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07+08 Vol.216

분단의 상처 위에 피어난
평화의 공간, 임진각

분단의 상징에서 평화의 플랫폼으로 다시 태어나다

임진각은 민간인이 허가 없이 접근할 수 있는 대한민국 파주의 최북단 관광지로, 1972년 실향민과 이산가족을 위한 망향 공간으로 조성되었다. 이후 한국전쟁의 기억을 간직한 전쟁기념지이자 접경 체험지로 발전했으며, 본관, 자유의 다리, 망배단, 평화누리공원 등 상징 시설들이 자리하고 있다. 최근에는 곤돌라와 전시관 등이 더해져 평화·생태·교육을 아우르는 복합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전쟁기념과 망향의 공간으로 시작된 임진각

임진각은 한국전쟁 이후 고향을 잃은 실향민들이 북녘을 바라보며 그리움을 쏟아낸 ‘망향의 성지’로, 분단의 아픔이 서린 공간이었다. 1972년, 전쟁기념과 반공 교육의 거점으로 국가 주도로 건립되었으며, 군인과 학생들의 안보 교육 장소로 활용되는 한편, 실향민들에게는 상징적 제단이자 제사 공간이 되었다.

이 시기 조성된 망배단, 자유의 다리, 평화의 종, 전쟁포로 기념관 등은 전쟁의 기억과 이산의 슬픔을 되새기며 분단 현실을 일깨우는 상징물로 기능해왔다. 특히 망배단은 명절이면 북녘을 향한 절을 올리려는 실향민들의 발걸음으로 가득했다.

관광지이자 민간 교류의 관문으로 변화

1990년대 이후 남북관계가 변화하면서 임진각 역시 ‘안보 중심 공간’에서 ‘평화 관광지’로 기능이 확장되었다. 2000년 남북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금강산 관광과 경의선 철도 복원 논의가 본격화되었고, 임진각은 남북 철도 연결의 출발점이자 남북 교류의 상징 공간으로 다시 조명되었다.

도라산역이 임진각 인근에 개통되면서 이 일대는 분단의 상징에서 연결과 화해의 통로로 그 위상을 바꾸었다. 이는 단순한 교통망 확장 그 이상으로, 향후 유라시아 철도망과의 연결 가능성 속에서 ‘한반도 평화경제 구상’의 전략 거점으로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또한 이 시기부터는 외국인 관광객과 일반 시민의 방문도 급증했으며, 각종 전시회, 문화행사, 통일교육 프로그램 등이 진행되며 임진각의 역할은 점차 다변화되었다. 특히 통일부와 파주시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평화교육, 청소년 안보체험, 시민 참여형 문화 프로그램은 ‘찾아가는 평화공간’으로서 임진각의 위상을 강화하고 있다.

리모델링을 통한 복합문화공간으로의 재탄생

2020년대 들어 경기도와 파주시는 임진각 일대를 ‘DMZ 평화관광 벨트’로 조성하기 위한 대규모 정비사업에 착수했다. 이 사업은 노후화된 기존 시설을 개선하고, 친환경 요소를 강화하며, 현대적인 전시관과 복합문화 공간을 새롭게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추진되었다.

그 결과 임진각은 ‘반공의 성지’에서 ‘평화와 공존의 플랫폼’으로 대전환을 이루었다. 생태·예술·교육 기능을 아우르는 새로운 복합 관광지로 거듭난 임진각은 단순한 역사적 장소가 아니라, 시민의 참여와 기억이 축적되는 살아있는 역사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또한 인근에는 DMZ 평화 순례길, 도라산 전망대, 제3땅굴 등과 연계된 다양한 탐방 코스가 운영 중이며, 민통선 내 캠프 그리브스 역시 체험형 평화교육 공간으로 확대 개방되고 있다. 캠프 그리브스는 과거 미군기지를 리모델링해 운영 중인 국내 유일의 DMZ 안보체험시설로, 청소년과 외국인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평화통일의 상징으로서 임진각의 미래

임진각은 단지 전쟁의 기억을 담는 장소를 넘어, 남북 평화공존과 통일의 비전을 구체화하는 장으로 변화해 가고 있다. 시민과 예술가가 함께하는 평화콘서트, DMZ 국제다큐영화제, 이산가족 기념행사 등은 분단의 아픔을 넘어선 기억의 공동체 형성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평화의 종’을 울리는 체험 행사나 청소년 통일캠프 등은 다음 세대에게 통일의 가치를 자연스럽게 전하고 있다.

UN군사령부의 관리 아래 민간인의 접근이 가능한 몇 안 되는 접경지라는 지리적 특수성 또한 임진각의 상징성을 더욱 강화시킨다. 이러한 맥락 속에서 임진각은 대한민국이 추구하는 ‘기억의 치유’, ‘화해의 장’, 그리고 ‘통일의 디딤돌’로서 미래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 임진각 본관 전쟁과 평화를 기억하는 출발점

    임진각 본관은 한국전쟁 관련 유물과 사진을 전시해 분단과 전쟁의 아픔을 기록하고 평화교육에 활용된다. 본관 앞에는 실향민들의 제단인 망배단과 평화의 종, 평화누리공원, 경의선 장단역 증기기관차, 자유의 다리 등이 있다.

  • 평화의 종 분단 극복과 평화를 울리는 상징

    인류의 평화와 민족의 통일을 염원하며 건립된 평화의 종은 21세기를 상징하는 의미로, 무게 21톤에 이르는 종과 21개의 계단으로 구성되어 있다. 종에는 ‘통일’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으며, 기념일마다 울려 퍼지며 평화를 기원하는 상징적 존재로 알려져 있다.

  • 망배단 북녘 하늘을 향한 그리움의 의식

    1985년에 제작된 망배단은 실향민들이 명절이나 기념일마다 북쪽을 향해 조상께 절을 올리는 제단이다. 전쟁으로 고향을 잃고, 가족과 생이별한 이들이 하늘을 향해 마음을 전하는 곳이자, 단절된 민족의 염원이 담긴 상징적 장소다.

  • 바람의 언덕 평화와 희망을 돌리는 바람개비 동산

    평화누리공원 언덕 위에 조성된 바람의 언덕은 수천 개의 형형색색 바람개비가 끊임없이 돌아가는 공간이다. ‘평화’, ‘기억’, ‘그리움’ 등의 글귀가 담긴 바람개비는 방문객들의 염원을 담아 평화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