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03+04 Vol.214

2025년 20대가
1981년 20대에게 던지는 질문

20대 시절, 왜 통일에 부정적이었습니까?

한반도 문제를 둘러싼 보수와 진보의 대립은 한국 사회에서 가장 첨예한 갈등 중 하나로 평가되며, 국민 대다수는 이러한 갈등이 향후 10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극명한 대립 속에서 진보와 보수의 의견이 예외적으로 수렴되는 사안이 있는데, 그것은 청년세대의 통일인식에 관한 문제다. 1999년 통일교육 지원법이 제정된 이후 역대 모든 정부는 청년세대의 통일에 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 왔다. 하지만 보수와 진보의 공통된 관심에도 불구하고 통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청년세대의 비율은 감소하고 있다. 여론조사에 나타난 청년세대의 통일에 대한 태도를 자세히 살펴보자.

2024년 9월 6일 민주평통 전북지역회의는 청년 대학생들의 통일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자 전북지역 청년 대학생 2,500여 명과 함께 ‘2024 청춘 평화통일 페스티벌-통일로 한걸음 in 전북대’를 개최했다.

통일에 무관심한 1981년 대학생과 2025년 20대

한 여론조사에서 전국 24개 대학의 학생 8,498명에게 국내문제와 통일문제 중 어느 쪽이 더 중요한지 질문했다. 조사에 참여한 대학생의 54.4%가 통일문제보다 국내문제가 더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통일문제가 국내문제보다 중요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14.2%였다. 통일에 대한 다른 질문에서 대학생의 절반인 50%가 ‘대가가 너무 크다면 당분간은 이대로가 좋다’라고 응답했다.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조속히 이루어야 한다’에 응답한 비율은 35.6%였다. 통일이 자신의 삶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 대학생의 61.4%가 ‘통일은 나 자신의 삶에 본질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이며 생활에 약간의 변화를 불러오는 정도일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통일이 자신의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24.7%였다. 굳이 다른 문항을 살펴볼 필요가 없을 정도로 대학생들의 통일에 대한 태도가 부정적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여론조사이다.

이 조사는 2025년의 대학생이 아니라 1981년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다.1) 즉 2025년 60대가 20대 시절에 응답한 결과라는 것이다. 2025년 20대의 통일인식을 걱정하는 기성세대들도 자신들이 20대였던 시절에는 통일문제에 관심이 없었다. 구체적으로 1981년의 대학생과 2025년의 20대를 직접적으로 비교해 보자.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는 2024년 2차 수시 여론조사에서 2030세대 1,000명에게 통일 가능 시기를 물어보았다. 같은 질문에 대한 1981년 대학생의 응답을 함께 <그림 1>에 제시했다. 1981년 20대의 경우 과반이 넘는 57.9%가 통일의 가능성이 점점 없어지고 있다고 응답했다. 20대의 경우 37.9%가 통일의 가능성이 점점 없어지고 있다고 응답했다. 적어도 1981년 20대의 통일인식과 2025년의 통일인식이 크게 다르지 않음을 쉽게 알 수 있다.

1981년에 이루어진 대학생의 통일의식 조사는 청년세대의 통일인식을 걱정하는 우리 사회의 ‘모순’이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성세대들은 오늘날의 20대를 향해 ‘통일에 무관심하다’라고 비판하고 있지만 정작 그들 역시 20대 시절에는 통일에 대해 무관심했기 때문이다. 동시에 1981년에 이루어진 대학생의 통일의식 조사는 청년세대의 통일인식 변화를 위한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 우리 사회는 지금까지 청년세대에 ‘왜 통일에 부정적인가?’라는 질문을 던져왔다. 1981년 대학생 통일의식 조사는 청년세대가 통일에 부정적인 이유를 굳이 2025년의 20대에게 찾을 필요가 없음을 보여준다. 2025년의 20대만큼이나 통일에 부정적이었던 1981년의 20대가 그 답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의 20대가 아닌 과거의 20대에게 질문을 던져보자. 왜 그러셨습니까? 왜 당신은 20대에 통일에 부정적이었습니까? 2025년 20대가 1981년 20대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질문이 너무 공격적으로 들릴 수 있을 것 같다. 질문을 좀 더 순화시켜 보자. 청년세대가 시대를 막론하고 통일을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그 답은 이미 우리가 알고 있다.

1) 통일부, 『전국 대학생 통일문제 및 국가관 의식구조 실태조사 결과』 (서울, 통일부, 1981).
그림 1. 통일 가능 시기에 대한 20대의 응답

회고 절정을 통해 본 20대의 의미

노년기에 들어선 사람들에게 자신의 삶을 회고하라고 요청했을 때 20대 시절의 사건들을 가장 많이, 가장 생생하게, 가장 강렬하게 기억하는 현상을 ‘회고 절정’이라고 한다. 왜 인지능력이 저하되는 노년기에 4050대의 사건보다 훨씬 더 과거인 20대의 사건이 더 많이 기억되는지에 대한 의문은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유력한 설명 중 하나는 거의 모든 문화권에서 20대는 가장 많은 사회적, 심리적, 문화적 전환점이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쉽게 말해 사람들은 졸업, 취업, 연애, 결혼 등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이 내려지는 시기인 20대를 가장 선명하게 기억한다는 것이다.

20대가 인생에서 중요한 시기라는 믿음은 사회적으로 널리 공유되고 있다. 즉 사회 구성원 모두가 20대에는 졸업, 취업, 연애, 결혼이 발생하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20대는 졸업을 해야만, 취업해야만, 결혼해야만 하는 시기라고 믿고 있다.

명절마다 ‘졸업은 언제 하니?’, ‘취업은 했어?’, ‘결혼은 언제 할 거야?’ 같은 친척들의 잔소리를 피하려고 고향에 내려가지 않는 청년들의 풀죽은 모습은 더 이상 뉴스거리가 되지 않을 정도로 익숙한 풍경이 되었다. 통일문제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고 잔소리하는 친척을 본 적이 있는가? 아니 친척분이 자신의 자녀에게 졸업, 취업, 결혼보다 통일문제에 관심을 가지라고 말한다면 어떤 기분이 들겠는가?

1981년의 20대도 졸업, 취업, 결혼이 통일보다 중요했고 2025년의 20대도 졸업, 취업, 결혼이 통일보다 중요하다. 결국, 청년세대가 시대를 막론하고 통일을 우선순위에서 밀어내는 이유는 통일보다 당장의 삶, 아니 자신의 생애를 결정지을 수 있는 현실적 과제가 훨씬 더 절박하기 때문이다. 이 지점이 청년세대가 시대를 막론하고 통일을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이유인 것이다. 단 1981년의 20대와 2025년의 20대의 차이는 그들은 졸업, 취업, 결혼을 했고 이들은 아직 그 과정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경기도 파주에 있는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관광지이자 군사적 전초기지인 도라전망대. 남북한의 경계선과 가까운 곳에 있어 매우 중요한 상징적인 장소

무엇을 해야 하는가?

먼저 청년세대가 처한 상황에 공감해야 한다. 설득의 핵심은 공감이다. 공감 없이는 어떤 논리로도 상대의 마음을 열 수 없다. 사람들은 나의 입장에 공감하는 사람에게 쉽게 마음을 연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말처럼 공감에는 공감으로 되돌아온다. 이를 사회적 영향의 호혜 원칙(social influence principle of reciprocity)이라고 한다. 간단히 말해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우리에게 호의를 베풀면 우리도 그 사람에게 호의를 베풀어야 한다는 일종의 의무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청년세대가 직면하고 있는 어려움에 공감하면 그들도 통일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마음이 생긴다는 것이다. 통일을 말하기 전에, 통일이 그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하기 전에 그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에 공감해야 한다. 청년세대에 먼저 ‘우리도 같은 시절을 겪었다’, ‘나도 그랬다’라고 공감의 말을 건네 보자.

민주평통이 청년세대와 공감하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 쉽게 생각하자. 초·중·고·대학교 졸업식과 입학식에 민주평통이 ‘축하한다’라는 현수막을 거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다. 통일이라는 단어를 굳이 내세울 필요 없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라는 브랜드만으로도 통일과 평화를 전달할 수 있다. 공감의 힘을 믿어야 한다.

둘째 ‘통일의 편익’이 아닌 ‘통일에 관한 관심’에 성과급을 줘야 한다. 먼 미래에 일어날 통일이 그들의 현재 직면하고 있는 취업의 문제를 해결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실제로 통일이 실업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20%대 초반이며 연령대에 따라 차이도 크지 않다.2) 다시 말해 통일이 실업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정작 그것이 현실적 해결책이 되지 못할 것임을 알고 있다. 겉마음과 속마음이 다른 것이다. 그들의 취업과 진학에 도움이 되는, 그들의 자기소개서와 이력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세대론에 기반한 청년 통일인식 담론을 멈춰야 한다. MZ세대만이 통일에 대해 부정적이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소위 산업화 세대들도 20대 시절에는 통일에 부정적이었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의 청년세대 통일인식 담론은 나와 다른 세대, 즉 너의 문제로 접근해 왔다. 하지만 1981년 대학생 통일의식 조사가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함의는 청년세대의 통일인식 문제는 너의 문제가 아닌 나의 문제라는 것이다. 그들에게 묻지 말고, 나에게 물어봐야 한다. 청년들에게 ‘왜 통일에 관심이 없느냐’라고 묻기보다 기성세대 스스로 ‘왜 우리는 20대에 통일에 관심이 없었는가?’를 되돌아봐야 한다.

생텍쥐페리는 『어린 왕자』에서 ‘어른들은 누구나 한때 어린이였다. 그러나 그것을 기억하는 어른은 많지 않다’라고 말했다. 우리는 모두 한때 청년이었다. 그러나 그 사실을 기억하는 어른은 많지 않다. 우리가 청년이었음을 기억하는 것, 그리고 우리 역시 통일에 부정적이었던 시절이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청년세대가 통일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이유를 이해하고 통일인식의 변화를 실질적으로 끌어내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2) 김범수 외, 『2024 통일의식 조사』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2024).
MZ세대가 통일에 대해 부정적이라고 단정해서는 안 되며, 세대론에 기반한 청년 통일 인식 논의는 지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