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발전 20×10 정책’의 허와 실
북한의 지방발전 정책, 김정은 의도대로 추진될 수 있을까?
북한은 2024년 12월 당 중앙위 제8기 제11차 전원회의를 개최해 2024년을 결산하고 2025년의 국정 운영 방향을 제시했다. 이 자리에서 김정은은 ‘지방발전 20×10 정책’의 1차 연도 사업을 돌아보며 “완벽한 첫 실체들”이라는 표현을 통해 사업의 진행 상황에 대해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지방발전 20×10 정책’이란 북한이 10년간 매년 20개 군에 지방공업공장을 건설하여 인민들의 물질생활 수준을 개선하려는 중장기 계획이다. 김정은은 2024년에만 9차례에 걸쳐 관련 공개 활동(현지 지도, 착공·준공식 참석 등)에 나서는 등 자신이 직접 정책을 책임지고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표출하고 있다. 그렇다면 북한의 지방발전정책은 김정은의 의도대로 순조롭게 추진되고 있을까? 이하에서는 ‘지방발전 20×10 정책’의 추진 현황을 살펴보고, 향후 추진 과제와 전망 등을 검토하고자 한다.

일자 | 지역 | 주요 내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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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2.7. | 강원도 김화군 | 식료공장·일용품공장·종이공장 현지 지도 공장 건설 전 원료기지 조성 및 보장 가능성 등 타진, 해당 시군의 특성에 맞는 공장의 규모, 건설부지 선정 필요성 강조 |
2024.2.28. | 평안남도 성천군 | 지방공업공장 건설 착공식 참석 지방경제를 재건하여 지방 인민들의 초보적인 물질문화생활수준을 한 단계 올리는 것은 국가의 중대사라 강조 |
2024.8.24.~25. | 여러 지방공업공장 |
지방공업공장 건설현장 현지 지도 현재 추진되고 있는 지방공업공장 건설과 함께 보건시설과 과학기술 보급 거점, 양곡관리시설 건설 병행, 지방 중흥을 위한 새로운 방향 제시 |
2024.8.31. | - | 지방발전사업협의회 소집 전국의 시군에 보건시설과 과학기술 보급 중심(거점) 양곡관리시설도 동시에 건설하는 사업 수행 관련 정책 결정채택 준비사업 추진 |
2024.8.31. | 함경남도 함주군 | 지방공업공장 건설현장 현지 지도 모든 건설장비의 현대화, 표준화, 규격화, 지방건설에서 기계화 비중을 높일 것을 강조 |
2024.10.5.(추정) | 평안북도 | 지방공업공장 건설현장 현지 지도 선진적인 보건시설과 과학교육 및 생활문화시설, 양곡관리시설의 설계를 해당 건물의 용도에 부합되게 합리적, 실용적으로 추진할 것을 강조 |
2024.11.14. | 황해남도 재령군 | 지방공업공장 건설현장 현지 지도 지방발전 10년의 첫해부터 성공적인 성과로 지방 인민들의 생활에 실질적인 변화를 주어야 함을 강조 |
2024.11.19. | 평안남도 성천군 | 지방공업공장 건설현장 현지 지도 20개 시군에서 전국의 동시적이고 균형적이며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하려는 정책 추진 현황에 대해 만족 표시 |
2024.12.20. | 평안남도 성천군 | 성천군 지방공업공장 준공식 참석 지방발전정책과 농촌혁명강령은 유기적으로 연관되어 있음을 강조 지방공업공장 건설과 함께 보건시설과 복합형 문화중심, 양곡관리시설 등의 3대 필수 대상건설을 더 추가하여 진행할 것을 지시 |
정책 추진 범위 확대 양상
‘지방발전 20×10 정책’ 추진 1차 연도인 2024년에는 2월 말부터 20개 시군에서 지방공업공장 건설 착공식이 진행되었고, 이후 12월부터 연속적으로 준공식이 열렸다. 북한 전문 매체들의 보도에 따르면 1년 동안 20개 지역의 공장 건설 현황을 위성사진으로 비교·분석한 결과, 건물 지붕을 포함한 공장의 외관은 거의 완성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김정은은 2024년 2월 성천군 지방공업공장 착공식에 이어 11월 건설현장 방문, 12월 준공식에도 참석하면서 연설을 통해 “새해 시작과 함께 수십 개의 지방공업공장이 성천군에서처럼 전국의 근 20개 시군에서 일시에 준공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2024년 북한의 경공업은 ‘지방발전 20×10 정책’에 따른 지방공업공장 건설을 필두로 학생 신발공장 건설, 밀가루 가공식품 공장 건설 등에서 일정 수준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2024년 경공업 부문 추진 과제는 예년과 같이 ‘인민생활 향상’을 강조하는 기조로 지방공업 및 밀가루 가공업, 학생용품 공급 문제 등이 중요하게 다뤄졌다. 북한은 2024년 경공업 부문의 주요 과제로 인민소비품·기초식품의 질 제고, 경공업공장 및 지방공업공장의 현대화, 누에치기 부문 발전, 상업·급양·편의봉사사업 개선 등을 설정하였다. 또한, 식료품 공업과 관련해 밀 증산에 따른 현대적인 밀가공공장 건설, 밀가공 기술 개선 및 제품의 질 제고 등을 목표로 했다.
한편, 경공업성 등은 각지의 교복 생산 단위들이 학생 필수용품 생산 및 공급 체계를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이에 2024년에는 학생용품 공급과 관련하여 학생 교복공장 및 학생 신발공장 건설이 전국 각지에서 이뤄졌으며, 2024년 후반기부터 도 소재지를 중심으로 밀가루를 활용한 즉석 국수공장이 준공되고 있다.
북한은 전원회의를 통해 기존의 지방공업공장 건설에 더해 2024년 8월 김정은이 지시한 ‘3대 필수 건설 대상’인 보건시설, 과학교육 및 생활문화시설(복합형 문화중심), 양곡관리시설의 건설을 공식적으로 ‘지방발전 20×10 정책’에 포함시켰다. 김정은은 지난 8월 지방공업공장 현지 지도를 통해 각 시군에 병원, 과학기술 보급 중심, 양곡관리소 추가 건설 등 ‘3대 필수 건설 대상’을 강조한 바 있다. 아울러, 9월 북한 정권수립일 연설에서는 과학기술 보급 중심을 영화 관람, 체육·문화생활, 위생환경이 보장된 상업망 및 기타 편의시설을 포함하는 복합형 문화중심으로 확장할 것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처럼 북한의 ‘지방발전 20×10 정책’은 경공업 중심의 지방공업공장 건설에서 출발해 점차 보건과 생활문화를 아우르며 도농 격차 및 빈부격차 해소를 위한 중장기 지방 발전정책으로 그 추진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지방발전 20×10 정책’ 추진 2차 연도를 맞아 2월 평양시 강동군병원과 종합봉사소 착공식에 이어 남포시 용강군 지방공업공장과 병원 건설 착공식이 진행된 것은 이러한 정책 방향의 본격 추진을 의미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재원의 한계와 무리한 정책 추진
그렇다면 북한의 ‘지방발전 20×10 정책’은 성공적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을까? 공장 외관의 완성만으로 성과를 단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각 지방공업공장의 정상 가동을 위한 자금, 자재, 노동력 등 개발 재원의 원활한 공급 여부와 공장 가동에 필요한 전력의 공급 여력은 충분한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북한 공장기업소 생산의 만성적 장애요인인 원자재 확보 및 전력 부족 문제에 대한 근본적 해결 없이 서둘러 공장의 외관을 갖추는 것만으로는 의미 있는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더욱이 2024년 상반기 경공업 중심으로 추진되던 정책 추진 범위가 9월 이후 보건시설, 과학교육 및 생활문화시설, 양곡관리시설 건설 등으로 무리하게 확장된 것은 정책 추진 성과에 더욱 의문을 품게 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김정은이 여러 차례 언급하고 강조해 온 평양종합병원(2020.3 착공, 2025.2 완공)조차도 아직 개원하지 못한 현실을 고려할 때 매년 20개 시군에 보건시설과 복합형 문화시설을 건설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할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대북 경제제재가 유지되는 가운데 제한된 자원 속에서 2025년 국가경제발전 5개년계획(2021~2025)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동시에 농촌·농업 진흥 정책인 ‘새 시대 농촌혁명 강령(2022~)’과 ‘지방발전 20×10 정책(2024~)’의 성과를 도출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특히, ‘지방발전 20×10 정책’ 추진 과정 중 초기 단계에서 빠른 성과를 내기 위해 집중적인 자원 투입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 추진 방향성은 경제의 질적 성장이나 체계적 발전을 도모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어 경제 안정성을 저해하고, 북한 경제의 장기적 토대 구축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
북한은 한정된 자원으로 단기 과제인 국가경제발전 5개년계획의 성공적 마무리를 선언해야 하는 동시에 장기 과제인 ‘지방발전 20×10 정책’ 추진의 연속성을 확보하고 단-장기 정책 간 균형을 유지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김정은의 지도력 확보와 체제 결속을 위해 단기 성과를 달성해야 한다는 압박과 장기적 경제 성장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는 요구가 동시에 작용하면 투자 우선순위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자원 배분의 딜레마에 직면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김정은 정권이 이러한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 전략을 제시하지 못할 경우, 자원 부족 문제와 정책 연속성의 약화로 인해 5개년계획과 ‘지방발전 20×10 정책’과 같은 장기 프로젝트 모두에서 제한적인 성과에 머무는 한계를 보일 수 있다.

꾸준한 모니터링 필요
2025년은 북한 노동당 창건 80주년이면서 당 중앙위 제8기의 마지막 해로서 김정은의 지도력을 재확인하고, 공고화할 필요성이 있는 중요한 해다. 최근 김정은에 대한 우상화 작업은 코로나19 팬데믹과 국제사회의 강도 높은 제재 속에서도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며 ‘애민주의’, ‘인민대중제일주의’를 실천하는 지도자로서의 이미지를 부각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북한 지도부는 2025년을 김정은의 지도력 아래 지난 5년간 추진된 주요 정책의 성과를 인민들에게 강조하며 체제 결속을 더욱 강화하는 계기로 삼고자 할 것이다.
북한은 제9차 당대회를 앞두고 국가경제발전 5개년계획의 성공을 선언하면서 김정은 지도력의 성과를 대내외적으로 강조할 것으로 판단된다. 북한은 4년 전 8차 당대회에서 국가경제발전 5개년계획(2016~2020)의 실패를 공개적으로 인정한 바 있으나, 두 번 연속 실패를 선언하는 것은 정치적 부담이 크기 때문에 5개년계획의 성과를 부각하려 할 것이다. 5개년계획은 ‘정비·보강’ 전략으로 추진됐으며, 생산량 목표의 달성 여부와 상관없이 관련 생산 기반과 토대를 마련한 점을 성과로 평가할 수도 있다. 이에 인민 생활과 직결된 경공업 및 농업 부문에서 성과를 강조하면서 일부 중화학공업 부문에서도 제한적이나마 진전을 보였다고 평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평양시 5만 세대 건설, 농촌살림집 건설,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2025.6 개장 목표) 등 구체적 성과를 과시할 것이며, 특히 민심을 확보하고 통치 체제 정당화를 위한 수단으로 ‘지방발전 20×10 정책’ 추진 성과를 홍보할 것이다.
‘지방발전 20×10 정책’ 추진 범위가 확대되면서 향후 북한은 이를 UN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와 연계하여 추진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2021년 북한은 SDGs 이행 상황을 담은 자발적국별리뷰(VNR: Voluntary National Review)를 UN에 제출한 바 있다. 이 가운데 목표 3번(모든 인민의 건강 보장과 삶의 질 개선)과 관련해 보건인력 부족, 제약·의료기기 공장의 기술 기반 부족, 필수 의약품 부족 등이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또한, 목표 10번(국가 주체로서 인민대중의 권리 및 역할 보장)과 관련하여 ‘도농 격차 해소’를 2030년까지 달성해야 하는 주요 과제로 지적했다. 북한은 인민생활 향상을 위해 도농 격차 및 빈부격차 해소를 위한 정책 수단으로 ‘지방발전 20×10 정책’을 지속적으로 강조할 가능성이 높아 이에 대한 꾸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