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Vol 1972023.03.

평화톡 통일톡

남북통합문화센터 자원봉사단

마음 잇고 평화 심어 하나가 되다

서울 강서구에는 탈북민과 일반 주민이 서로 이해하고 소통하는 계기를 만들어 남북통합을 촉진하자는 취지로 건립된 남북통합문화센터가 있다. 2020년 5월 13일 개관 이래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이곳에서 지난해 2월, ‘남북통합문화센터 자원봉사단’이 결성됐다. 탈북민과 일반 주민이 각각 25명씩 모여 만든 단체로, 우리의 목적은 “이웃과 공동체를 위한 나눔을 실천해 한반도 평화와 통일, 남북 주민 통합을 응원하는 것”이다.

탈북민과 일반 주민은 닮은 부분이 있지만 다른 점도 많은 게 사실이다. 우리는 자원봉사단을 만들면서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우리가 서로 이해하고 소통하는 과정에서 존중과 포용, 소통 문화가 만들어지기를 기대했다.

세상, 사람, 자신과 만나는 자원봉사
자원봉사는 세상과 만나고, 사람과 만나며, 자기 자신과 만나는 일이다. 세상에는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다양한 문제가 존재하고 늘 새로 생겨난다. 자원봉사는 그 세상을 좀 더 넓은 시야로 볼 수 있게 해준다. 자원봉사를 하다 보면 다양한 이해관계의 사람을 만나 사랑하고 갈등을 겪기도 하면서 해결 방법을 찾아간다. 자주 만나고 얘기하고 웃고 울고 부딪히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서로를 조금 더 이해하고 존중하고 포용하게 된다. 그리고 세상과 사람을 통해 나를 들여다보게 된다. 세상과 연결된 나, 사람과 연결된 나를 발견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런 효과를 기대하며 남북통합문화센터 자원봉사단을 만들었다. 단장은 남북통합문화센터 김현주 센터장이다.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직업도 직장인, 학생, 주부, NGO활동가, 사회복지사, 연극배우, 취업준비생, 은퇴자 등 다양하다.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남북통합과 관련된 사회문제를 함께 경험하며 전국을 누볐다.

지난해 6월에는 산림청 산림협력단이 기부한 묘목 300그루를 한반도 허리에 해당하는 경기도 파주시 민통선 지역에 심으며 통일을 기원했다. 7월엔 농촌에 정착한 탈북민 가정을 찾아가 일손을 돕고 마을을 청소하며 탈북민들이 지역사회에 잘 정착하기를 응원했다. 8월에는 삼계탕을 만들어 독거어르신 가정에 가가호호 배달하며 안부를 물었고, 9월에는 가족과 헤어진 채 추석을 보내게 된 탈북민을 임진각으로 초대해 명절이면 더 깊어질 수밖에 없는 외로움을 달래줬다. 10월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3년간 야외 나들이를 하지 못한 장애인과 함께 햇살 좋고 꽃이 만발한 곳으로 가을 소풍을 다녀왔고, 11월에는 에너지 빈곤가구를 찾아 창고에 연탄을 채워드렸다. 12월에는 산타할아버지와 루돌프로 변신한 자원봉사단원들이 탈북청소년을 찾아가 크리스마스의 기쁨을 선물하며 그들이 성인이 됐을 때의 한반도를 함께 상상해봤다.
심장에 남는 사람이 되어
12월 3일 해단식에서는 1년을 함께 달려온 탈북민과 일반 주민 단원 한 명 한 명의 소감을 듣는 시간도 가졌다. 새로운 경험을 통해 많이 성장했다는 이야기, 사회에 도움을 주려고 왔는데 오히려 자신이 더 많은 것을 받았다는 이야기 등이 이어졌다.

그러던 중 한 단원 차례가 됐다. 그는 같은 조원 이름을 한 명 한 명 부르면서 진심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감사함을 전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북한 노래 가운데 ‘심장에 남는 사람’이라는 노래가 있다. 오늘 문득 이 노래가 생각난다. 부족한 나에게 친절을 베풀어주며 함께해준 조원들, 우리 자원봉사단원 모두가 내게는 심장에 남는 사람이 됐다. 그동안 따뜻했고, 행복했다.” 가슴이 먹먹해지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알게 모르게 1년 동안 서로에게 스며들었다.

남북통합문화센터 자원봉사단은 올해 2기 단원을 모집해 다시 활동을 시작한다. 또 어떤 다양한 탈북민과 일반 주민이 만날까. 1년 동안 웃고 울고 부딪히고 해결하며 얼마나 많은 경험을 하게 될까. 그 생각을 하면 가슴이 뛴다. 그렇게 연결된 탈북민과 일반 주민은 각자 자신의 삶의 터전에서 또다시 새로운 사람과 만나고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갈 것이다. 그 과정은 분명 전과 같지 않을 것이다.

김 보 연 남북통합문화센터 자원봉사단 부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