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칼럼
북핵 위협에 맞서 ‘연성 핵
공유체제’를 모색해야 하는 이유
2022년 한 해 동안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8회를 포함해 총 38차례에 걸쳐 70발가량의 미사일을 발사했다. 또 노동당 제8기 6차 전원회의(2022년 12월 26~31일)를 통해 핵 무력 강화의 당위성을 강조하면서 핵무기의 기하급수적 확대를 중심으로 한 2023년 국방발전 전략을 천명했다.
북한의 도발적이고 위험한 군사적 모험과 맞물려 국내에서는 대북 확장억제의 실행력을 제고하고 북핵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실효적 대안을 모색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미 핵 공유체제를 구축하자는 목소리도 커지는 상황이다.
확장억제의 신뢰성을 높이고 이를 담보할 수 있는 실효적 방안을 마련하는 차원에서 이제 우리는 한미 간 핵 공유체제 구축을 위한 논의를 진지하게 검토할 시점이 됐다. 향후 우리가 한미 핵 공유체제 구축을 준비함에 있어 전략적으로 고려해야 할 핵심 항목은 먼저 어떤 유형의 핵 공유를 추진할 것인가다. 핵 공유 유형에 따라 핵 공유체제의 특징이나 성격, 그리고 우리의 안보 자율성이나 국방력 강화 정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우리는 한반도 현실에 부합하는 한국형 핵 공유체제를 구축해나가야 한다. 이때 한국형 핵 공유체제는 적어도 다음의 3가지 원칙과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첫째, 한미 핵 공유체제 구축을 통해 미국이 제공하는 확장억제의 신뢰성이 강화되고, 우리가 그 변화를
어느 정도 인지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미래 구축될 핵 공유체제에서 한미 양국은 실효적 핵 정보를 공유하고 핵 정책협의 시스템을 활발하게 운영해야 한다.
둘째, 한반도 현실에 부합하는 핵 공유 유형은 미국 전술핵무기를 한국 영토에 배치하는 ‘기지형’이나 미국 핵무기를 한국의 해·공군력에 기반을 둔 운반수단에 장착하는 ‘대여형’ 같은 ‘경성 핵 공유’는 지양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핵 능력을 지원해 신장케 하는 ‘연성 핵 공유’를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 연성 핵 공유는 핵 위협에 대한 직접적이고 물리적 대응 방안보다는, 비핵국가인 한국의 핵 능력 신장에 초점을 두고 미국으로부터 핵무기가 아닌 다른 핵 능력 구성 요소를 제공 혹은 지원받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북한이나 주변국의 직접적 도발 혹은 안보 우려를 불러일으키지 않으면서 점진적으로 한국의 핵 능력을 신장시켜나갈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우리는 과거 핵보유국과 연성 핵 공유를 추진한 다양한 나라 사례를 찾아 분석하고, 우리나라에 적용할 정책적 참고자료로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미국과의 핵 공유체제 구축이 단순히 미국에 대한 핵 안보 의존에 머무르면 안 된다. 미국과 핵 공유체제를 구축함으로써 한국의 안보 자율성과 국방력 강화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돼야 한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핵 능력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정책 과제 발굴 및 핵잠수함 도입을 국방 정책의 전략과제로 선정하고, 이를 추진하기 위해 한미 고위급 협의를 적극적으로 추진해나가야 할 것이다.
※ 평화통일 칼럼은 「평화+통일」 기획편집위원들이 작성하고 있습니다.
이 수 형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