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Vol 1972023.03.

2020년 1월 12일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체육의 날’ 행사 모습. 당 간부 및 관계자들이 같은 체조를 하며 몸을 풀고 있다. (평양=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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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대중체조

집단 신체활동 통해 건강 증진, 집단주의 정신 제고

북한에서 체조는 “온몸을 조화로우면서도 균형적으로 발달시킬 뿐 아니라 건강을 증진시키는 데 가장 효과적인 대중적인 체육 운동”(조선대백과사전)으로 정의된다. 북한 체조는 방식과 목적, 대상에 따라 다양하게 분류되는데 일반 대중이 주로 하는 건 대중체조(인민보건체조, 대중율동체조, 건강태권도 등)다. 이 외에 전문 운동선수가 하는 기계체조(철봉운동, 평행봉운동, 안마운동, 뜀틀운동 등), 근로자 건강을 위한 업간체조, 북한 체제 선전·선동을 목적으로 하는 대집단체조 등이 있다.

북한은 주민 연령대를 감안한 맞춤 율동체조도 보급한다. 유치원생 성장발육에 도움이 되는 율동체조(뛰기운동), 초등학생 근력 및 유연성 강화를 위한 소년율동체조, 성인 대상 대중율동체조, 노인 상해 예방과 유연성 강화를 목적으로 하는 율동체조(늘구기운동) 등이 그것이다.

이 가운데 대중율동체조는 우리나라 국민체조와 진행 방식이 매우 유사하다. 하체 스트레칭으로 시작해 팔운동, 가슴운동, 어깨운동이 이어진다. 다음 순서는 허리와 등배운동. 이어 유산소운동인 뛰기를 하고, 정리 동작으로 팔다리를 움직여 숨고르기를 한다. 북한 당국은 이런 체조를 하면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한 신체를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우리나라에 북한 체조가 널리 알려진 건 개성공업지구 남북공동협력사업이 시작되면서부터다. 당시 북한 근로자들은 일하는 도중 단체로 업간체조를 하거나 점심시간을 활용해 배구 같은 구기종목 체육교류활동을 했다.

근로자 건강 관리에 특화된 업간체조는 10~15분 정도 진행되는 전신 스트레칭 운동으로, 북한 회사들은 보통 오전 11시쯤 단체로 이 체조를 실시한다. 목적은 “일하는 과정에 생기게 되는 정신육체적 피로를 빨리 회복하고 건강한 몸으로 노동 생산성을 계속 높이도록 하기 위하여”(조선대백과사전)다.



업간체조 동작은 근로 특성에 따라 조금씩 다른데, 오랜 시간 앉거나 서서 일하는 사람은 가벼운 걷기와 달리기부터 시작해 전신 스트레칭으로 이어지는 동작을 한다. 주로 허리를 굽힌 상태에서 일하는 사람의 경우 걷기·달리기와 함께 등배운동 등을 해 자세 교정에 도움이 되도록 한다.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은 매월 두 번째 일요일을 ‘체육의 날’로 정하고 집단달리기, 건강태권도, 집단체조 등을 실시하고 있다. 이날엔 모든 주민이 의무적으로 신체 활동과 대중체조를 해야 한다. 그 목적은 첫째, 건강 증진이다. 북한은 강제적 신체활동을 통해 성인병 등 각종 질병을 예방하려 한다. 북한이 ‘체육의 날’을 만든 두 번째 목적은 집단주의 정신 제고다. 집단체조 과정에서 주민의 단결성과 협동력이 강화되고 개인 활동은 배척된다는 게 북한 정권의 생각이다. 북한이 집단적 체육활동을 강조하는 세 번째 목적은 노동생산성 제고라고 할 수 있다. 강인한 체력이 노동생산성 제고로 이어진다고 보는 것이다.

북한에는 대중체조 외에도 체제 선전선동을 목적으로 하는 대집단체조가 있다. 김일성 정권부터 김정은 정권에 이르기까지 계속되고 있는 대집단체조는 주로 예술 공연과 함께 진행하는 대규모 퍼포먼스로, 어린 학생부터 성인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주민 약 10만 명이 참여한다. 김정은 집권 이후 3차례(‘빛나는 조국’, ‘인민의 나라’, ‘위대한 향도’)의 대집단체조 공연이 있었다. 북한은 ‘칼군무’를 선보이는 대집단체조를 통해 대내적으로는 집단주의 정신을 강조하고, 대외적으로는 북한의 성과 및 결속력을 선전한다.

북한의 대중체조는 국민 건강을 위한 측면과 더불어 사회주의 국가 노동생산성 제고와 사회 통제를 위한 측면도 갖고 있다.

2020년 10월 11일 북한 노동당 창건 75주년을 기념해 열린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위대한 향도’ 모습. (조선중앙TV 캡처)

북한 조선중앙TV가 방송한 ‘대중율동체조’ 프로그램의 한 장면.
(조선중앙TV 캡처)


허 정 필 동국대 북한학연구소 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