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03+04 Vol.214

소통과 불통 사이에 있는 남북 언어의 차이

분단 80년 남북 언어의 이질화···민족의 분열로 이어질 수도

김정은 시기의 언어 정책은 김일성과 김정일 시기의 언어 정책과 차이가 있다. 민족어로서 ‘조선어’의 민족보다는 ‘국어(國語)’로서 국가성을 강조하고 있다. 북한 언론에서 대한민국 국호의 사용도 연장선에 있다. 언어가 달라지면 민족의 공통성은 휘발된다. 나아가 민족도 분열된다. 분단 80년이라는 시간의 무게가 남다른 것은 언어의 이질화는 곧 민족의 분열로 이어질 것을 예고하기 때문이다.

북한에서 편찬한 조선말사전은 조선말의 어휘와 문법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사전으로, 북한의 언어 정책과 표준어 규범을 반영하고 있다.

‘보호’라는 이름으로 그어진 언어의 경계선

「평양문화어보호법」에서 평양문화어를 보호해야 할 오염원으로 명시한 것은 ‘비규범적 언어’, 정확히는 ‘비규범적 언어’의 원천은 이른바 ‘괴뢰’로 표현한 남한 말이었다. 법의 명칭은 ‘보호’이지만 조항은 ‘비규범적 언어’의 유입, 유포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규정한 강력한 통제로 채워졌다. “어휘, 문법, 억양 등이 서양화, 일본화, 한자화되어 조선어의 근본을 완전히 상실한 잡탕말로서 세상에 없는 너절하고 역겨운 쓰레기 말”(제2조 정의)이라고 정의한 “괴뢰 말투를 쓰는 현상을 근원적으로 없애”(제1조 (평양문화어보호법의 사명))는 목적의 강도 높은 처벌로 규정했다.

세간에 알려졌듯이 가족 호칭인 ‘오빠’를 비롯해, ‘님’이라는 존칭도 일부 사용을 제외하고는 ‘괴리 언어’로 규정했다. 「평양문화어보호법」 제19조(괴뢰식부름말을 본따는 행위금지)에는 “소년단 시절까지는 《오빠》라는 부름말을 쓸 수 있으나 청년동맹원이 된 다음부터는 《동지》, 《동무》라는 부름말만을 써야 한다”라고 규정했다. 북한 주민인 ‘공민’은 “혈육관계가 아닌 청춘남녀들 사이에 《오빠》라고 부르”는 행위도 처벌 대상이었다. 또한 “직무 뒤에 《님》을 붙여 부르는 것과 같이 괴뢰식 부름말을 본뜨는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한다”라고 적시했다.

법 조항에서 구체적으로 특정한 언어를 규정하여 사용을 금지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일상생활에서 무심코 사용할 수 있는 언어까지도 각성하고 사용하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평양문화어보호법」의 규제 내용과 처벌 대상은 남한과 관련된 일체가 포함된다. “괴뢰 말투를 따라하는 현상”부터 호칭 등의 언어생활, 남한의 출판물, ‘괴뢰말 또는 괴뢰서체로 표기된 물건짝’, 대북전단을 비롯해 ‘강하천이나 바다로부터 유입된 괴뢰말 찌꺼기’, ‘인터넷 서체’, ‘방송물’, ‘그림’, ‘사진’, ‘족자’, ‘휴대전화’, ‘프로그램’에 이르기까지 모든 내용이 포함된다.

처벌 수위도 매우 강하다. 처벌 대상에는 괴뢰 말투를 사용하는 공민은 물론, 괴뢰말이 유입될 수 있는 국경이나 강하천 관리를 소홀히 해서 경내로 유입하도록 한 경우도 포함된다. 처벌에서도 ‘엄한 법적제재’를 원칙으로 규정했다. 「평양문화어보호법」 제6조 “괴뢰 말투를 퍼뜨리는 자들에 대한 법적 처벌 원칙”을 보면 “국가는 괴뢰 말투를 본뜨거나 유포한 자들에 대하여서는 괴뢰 문화에 오염된 쓰레기나 범죄자로 각인하고 그가 누구이든 경중을 따지지 않고 극형에 이르기까지 엄한 법적제재를 가하도록 한다”라고 했다.

처벌 방식도 처벌 의지를 분명히 하고, 시범을 보이기 위한 공개 처벌을 원칙으로 했다. 「평양문화어보호법」 제35조(공개투쟁을 통한 교양)로 명시해, 위반 사항이 적발되면 “자료 폭로 및 군중투쟁모임, 공개체포, 공개재판, 공개처형 등 공개투쟁”을 통해 “썩어빠진 괴뢰 문화에 오염된 자들의 기를 꺾어놓고 광범한 군중을 각성시켜야 한다”라고 적시했다. 적극적으로 예방해 원천적인 유입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평양문화어보호법」은 북한의 표준어인 ‘문화어 보호’를 명분으로 “비규범적인 언어요소들을 배격”하기 위한 소극적 차원의 문화 통제를 넘어서는 법이다. 그야말로 ‘괴뢰 말투와 관련한 어떤 것’이라도 유입과 유통을 “근원적으로 없애”기 위한 사회 통제를 반영한 것이다.

한편으로 「평양문화어보호법」 제정은 사회 통제를 넘어 언어의 분단을 상징한다. 2023년 「평양문화어보호법」 제정과 함께 주목되는 것은 북한이 공개적으로 ‘대한민국’이라는 국호를 사용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북한이 남한을 지칭할 때 사용하는 호칭은 ‘남조선’이었다. 남북 사이에 이루어진 합의서에서는 ‘남측’ 또는 ‘귀측’이라고 했다.

하지만 북한은 2024년부터 남한 관련 기사에서 ‘남조선’이라는 표현 대신 ‘대한민국’, ‘(괴뢰) 한국’이라고 표현하기 시작했다. 「평양문화어보호법」이 단지 사회 통제를 목적으로 한 법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다.「평양문화어보호법」은 사회 통제 수준을 넘어 ‘적대적 두 국가’ 관계를 실천적으로 규정하기 위한 법이라 할 수 있다. 언어를 통해 남과 북을 분명하게 가르는 강력한 분단의 벽을 친 것이다.

조선어 어휘는 북한의 언어 정책, 사회적 배경, 역사적 흐름에 따라 남한의 한국어와 차이를 보이며 독자적으로 발전해왔다.

나라의 통일과 민족의 발전을 저해하는 언어 차이

북한의 이런 입장은 기존의 언어 정책에 반하는 정책이다. 북한의 언어 정책은 김일성부터 ‘언어가 민족문제와 결합되어 있다’라는 원칙에 따라 “민족을 특징짓는 가장 중요한 징표의 하나”로서 민족어를 발전시키는 것이었다. 김일성과 김정일은 “피줄이 같고 한 령토 안에서 살아도 언어가 다르면 하나의 민족이라고 말할 수 없다” “우리 인민은 예로부터 피줄과 언어를 같이하고 한강토우에서 살아온 단일민족이다. 《두 개의 조선》은 결코 있을 수 없으며 우리 조국은 반드시 통일되어야 한다.”, “북과 남의 언어적 차이가 커”지면 “나라의 통일과 민족의 발전에 지장을 주게 될 것”1)이라는 입장이었다.

‘문화어’는 북한이 정한 표준어의 명칭이다. ‘문화어’라는 새로운 언어 표준을 정한 것은 1966년이었다. 김일성은 1966년 5월 14일에 사회과학원 언어학연구소 일군들과 한 담화 「조선어의 민족적 특성을 옳게 살려 나갈 데 대하여」에서 ‘문화어’를 새로운 표준어로 규정했다.

‘문화어’를 별도의 언어 표준으로 정한 명분은 ‘언어의 오염’이었다. 민족어가 영어, 일본어, 한자어 등에 오염되면서 민족어의 순수성을 잃어버렸다는 것이었다. 민족어의 순수성을 지켜야 한다는 명분으로 민족어의 순수성이 지켜지고 있는 평양을 기준으로 한 문화어를 민족어의 표준으로 세워야 한다고 했다. ‘문화어’는 기본적으로 평양말이다. 이때 평양말은 지역적인 의미 이상이었다. ‘평양문화어’라고 하지 않고, ‘문화어’라고 한 것은 ‘평양’이라는 지역성보다는 문화성, 즉, 사회주의 조선의 혁명 수도인 평양에서 문화성 있는 언어를 강조하는 의미였다. ‘문화성’은 표준어의 원칙으로서 ‘교양 있는 서울말’에서 ‘교양’에 해당하고, 문화어는 사회주의 혁명화가 진행된 ‘고상한 평양말’이었다. 새로운 표준으로 ‘문화어’를 정하고, ‘조선문화어 사전’도 발행했다. 하지만 언어의 중심은 민족이었다. 국어사전도 ‘조선문화어사전’을 제외하고는 ‘조선말사전’이었다.

김정일 시기까지의 언어 정책은 민족의 공통성을 이루는 한 요소로서 민족어의 특성을 살리고, 민족어를 발전시키는 것이었다. 남북 분단 상황에서도 언어를 통해 민족 정체성을 유지하는 것이었다. 국토가 분단되고, 정치와 경제 제도가 다른 상황에서 분단이 길어졌지만 ‘민족’이라는 공통성을 놓지 않았다. 조선어는 오랫동안 조선 민족이 공유한 언어라는 인식이 확고했기에 남한과 북한이 다른 언어의 기원을 가졌다는 견해에 대해서는 “우리 민족의 단일성과 유구성을 부인하고 민족 분열 책동과 식민지화 책동을 합리화하기 위한 궤변”이라고 일축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정은 시기의 언어 정책은 김일성과 김정일 시기의 언어 정책과 차이가 있다. 민족어로서 ‘조선어’의 민족보다는 ‘국어(國語)’로서 국가성을 강조하고 있다. 북한 언론에서 대한민국 국호의 사용도 연장선에 있다.

1) 차영애 편집, 「민족어를 발전시키는 데서 견지한 원칙」, 『민족어를 발전시킨 경험』, 사회과학출판사, 1985, 6∼7쪽.
조선어(북한에서 사용하는 한국어)의 어휘는 남한의 한국어와 기본적인 뿌리를 공유하지만, 몇 가지 특징적인 차이가 있다.

‘소통’과 ‘불통’ 사이의 남북 언어

언어라고 하면 오랜 옛날부터 시작해 장구한 시간 속에 생활과 문화를 함께 하면서 올곧게 굳어지는 것으로 생각한다. 언어는 쉽게 변하지 않을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새로운 언어가 태어나고 유통되고 자리 잡는 시간은 생각보다 길지 않다.

실제로 많은 언어가 분화되고 새로운 언어들이 출현한다. 제국주의 시기에는 식민지 지역에서 새로운 언어들이 만들어졌다. 낯선 언어, 새로운 문화와 접하게 된 원주민들이 두 가지 언어를 섞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언어들을 만들었다. 이런 종류의 언어를 ‘피진(pidgin)’이라고 한다. 한국어와 영어 사이에 태어난 콩글리시도 피진의 일종이다. 피진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공용어가 되고, 의사소통에 필요한 수준을 넘어서면 새로운 언어 크레올(creole)로 불리게 된다. 크레올은 일종의 혼종어이다. 언어를 비롯해 이질적인 두 문화가 만나 새로운 문화로 태어날 때도 크레올이라고 한다. 이렇게 새로운 언어가 만들어지는 시간은 10년 또는 20년이면 된다. 남북의 언어는 서로 다른 상황에서 80년 동안 유통되었으니 달라졌어도 상당히 달라졌다고 보아야 한다.

차이가 크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북한이탈주민을 만나서 이야기를 해봤는데, 통하지 않는 것이 없다고 말하는 분도 있다. 사실인지 알 수 없다. 탈북민이 충분히 이해한 것인지, 이해하는 척을 한 것인지, 남북의 언어가 차이 나지 않아서 그런 것인지, 남한에 정착한 지 오래돼서 언어를 충분히 이해하게 된 것인지는 상황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면 어느 정도 차이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남과 북의 언어 차이는 어느 정도일까? 남북의 언어는 소통과 불통 사이에 있다. 분명한 것은 생활어보다는 공식어에서 차이가 크다. 언어는 폭이 매우 넓다. 언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언어 그 자체가 홀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언어는 그 사회의 문화를 반영한다. 이런 이유로 타문화의 언어를 이해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불가능에 가깝다. 대한민국에 살고 있다고 해서 언어가 소통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20년이나 30년 정도의 나이 차이가 나는 세대와 이야기를 나눠 보면 언어 차이를 실감하게 된다.

언어가 변화하는 것은 환경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언어는 필요에 따라 만들어진다. 마차가 교통수단이었던 시절에는 말[馬]이나 마차에 관한 언어들이 생겨나고, 자동차가 교통수단이 되면 차와 관련된 언어가 생겨난다. 디지털 시대가 되면 디지털 언어가 생겨난다. 정보통신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1990년대에는 이른바 ‘통신어’가 생겼다.

토도로프(Tzvetan Todorov)는 『상징의 이론』에서 “언어는 민족의 정신을 표명하기 위한 특권적인 방법”이면서도 “거꾸로 민족이 그 언어에 의해서 형성된다”라고 했다. 언어가 달라지면 민족의 공통성은 휘발된다. 나아가 민족도 분열된다. 분단 80년이라는 시간의 무게가 남다른 것은 언어의 이질화는 곧 민족의 분열로 이어질 것을 예고하기 때문이다.

북한에서는 1960년대부터 조선말 사전을 편찬해 왔으며, 2004년판은 기존 사전을 보완·확장하여 출간된 개정판
북한의 언어 규범과 어휘를 반영한 대표적인 사전 중 하나인 현대조선말사전(1981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