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Vol 1972023.03.

청년 상상플래닛


평화통일 아이디어 경진대회에 참여한 청년들의 톡톡 튀는 제안과 상상을 소개한다.

보드게임 ‘한반도 마블’ 프로젝트

우리에게 필요한 건
‘있는 그대로의 북한’을 바라보는 시선!

북한은 우리에게 불편한 형제다. 좀 잊고 모르는 채 지내고 싶어도 뉴스에서 항상 이야기가 들려오니 신경 쓰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청년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도저히 같이 살 수 없다고 의절하고, 무시하는 것이 답일까?

불편한 형제, 북한
필자는 ‘비링크드’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교육학과 대학생 모임 대표다. 비링크드의 시작은 2020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기승을 부리던 시기, 필자와 친구들은 청년의 힘으로 사회에 기여할 방법이 없을지 찾고 있었다. 그러던 중 ‘Liberty in North Korea(LiNK)’라는 단체 활동가와 만날 기회가 생겼다.

‘북한 개방과 북한 주민의 자유’를 목표로 활동하는 LiNK 활동가가 들려준 이야기는 꽤나 생소했지만, 우리에게 큰 감명을 줬다. 북한 사람들이 우리와 같은 민족이라는 사실 때문만은 아니다. 우리 사회에는 다양한 출신과 배경을 가진 사람이 살아간다. 북한이탈주민은 우리와 가장 비슷하지만, 동시에 가장 낯설고 어렵게 느껴지는 대상이다. 이들을 이해하고 포용하는 것이 교육학도로서 사회에 기여하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많은 청년에게 북한은 낯설고 불편한 주제일 것이다. 요즘같이 북한 핵이나 미사일 소식이 뉴스 속보로 많이 등장하는 시기에는 더욱 그럴 수 있다. 북한에 대해 공부하는 것만 알려져도 ‘특이한 사상을 가진 사람’으로 오해받기 십상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럴수록 더욱 북한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봤다.

언론을 통해서만 북한 소식을 접하다 보면 북한은 개개인이 어떻게 할 수 없는 거대한 위험으로 여겨지곤 한다. 하지만 그것이 북한의 전부일까. 분단된 지 70년,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 흘렀다. 그럼에도 남북은 여전히 같은 언어를 사용하고, 수많은 문화와 역사를 공유하고 있다. 우리는 분명 무시할 수 없는 수많은 연결점으로 이어져 있다. 그런데 우리는 서로 ‘같음’을 찾기 전에 ‘다름’부터 찾는다.

“통일을 해야 한다”, “북한이탈주민을 도와야 한다” 같은 당위론을 이야기하려는 것이 아니다. 단지 우리는 북한을 왜곡 없는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질문하고 싶다. 한반도 통일이나 북한과의 평화사업에 대해 논하기 전에, 우리는 대중이 북한에 대해 갖고 있는 선입견과 낯섦을 우선적으로 해소해야 하지 않을까. 아무리 획기적이고 합리적인 통일정책이 나온다 하더라도, 우리 국민이 북한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북한과 관련되는 것 자체에 대해 거부감을 느낀다면 의미 있는 교류가 진행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2022 대한민국 청년 평화플러스 오픈랩 프로젝트’ 시상식에서 활짝 웃고 있는 비링크드 팀원들.
평화를 위한 첫걸음, 한반도 마블
이런 맥락에서 우리는 비링크드라는 모임을 만들고 한반도를 배경으로 한 보드게임 ‘한반도 마블’을 기획했다. 이 게임을 하다 보면 한반도 곳곳을 여행하며 자연스럽게 남과 북의 공통된 요소를 발견하게 된다. 예를 들어 1919년 3·1 운동이 충남 천안 아우내장터뿐 아니라 함경도 명천에서도 일어났다는 것을 알게 된다. 또 조선시대 ‘3대 비빔밥’의 유래지가 각각 전북 전주와 경남 진주, 그리고 북한 해주였다는 것도 배우게 된다.

비링크드가 한반도 마블을 기획하며 세운 목표는 단 한 가지다. 대중이 북한을 떠올릴 때 자연스럽게 장착하게 되는 정치 또는 군사적 렌즈를 없애는 것. 대신 ‘있는 그대로의 북한’을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언젠가 우리가 가까워졌을 때 남이 아닌 이웃을 바라보는 시선으로 서로를 바라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지난해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가 주관한 ‘2022 대한민국 청년 평화플러스 오픈랩 프로젝트’에 참여해 우수상을 받았다.

비링크드가 개발한 보드 게임 ‘한반도 마블’.
돌아보면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 우여곡절도 많았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은 이유는 이 일이 청년만이 할 수 있는, 그리고 청년의 힘으로 해야만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를 응원해주는 많은 분들께 큰 힘을 받았다. 특히 ‘평화플러스 오픈랩 프로젝트’ 수상을 통해 많은 용기를 얻었다. 비링크드의 방향성에 공감해준 통일 전문가분들, 시민들을 보며 우리의 메시지가 충분히 가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비링크드의 보드게임은 3월부터 텀블벅에서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할 예정이다.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쉽고 재미있는 게임인 만큼, 많은 분이 가족 또는 친구와 함께 하나 된 한반도를 여행하며 있는 그대로의 남과 북을 즐기게 되기를 희망한다.

장 진 호 ‘비링크드’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