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07+08 Vol.216

독립기념관,
역사를 마주하고 미래를 품다!

광복 80주년, 민족 자존의 상징이자 시민 역사 플랫폼으로 거듭나다

광복 80주년을 맞은 올해, 독립기념관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1987년 국민의 성금으로 세워진 이곳은 단순한 전시관을 넘어 민족 자존의 상징이자 우리 모두의 기억이 모인 공간이다. 7개의 전시관과 수많은 조형물, 그리고 조선총독부 철거 부재까지.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을 지켜낸 수많은 이들의 숨결이 곳곳에 살아 있는 이 장소에 다시 발을 디뎌보았다.

빛의 정신을 품은 공간, 독립기념관의 시작

대한민국이 일제강점기에서 벗어나 빛을 되찾은 날, 8월 15일. 그날로부터 정확히 42년 뒤인 1987년 8월 15일, 충청남도 천안시 목천읍의 언덕 위에 독립기념관이 문을 열었다. 독립기념관은 자주적인 역사 교육 공간의 필요성이 팽배했던 당시 분위기 속에서 정부 예산에 전적으로 기대지 않고 전국적인 국민 모금 운동으로 지어진 공간이었다. 1983년 8월 15일 독립기념관 기공식까지 약 706억 원의 성금이 모였으니 이는 단순한 기부가 아닌, 민족 자존을 세우기 위한 자발적 주권 선언이나 다름없는 일이었으며 당시 독립기념관 설립에 대한 국민의 열망이 얼마나 뜨거웠을지 능히 짐작이 가는 부분이다.

유관순, 조병옥, 이동녕 등 여러 항일 독립열사들이 태어나서 활동한 천안 목천에 세워진 독립기념관은 120만 평의 부지라는 너른 공간에 다양한 조형물과 공원, 총 7개의 상설 전시관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거대한 규모는 단순히 물리적인 크기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기념관 설립 이후 이곳을 찾는 방문객들의 숫자는 그 규모에 가히 걸맞다. 2025년 현재까지 누적 방문객 5,500만 여명이 훌쩍 넘으며 연간 100만 명이 다녀가는, 명실공히 독립의 역사를 기억하는 국민들이 모이는 공간으로 오롯이 제 기능을 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광복 80주년을 맞은 2025년, 독립기념관은 ‘국민 기억의 허브’로서의 그 위상을 다시금 확인받고 있다. 어린 시절, 한 번쯤 소풍이나 견학으로 이곳을 다녀갔던 기억을 품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추억 안에서 독립기념관은 여전히 국내 초·중·고등학교의 역사 교육 현장 체험처로 상위권을 기록하며 외국인 방문자 수 또한 매년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광복 80주년은 물론 이전의 역사를 마주할 수 있는 곳인 독립기념관의 모습.

역사를 품은 조형물과 시대를 걷는 전시관

이제 독립기념관을 향해 걸어보자. 기념관 정문을 지나면 웅장한 ‘겨레의 탑’이 눈앞에 펼쳐진다. 51.3m 높이, 17.6m 폭, 9.6m 너비의 이 탑은 단일 조형물로는 국내 최대급이며 해방과 희망, 자주정신을 상징하고 있다. 겨레의 집을 향해 올라가다 보면 광개토대왕릉비, 태극기 한마당, 겨레의 큰마당 등이 조성되어 있고 독립운동가 흉상들이 이어져 관람객의 시선을 천천히 과거로 이끈다.

겨레의 집에 들어서기 전에 꼭 한번 들러볼 만한 곳이 있다. 바로 1995년 철거된 조선총독부 건물의 일부 잔해를 보존·전시한 ‘조선총독부 철거 부재 전시공원’이다. 일제 식민 지배의 물리적 흔적이자, 한국 근현대사의 아픔을 그대로 안고 있는 이 석재들은 관람객으로 하여금 ‘일제강점기 시절 순국열사들의 결사항쟁’과 ‘역사를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에 대한 심도 깊은 화두를 던진다.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기둥과 벽체, 장식 부조 일부가 띄엄띄엄 놓여 있는 이 공간은 ‘기억의 장소화’가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버려진 듯 방치된 듯 그 의미를 다하고 있다.

특별 기획전시장 입구에 세워져 있는 윤봉길 의사, 안중근 의사, 김좌진 장군의 동상

7개의 전시관, 기억해야 할 우리의 광복 역사

전시 여정은 1관 ‘겨레의 뿌리’에서 시작된다. 이곳에서는 삼국시대부터 조선 말기까지 이어지는 민족사의 흐름 속에서 우리 겨레가 지켜온 자주성과 정체성을 살펴볼 수 있으며 독립운동 정신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를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 이어서 2관 ‘겨레의 시련’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국권을 빼앗긴 민족이 일제의 수탈과 억압 속에서 겪은 고난의 시간이 펼쳐진다. 참혹한 현실과 함께 그 속에서도 삶을 이어가려 했던 민중의 절망과 저항의 흔적들이 진솔하게 담겨 있다. 3관 ‘겨레의 함성’에서는 3·1운동을 비롯한 전국 각지의 대중투쟁이 조명된다. 나라를 되찾고자 일어선 수많은 사람들의 외침은 단지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가 역사 속의 주체임을 일깨워준다. 그 흐름은 4관 ‘평화누리’로 이어진다. 이 공간에서는 독립운동이 단순한 민족 해방을 넘어, 자유와 정의 그리고 인류 보편의 가치로서의 평화를 지향했던 깊은 뜻을 공감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으며 인터랙티브 영상도 볼 수 있다. 이어지는 5관 ‘나라 되찾기’에서는 국내외에서 벌어진 다양한 독립전쟁과 무장투쟁이 전시되어 있다. 곳곳에서 펼쳐진 치열한 항쟁의 흔적들을 통해 조국을 되찾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과 희생을 생생하게 마주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6관 ‘새로운 나라’는 그러한 투쟁의 기반 위에서 세워진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활동을 다룬다. 임시정부의 노력과 역사적 경험이 해방 이후 대한민국 정부로 이어지는 과정을 통해, 독립운동이 한 나라의 미래를 준비한 과정이었음을 되짚게 한다. 7관 특별기획전시실은 시기에 따라 다양한 주제의 특별전이 개최된다.

전시관 곳곳은 귀한 역사유물로 가득하다. 을사늑약문, 한국광복군 서명문 태극기, 도산 안창호 일기, 독립선언서 등 교과서에서만 읽거나 보던 물건들이 눈앞에 펼쳐지니 놓치지 말고 꼭 짚고 가보자.

독립기념관의 7개 전시관은 겨레의 뿌리에서부터 시작하여 임시정부의 노력을 중심으로 귀한 역사유물과 함께 잘 구성되어 있다.

시민 역사 플랫폼으로서의 가치

드넓은 독립기념관들을 오가는 관람객들이 매 전시관마다 꽤 높은 집중력을 보여준다. 단체로 관람 온 어르신들부터 친구들, 연인들, 가족 단위까지 폭넓은 연령대가 인상적이다. 관람객 중 마주한 최홍영 씨는 “청주에서 왔다. 우리 역사의 뿌리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일부러 시간을 내서 들렀다. 독립기념관에는 첫 방문인데 매우 인상적이다.”라는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더 이상 박제된 공간이 아닌 독립기념관.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모여 과거를 통해 현재를 바라보고 다시 미래를 설계하는 시민 역사 플랫폼으로서의 가치가 방문객들의 진지한 눈빛을 투과해 다시 보이는 순간이다.

기억에서 실천으로, 독립정신을 이어가는 미래 공간

2025년, 광복 80주년을 맞은 대한민국에서 독립기념관은 다시금 시대적 주목을 받고 있다. 고정된 전시를 넘어 청소년 교육, 시민 참여 콘텐츠, 온라인 가상 전시 등 새로운 플랫폼으로 도약하고 있으며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주관하는 ‘2025~2026년 한국관광 100선’에 다시 선정되면서 수많은 시민들의 발걸음을 예고하고 있다. 또한 광복 8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다양한 시민 참여 행사가 성황리에 개최되었거나 향후 개최를 앞두고 있다.

2025년, 광복 80주년을 맞은 대한민국 독립기념관은 이제 단순한 역사 재현의 공간이 아니다. 사회적 공감과 실천의 장으로서 진화 중이다. 80년 전, 이름 없이 조국을 위해, 독립을 위해 희생했던 수많은 이들이 지킨 그 정신은 지금 이곳에서 ‘살아 있는 유산’으로 자라나고 있으니 이제 우리가 할 일은, 그 기억을 이어가고 다음 세대와 함께 실천하는 일이다. 독립기념관은 오늘도 그 길 위에서 조용히, 그러나 단단히 대한민국을 지탱하고 있다.

‌광복 80주년을 맞은 독립기념관은 역사적 재현의 공간이 아닌 사회적 공감과 실천의 장으로 진화 중이다.
미니 인터뷰

MINI INTERVIEW

INTERVIEW #1

노학준 씨 가족

아산에 거주하고 있어 가까운 독립기념관을 자주 찾는다. 어릴 적 소풍으로 자주 왔던 곳이기도 하고 의미 깊은 장소이면서도 풍광이 아름다워 가족과 함께 또 왔다. 아이가 아직 어리지만 이곳이 자연스럽고 익숙한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일제강점기 독립투사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우리가 지금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우리 아이가 살아갈 미래 역시 그분들의 헌신 덕분에 가능해졌다는 생각에 광복 80주년을 맞아 다시 한번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독립기념관은 전시관 외에도 볼거리가 많고, 계절별·시기별로 다양한 행사가 열려 늘 새롭게 다가오니 많은 분들이 찾아와 함께 기억하고 느끼셨으면 좋겠다.

INTERVIEW #2

원정연 씨 가족

군 복무 중인 동생 그리고 어머니와 함께 인천에서 독립기념관까지 달려왔다. 이번이 내게는 첫 방문이었는데, 전시관을 둘러보는 내내 소름이 돋을 정도로 깊은 인상을 받았다. 사실 나는 역사 공부를 잘 하지 않았고 우리 역사에 대해서도 많이 알지 못했다. 하지만 오늘 전시관을 순차적으로 둘러보며 설명을 읽고 퀴즈도 풀고 다양한 체험을 하다 보니 그동안 내가 얼마나 무지했는지를 절감하게 되었다.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유와 일상이 결코 당연하거나 쉽게 얻어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깊이 반성하게 되었고 정말 많은 것을 느끼고 돌아간다. 개인적으로도 잊지 못할 매우 유의미한 경험이었으며 독립을 위해 헌신하신 순국 열사들께 깊이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