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03+04 Vol.214

3·1운동으로 배우는 통합의 지혜 :
“공감과 연대의 힘으로 미래 비전 새롭게 만들어야”

‘3·1운동과 사회통합’에 관한 3인 좌담

2025년, 3·1운동의 숭고한 정신과 광복 80주년을 기념하며,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를 조망하는 대담을 마련했습니다. 이번 대담에서는 3·1운동이 사회통합에 미친 영향과 그 성과를 되짚어보고, 당시 민족 통합의 구심점 역할을 했던 요인들을 알아봅니다. 또한, 광복 80년을 맞이한 오늘날 우리 사회의 세대, 이념, 지역, 계층 간 갈등을 진단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합니다. 나아가, 진정한 광복과 통일을 위한 민주평통의 역할과 방향성을 함께 논의하고자 합니다.

3인 좌담

DISCUSSION

3·1운동, 근대 독립국가를 향한 불굴의 외침

일본 식민 통치에 항거하고 전 세계에 독립 의지를 널리 알린 3·1운동은 오늘날 우리 사회에 어떤 의미를 전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박명규

광복 80주년이라는 시점에서 되돌아보면 일제 식민지라는 열악한 상황에 놓여 있던 작은 나라가 전 세계 10위권에 해당하는 경제력과 문화력, 위상을 갖추며 눈부시게 성장했습니다. 이러한 성과는 3·1 운동 당시 전 국민이 굳건한 단합과 열정으로 일군 독립되고 자유로운 자기 국가 건설에서 온 것이라 생각합니다.

  박환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3·1운동이 지닌 중대한 의미를 모를 리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1894년 동학농민혁명의 정신을 이어받은 한민족 최대의 독립운동인 3·1운동은 이후 각종 민주화 운동으로 연결하는 큰 흐름 속 중추적 역할을 하였습니다.

또한 3·1운동은 한반도뿐 아니라 재외 동포 사회가 대대적으로 동참했으며, 여성이 최전선에 나와 만세를 불러 성별을 가리지 않고 참여하였다는 데 역사적 의미가 있습니다.

3·1운동의 직접적 목표는 일본 제국주의에 항거한다는 데 있으나, 그 차원을 넘어 자유와 정의, 평등 등을 구현하고, 광복 이후 근대 국가를 건설하는 민주주의 실현의 계기로 작용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으며, 더 나아가 미래 국가 건설을 위한 민주주의 혁명의 한 부분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박종철

우리 민족은 일본과 서구 제국주의 열강에 대응해 주권을 확립하고자 다양한 시도를 해왔습니다. 특히 근대적 민족의식과 주체성을 발현한 계기라고 할 수 있는 3·1운동의 핵심은 기존 왕조 체제에서 민주공화제로의 전환입니다. 당시 발표한 기미독립선언서에도 조선 독립과 동시에 자유 민주주의를 지향한다는 의지가 나타나 있습니다.

또한 헌법에서도 공화주의를 기초로 대한민국을 건국하였다는 근거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바로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한다는 전문과 헌법 제1조 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조문입니다.

현 시대의 과제이자 시사점은 이러한 다양한 시도와 의지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어갈지의 문제입니다.

갈등을 긍정 에너지로 승화하는 해법은 공감과 소통

당시 3·1운동이 이념과 세대, 성별, 종교 등 다양한 사회적 차이를 넘어 하나로 결집할 수 있었던 핵심 요인은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박환  

구한말 의병 투쟁과 애국계몽운동을 전개한 수많은 애국지사가 청년층에게 민족의식과 근대의식을 심어주었습니다. 이러한 노력이 당시 학생에 불과했던 세대가 성장하여 3·1운동의 주역으로 제 몫을 다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일제강점기에 조선인 대상으로 벌어진 수많은 수탈과 탄압도 이들을 결집하는 데 큰 몫을 차지했다고 봅니다. 물론 당시엔 교통이나 통신 등이 발달하지 않아 전 국민이 동참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예를 들어 1919년 3월 1일에 일어난 독립운동이 강원 지역에선 무려 5월까지 이어졌습니다. 이렇게 물리적 한계를 넘어 긴밀한 결속으로 전 세계가 주목하는 독립운동을 이끈 의지는 대단하다고 생각됩니다.

박종철

첫째로 신분과 계층, 성별을 떠나 근대적 민주공화제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표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둘째로는 보이지 않는 네트워크가 작동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전 지역에 산재해 있는 다양한 민간 조직과 종교 단체 등이 자발적 참여를 촉진하는 공간을 만들고 긴밀한 네트워크가 연결되어 작동한 것이 숨은 밑바탕이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박명규

우리 사회 내부의 목표에 관한 공감과 노력, 이러한 감정을 하나로 연결하는 네트워크와 역량이 모여 통합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리더십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당시 기독교, 불교, 천도교, 유교 등 다양한 종교 조직들, 국내외 학생, 지식인 등 상당히 이질적인 집단들이 서로 연대하고 결합할 수 있게 이끈 리더의 역할에 주목해 오늘날의 우리 상황을 되짚는 것은 의미 있다 생각합니다.

사회는 다양한 시각을 존중할 때 발전하며, 이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은 소통입니다. 우리 사회는 지속적으로 성장해 왔지만, 이제는 새로운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가 중요한 과제가 되었습니다. 자신의 신념에만 머무르지 않고 타인의 의견을 경청하고 이해하는 태도가 공동체를 더 성숙하고 발전하게 만드는 힘이 될 것입니다.
- 박명규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명예교수
우리 사회는 세대, 지역, 이념, 성별 간의 갈등과 통일 문제에서의 세대 간 인식 차이를 겪고 있습니다. 정부의 조정 기구와 민간의 공론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합의 메커니즘이 부족하며, SNS와 뉴미디어의 확산으로 확증편향이 심화되어 미디어 리터러시교육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원활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 위해 공론화 과정이 꼭 필요한 시점입니다.
- 박종철 대전대학교 객원교수

‌급변하고 불확실성이 커져가는 국내외 정세 속에 우리 사회의 내부 갈등과 요인에 대해 말씀 부탁합니다.

박종철

어느 국가든 사회적 갈등은 존재합니다. 우리나라는 세대, 지역, 이념, 성별 등으로 인해 대립하는 상황인데 이를 조정할 수 있는 사회적 합의 메커니즘이 작동하지 않고 있습니다.

통일 문제를 보면, 세대 간의 인식 차이가 존재하는데 이전 세대가 통일에 관해 당위성으로 접근한다면 젊은 층은 공정성이나 정당성 등 다양한 기준으로 판단한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또한 청년세대의 통일인식 약화가 우려된다는 문제 제기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통일인식을 좀 더 균형된 관점이라고 바라보고, 기존의 인식에 함께 녹여내지 못하는 데에 사회적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환  

독립운동사에 있어서도 일본 제국주의를 보는 관점이나 시기에 따라 독립운동가를 어떤 기준과 방식으로 논의해야 할지 견해의 차이가 있었습니다. 역사를 다양한 시각으로 보며 상호 존중하고 인정하면서 공존하는 게 바람직한 역사관이라 생각합니다. 다양한 역사관 존재를 갈등과 대립의 시각으로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민주적으로 가는 하나의 방향에 있어 중간 과정이라 생각하고 함께 모여 소통할 수 있는 민주 광장을 많이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 생각합니다.

박명규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어떤 사회든 서로 다른 시각을 존중하는 분위기 조성을 통해 사회가 한층 더 발전할 수 있다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현존하는 이질적인 논의와 견해 상충이 반드시 부정적이지 않은 이유입니다.

사회통합적 측면에서 갈등을 해소하고 현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박종철

우리 사회에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 등 정부의 각종 조정위원회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를 통한 실질적 조정이나 사회적 대타협이 잘 이뤄지지 않는 실정입니다. 국가와 사회, 경제 등의 통합을 위한 조정 기능에 자율성이 작동하지 않고, 사회와 정부 차원의 대화와 조정이 어려운 문제가 있습니다. 또한 민간 차원의 여러 가지 공론화를 통한 상호 교류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벽을 허물 수 있는 공론화 메커니즘이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입니다.

또한, 새로운 미디어 매체와 온라인 소셜네트워크(SNS) 등이 확산하는 과정에서 확증편향을 강화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이런 갈등을 조정하기 위해 뉴 미디어 및 SNS 확산 정보를 판별할 수 있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박환  

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굉장히 공감합니다. 초등 시기부터 민주주의 교육을 강화하고 고등교육 이상 시기에는 시민대학처럼 시대적 변화를 감지하고 논의하는 교육의 창구가 필요합니다.

민주사회는 이웃과 더불어 함께 하는 열린 마음이 필요하며, 지금은 그런 자세가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시점입니다. 정부와 민간에서 소통 창구를 많이 만들어 서로 소통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박명규

서로 이질적이고 견해가 달라도 그것이 공존할 수 있고, 서로를 이해하여 하나의 힘이 될 수 있게 만드는 것은 결국 소통입니다. 우리 사회는 그동안 많이 성장해 왔으나 새로운 부족함과 한계를 어떻게 넘어설 것인가 하는 숙제에 당면해 있습니다. 각자의 주장에 대한 확신을 넘어 다른 사람의 견해와 확신에 대해서도 이해하고 경청하는 자세가 결국 공동체를 한 단계 높이는 힘이 될 것입니다.

역사 해석은 관점과 시대에 따라 다양하므로 이를 존중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를 위해 초등학교부터 민주주의 교육을 강화하고, 고등교육 단계에서는 시민대학과 같은 플랫폼을 통해 시대적 변화를 논의하는 교육 창구가 필요합니다. 또한 정부와 민간이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창구를 마련하여 열린 마음으로 함께하는 자세가 요구됩니다.
- 박환 고려학술문화재단 이사장

현재의 남북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우리의 과제는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박종철

역사적 흐름에서 보면 대한민국은 19세기 세계 대격변 시기에 나라를 잃었고, 세계대전이 끝나면서 광복을 맞이했으나 근대적인 민족 국가를 만드는 과제를 달성하지 못했습니다. 분단으로 서로 이질적인 두 체제가 형성되었고 냉전 체제 하에서 50년 이상 극단적 대립 상황에 있었습니다. 1990년대에 이르러 남북경제교류협력, 금강산 관광특구 조성 등으로 잠시나마 관계 진전이 있었으나 국제 정세가 다시 변화를 맞이하였습니다. 현시점이 80년 전과 비교할 때 통일로 가는 길이 더 가까워졌다고 말하기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사회적인 갈등 이슈들이 남북통일 문제와 연결되어 통일의 방법과 미래 상황에 대한 논의가 사회적 타협점을 찾기 힘든 양상입니다. 내부 소통을 통해 상호 격차를 줄이고 북한과의 원활한 대화 경로를 마련하고 국제사회의 협력을 이끌어낼 방안을 모색해 나가야 합니다.

  박환  

중국과 러시아, 중앙아시아, 미주 등의 한인 디아스포라 독립운동사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현지 동포와 대화를 나누다 보면, 대북 기조나 통일정책에 관심이 많고, 대부분 통일이 이루어져 남북관계가 개선되길 바란다고 합니다. 또한 남과 북의 정부 차원의 관계와 별개로 적십자 등 인도주의적 교류는 지속되어야 통일 또한 기대할 수 있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박명규

2024년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적대적 두 개 국가론을 내세웠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심지어 국내 일부에서도 통일 회의론이 나오고 있습니다. 여전히 기성세대와 재외 동포 대다수가 통일을 간절히 바란다지만, 젊은 층의 관점은 다를 수 있는 만큼 더 나은 해결책을 찾아야 합니다. 즉, 한 민족이었기에 헤어질 수 없다는 당위성 외에 현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명분과 새로운 담론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통일정책에 대한 일관성과 지속성, 융합성과 포용성 필요

통일을 새로운 관점에서 접근하려면 어떤 변화와 혁신이 필요할까요?

박종철

북한도 80년 동안 나름대로의 정체성을 가지고 유지해 왔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통일이 우리의 목표이지만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우리 사회는 ‘사회적 자본’이라고 하는 사회적 관계와 네트워크를 통해서 신뢰와 책임을 형성합니다. 그런데 통일 문제에 대한 사회적 자본은 굉장히 미약한 것 같습니다. 통일 문제 인식에 대한 일종의 ‘사회적 자본’을 축적해야 그 기반하에서 북한과 새로운 미래를 건설하고 국제사회에도 새로운 비전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박환  

역사적 측면에서 말씀드리면, 해방 이후 북한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에 대한 기본적 연구와 이해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북한에 대한 정확하고 현실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대화가 이루어져야 중장기적으로 통일이 다가왔을 때 좀 더 평화롭고 보다 효율적으로 통일 관련 문제를 풀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명규

큰 디자인은 일정한 로드맵이 필요하다는 측면에서 현재와 최종 상태에 대한 생각에 묶여 있기보다는 어떤 중간 상태를 우리가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에 대한 생각들도 발전시켜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민주평통이 추구해야 할 목표와 역할은 무엇일까요?

박종철

민주평통은 지난 4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대통령의 통일 정책 자문과 국민 합의 도출을 위해 많은 역할을 해 왔습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역할은 갈등 현상이 심화된 상황에서 여러 의견을 수렴하여 전달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통일 정책이 일관성과 지속성 그리고 융합성을 유지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민주평통이라고 생각합니다.

  박환  

민주평통은 전 세계 많은 국가에 조직이 있습니다. 수많은 교민 사회 지도자들이 참여하고 있는 큰 장점을 최대한 살려 그동안 많은 역할을 해 왔듯이 앞으로도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 보다 큰 역할을 해주었으면 합니다.

박명규

광복 80주년을 맞이한 올해, 우리 사회는 위기와 새로운 기회가 산재한 시기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이 중요한 시기에 우리 사회의 새로운 에너지를 채우고 비전을 세우는 데 민주평통이 역할을 다해주고, 전 세계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개개인이 역할을 다해주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