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맥주에 담긴 전략
대동강맥주를 중심으로 본 북한 맥주산업의 발전과 남북 경제협력 가능성
남북이 다시 교류협력을 재개하면 남한 주민들은 북한의 어떤 상품부터 구매하고 싶을까? 사람마다 다양하겠지만 가장 먼저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 중의 하나는 아마 대동강맥주가 아닐까 싶다. 다만 대부분의 남한 주민들은 북한의 맥주하면 대동강맥주, 소주하면 평양소주를 먼저 기억할 것이다. 북한에도 다양한 술이 있고 지방경제의 활성화와 재자원화, 관광 활성화라는 국가적인 트렌드에 맞물려 발전하고 다양한 상품이 등장하고 있다. 뜨거운 여름을 맞아 시원한 북한 맥주 한 잔으로 북한의 트렌드를 읽어본다.

왜 하필이면 북한 술, 특히 대동강맥주인가?
주류상품이 남북 간 상품교역에서 주목받는 품목인 이유는 첫째, ‘술’이라는 기호식품이 갖는 친근한 이미지 덕분일까 한다. 친근한 사이는 물론 어색하거나 처음 보는 사이라 할지라도 어색함을 풀어낼 수 있는 상품으로 술만한 게 있을까?
둘째, 요즘 ‘관세’가 세계적인 이슈인데 주류상품은 원래 대표적으로 관세와 함께 주세, 교육세, 부가가치세 등 다양한 세금이 붙는 상품1)으로 수입산 주류는 국내산 주류에 비해 비싼 편이다. 최근에야 시장이 많이 개방되고 세율부과 방식을 2020년경에 바꾸어 그 이전 시기보다 수입산 위스키나 와인 같은 상품을 대형마트에서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게 되었지만 2000년대 시점만 해도 그렇지 않았다.
셋째, 특히, 대동강맥주가 주목받은 이유는 국내산 맥주보다 더 맛있다는 어느 외신기자의 평가 덕분이다. 5.5%에 적당한 알코올 도수와 청량감, 호기심에 더해 맥주 맛을 조금 더 잘하는 영국 출신의 외신기자가 대동강맥주 맛을 국내산 맥주보다 더 호평을 했으니 안 그래도 새로운 것, 이색적인 것을 찾던 남한 소비자층은 대동강맥주에 대한 호기심이 높아졌고, 북한당국도 기자의 호평을 활용한다.


북한 주민들도 즐기는 맥주
북한 주민들도 나름의 경제가 작동하던 1980년대까지는 경흥맥주를 중심으로 다양한 맥주를 즐길 수 있었다고 한다. 고난의 행군을 겪으며 맥주를 즐기던 문화가 점차 사라진 평양에서 다시 그들의 자존심을 세워준 맥주가 등장했는데 바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대동강맥주이다.
2001년경 러시아 발티카 맥주를 맛본 김정일 위원장이 새로운 맥주공장 설립을 지시하자 북한당국은 폐업한 한 영국 맥주공장을 약 150만 파운드(약 23억 원)의 거금을 들여 설비를 모두 그대로 평양으로 이전해 대동강맥주공장을 설립하고 라거 맥주2)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북한 국내에서 판매되는 대동강맥주 라벨에는 1번부터 7번까지 있는데 번호에 따라 원료의 비율과 맛, 알코올 도수가 다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중 2번 상품이 김정일 위원장으로부터 칭찬도 받았고, 대외수출용 상품으로 판매되는 대동강맥주도 2번 상품으로 나간다고 2014년 당시 개성공단의 한 북한식당 복무원이 본인에게 설명했던 안내가 기억이 난다.
맥주는 대표적인 북한의 관광·외화벌이 상품
러북밀착이 가속화되면서 최근에 대동강맥주가 러시아에도 수출이 늘었다는 보도가 되기도 했다.3) 평양대동강맥주축전이라는 독일의 옥토버페스트 유사한 행사를 2015년경부터 매년 개최하여 참가하는 외국 관광객들에게 대동강맥주뿐만 아니라 다양한 맥주를 즐길 기회를 허용한다.
2018~2019년에 발간된 <조선의 상품> 책자에는 운하대성식료공장의 <대하맥주>와 은하수식료공장의 <은하수맥주>를 홍보하고 있다. 두 상표 모두 캔과 PET병 방식의 생맥주를 상품화하여 판매한다. 이외에도 북한의 선전매체나 외국인 관광객 전언에 의해 북한의 맥주는 <평양흑맥주>, <락원맥주>, <옥류맥주> 등 다양한 상품과 브랜드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맥주의 재자원화, 캔맥주 기술
2016년 8월부터 <대동강맥주>와 <경흥맥주>가 캔맥주 상품으로 생산되었고4) 2017년 6월 단동의 여러 상점에서 두 브랜드의 캔맥주가 판매되는 것을 직접 확인했다. 최근에는 병마개 기술도 보완된 것으로 보이고 캔맥주는 장기간 보관이 가능하므로 해외에 수출하기에도 유리하다. 무엇보다 알루미늄 캔은 재자원화에 용이하다.
만약 북한이 2016년에 4차 핵실험 및 그 이후의 핵실험을 하지 않았고 대북제재가 현재 수준처럼 강화되지 않았다면 최소한의 남북교류협력 유지와 함께 북한의 캔맥주 상품이 한국의 대형마트 맥주 진열장에 올려져 있었지 않았을까 상상해본다. 교류협력이 재개되는 그날, 다시 한번 맥주 한 잔 가볍게 건배하며 평화와 통일을 꿈꾸는 자리가 빨리 마련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