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07+08 Vol.216

독일 한국입양동포와 함께하는 문화행사

광복 80주년을 맞아 문화로 다지는 자유와 평화의 염원

민주평통 북유럽협의회는 독일 내 한국입양동포와 함께하는 문화행사를 개최했다. 우리나라의 독립 80주년과 독일통일 35주년이라는 두 중요한 기념 해를 맞이하며, 한국과 독일의 역사와 문화를 접하는 재독동포들에게 자유, 평화, 민주가 무엇인지 더욱 인식을 높이는 자리가 필요했다. 이 생각을 염두에 두며, 한국과 독일이 준비한 진솔하고 열정적인 프로그램과 기성세대의 지혜롭고 정다운 프로그램이 한 데 어우러진 문화행사를 소개해본다.

지난 5월 18일, 독일 에센에서 ‘한국입양동포와 함께하는 문화행사’가 열렸다.

뿌리를 잇는 시간, 에센에서의 특별한 만남

지난 5월 18일, 독일 에센에서 특별한 만남이 이뤄졌다. 민주평통 북유럽협의회가 주최한 ‘한국입양동포와 함께하는 문화행사’가 현지 입양한인과 교민, 자문위원, 그리고 한반도에 마음을 둔 독일인들이 함께한 가운데 열렸다.

이 행사는 단순한 문화행사와 달랐다. 사실 북유럽협의회는 독일에 거주하는 한국입양동포들과 지속적인 소통과 면밀한 대화를 통해 평화와 자유를 향한 장기적인 과제를 다룰 수 있도록 보다 근본적인 주제를 살피고 함께 공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구상해왔다. 그리하여, 한국에 뿌리를 두었지만 한독을 아우르며 살아가는 이들만의 특별한 문화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프레젠테이션과 음식 체험을 준비했다. 이것으로 동포들에게는 뿌리를 되찾는 시간을 만들었고, 그로 인해 ‘우리는 하나’라는 사실을 깨닫게 하는 소중한 자리였다.

환영과 공감의 인사

개회사를 통해 고창원 북유럽협의회장은 “작년 김치 담그기에 이어서 올해 다시 한번 한국입양동포와 만두 빚기 행사를 개최할 수 있도록 애써준 분들께 감사하다”며 정기적으로 한국입양동포를 만날 수 있어서 기쁜 마음을 전했다. 특히 두 손으로 정성스럽게 빚는 대표적인 음식인 만두를 빚으며, 남북한을 아우르는 우리의 고유 음식에 정성을 꾹꾹 눌러 담아 다 함께 통일에 대한 염원을 담아보자고 제안했다.

민재훈 주독 대한민국 대사관 본분관장은 “각기 다른 지역에서 다양한 삶을 살아왔지만 공통된 정체성과 뿌리를 지닌 소중한 한국입양동포 가족을 환영한다”며,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며 살아온 용기와 노력에 존경의 마음을 보냈다. 또한 “문화는 과거와 현재를 잇고 서로의 마음을 연결해 미래로 나아가는 길을 비추는 불빛과도 같다”며, “문화를 함께 나누는 시간을 통해 단순한 행사를 넘어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며 하나 되는 뜻깊은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콜야 호흘펠트(Kolja Hohlfeld) 독일한국입양동포협회 회장은 이번 행사가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함께 만나 정체성을 공감하며, 한국과 독일을 다양한 방식으로 연결하는 문화 행사”라며, “그 안에서 새로운 관점과 따뜻한 정서를 느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그는 함께해준 이들에게 감사의 마음도 덧붙였다.

입양동포의 가족찾기 여정

이어서 한국입양동포의 “가족찾기 프레젠테이션”이 이어졌다. 발표를 맡은 마야 해르팅(Maya Haerting)은 자신이 발견된 장소의 근처를 찾아가 자신을 광고하는 전단지와 상품을 만들어 가족을 찾기 위해 지나온 과정을 들려주었다. 유전자 검사를 관공서에 등록했지만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어서 금방 철거될 것을 알면서도 전단지를 붙이는 심정에 대하여 이야기했다. 그녀는 담담하게 설명했지만, 녹록지 않은 세월 동안 감당했을 입양동포들의 복잡한 감정이 느껴져 장내에는 눈시울이 붉어진 참석자들도 많았다.

청중들은 이 프레젠테이션은 단순한 개인의 경험 공유가 아니라, 우리가 광복 이후 진정한 평화와 빛을 향해 나아가던 중에 겪었던 무수한 역경과 혼란이었음을 공감했다. 그런 지난한 역경 속에서도, 정체성에 대한 혼란과 그리운 가족에 대한 아픔을 딛고 자신의 뿌리를 지키며 한독을 잇는 민간외교 역할을 자처하는 입양동포들의 현재 이야기는 커다란 감동과 도전을 안겨주었다. 나를 떠나보낸 나라이기도 하지만, 나의 친부모가 살고 있을 나라이자 이제는 나의 친구가 살고 나를 응원하는 대한민국의 재외동포로서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고 있다.

먼저 통일을 경험한 독일의 국민이기도 한 자신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역량을 발휘하기 위해 민주평통과 소통하면서도, 여전히 한국의 가족을 찾고 있는 이들의 승화된 감정에 모든 참석자들이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북유럽협의회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평화로운 한반도를 염원하며 민주평통 활동에 함께하는 한국입양동포들에게 고맙고 대견한 마음을 담아 선물을 전달했다.

한국입양동포 마야 해르팅(Maya Haerting)의 ‘가족찾기 프레젠테이션’은 청중들에게 커다란 감동을 안겨주었다.

함께 빚는 평화의 상징, 통일만두

이어서 이번 행사의 주요 프로그램인 <통일만두빚기>가 시작되었다. 직접 만두를 빚기 전에 고정아 여성분과위원장은 만두의 유래와 특징에 대해 소개하였고, 지역별로 기후와 문화 등에 따라 조금씩 그 모양과 속이 다른 만두의 예를 보여주었다.

직접 만두를 빚어보는 입양동포들은 “여태껏 다 만들어진 냉동만두만 보다가 이렇게 직접 빚어보니 재미있고 인상적이다”며 손으로 꼭꼭 누르며 빚어보았다. 너무 꼬옥 눌러도 터지고 너무 많은 속을 채워도 터지는 만두 때문에 여기저기서 도움을 바란다는 소리가 들리기는 했지만, 그 덕분에 자문위원들과 함께 만두에 물을 묻히거나 속을 덜어내는 등 그야말로 ‘가족과 같이’ 정답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고정아 여성분과위원장은 “알려준 대로 직접 쌈을 싸먹어보면서 행복해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마음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며, 오늘의 이 감동을 서로 나눌 수 있도록 수고해 준 모든 손길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