위의 구조적 한계를 보완하기에는 아직 초보적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결국 주민 관광의 확대가 관광정책의 실질적 효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자발적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경제적·제도적 기반의 동시적 개선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