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07+08 Vol.216

끝나지 않은 분쟁:
인도-파키스탄 갈등의 역사적 기원과 전개

2025년 파할감 사태를 통해 본 핵보유국 충돌의 위험

2025년 4월 인도령 카슈미르의 파할감에서 발생한 테러는 인도-파키스탄 갈등의 구조적 불안정성을 다시금 국제사회에 환기시킨 사건이었다. 이번 사태는 1947년 영국으로부터의 분리독립 이후 78년간 누적되어 온 인도-파키스탄 갈등의 역사적 맥락 속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종교적 정체성의 갈등, 국내 정치적 이해관계, 미중 전략경쟁의 대리전 양상 등 복합적인 요인이 얽힌 인파 분쟁은 국제 안보에 중대한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강대국의 힘이 충돌하는 지정학적 단층대에 자리한 양국은 핵보유국이기도 하여 우려를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양국의 분쟁이 평화적인 결말에 이를 수 있을지, 그 역사적 기원으로부터 구조적 요인까지 짚어 보면서 출구를 모색해 보기로 한다.

카슈미르 지역의 풍경. 영국이 이 대륙을 떠난 이후 인도와 파키스탄 사이에서 벌어진 모든 갈등의 배경이 되고 있다. ⓒ셔터스톡

인파 분쟁의 역사적 기원

인도-파키스탄 간 카슈미르 분쟁은 1947년 영국의 식민 지배 종식과 분리독립 당시 제시된 ‘두 국가 이론(Two-Nation Theory)’에 기초한 역사적 갈등에서 비롯되었다. 이 이론은 힌두교도와 무슬림이 단일 국가 내에서 평화롭게 공존할 수 없으며, 각자 별개의 문명과 정체성을 지닌 집단으로 간주되어야 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이로 인해 인도는 세속주의적 통합국가를, 파키스탄은 무슬림 중심의 민족국가를 지향하게 되었다.

동 분할은 약 1,500만 명 이상의 인구 이동과 100만 명에 달하는 사망자를 초래하는 대규모 종교 폭력과 인도주의 위기로 이어졌고, 이 같은 비극의 한가운데 귀속이 불분명했던 잠무-카슈미르 지역이 있었다. 당시 인구의 약 77%가 무슬림이었던 이 지역은 힌두계 군주 하리 싱이 통치하고 있었는데, 파키스탄이 지원한 무장세력의 침공에 직면하자 인도에 편입을 선언하고 군사적 지원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제1차 인도-파키스탄 전쟁이 발발하였고 유엔 중재 하에 실질통제선(LOC)이 설정되었지만, 영유권에 대한 분쟁은 남아 있는 채 분단 상태가 고착되었다. 이후 세 차례 더 이어진 인파 전쟁에서 1971년을 제외한 1965년과 1999년 모두 카슈미르가 원인이 되었다.

1989년 이후부터는 인도령 카슈미르 내에서 무장분리주의 운동이 본격화되면서 반군의 폭동과 반정부 테러가 빈발하였고, 수만 명의 사망자를 유발했다. 1999년 5월 파키스탄 정규군과 연계된 무장세력의 침투로 발발된 카길 전쟁은 냉전 이후 최초의 핵보유국 간 실전 충돌이었다. 이후에도 2001년 인도 의회 테러, 2008년 뭄바이 테러, 2016년 우리 공격, 2019년 풀와마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하였고, 이때마다 파키스탄 소재 테러 집단의 개입 의혹이 반복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분리 독립 이후 카슈미르 지역의 영유권을 놓고 지속적으로 무력 충돌을 벌이고 있다. 현재 양측의 경계는 국경이 아닌 통제선(Line of Control)으로, 언제든지 분쟁이 재점화될 위험이 있다. ⓒ위키백과

파할감 테러와 군사·외교적 긴장의 재점화

2025년 4월 22일 파할감 테러를 계기로 양국 간의 군사·외교적 긴장감은 더욱 고조되었다. 인도령 잠무-카슈미르 지역 파할감에서 발생한 무차별 총격 테러는 힌두교계 관광객들을 겨냥해 26명의 사망자와 20여 명의 부상자를 발생시켰다. 공격을 감행한 무장세력은 이슬람 신앙 고백을 강요하고, 이에 응하지 않은 이들을 즉결 처형했으며, 사건 직후 인도 정부는 파키스탄 기반의 무장조직 TRF를 배후로 지목하였다. 모디 총리는 이를 국가안보 침해이자 사실상 ‘전쟁 행위’로 규정하며 즉각적이고 대대적인 보복 조치에 착수하였다.

인도는 인더스강 수자원 조약 이행 중단, 인도 주재 파키스탄 외교관 추방, 국경 폐쇄, 무역 제한 등 다양한 수단을 통해 파키스탄과 전면적인 외교 단절에 나섰다. LOC(실질통제선) 접경 지역을 중심으로 포격과 드론·사이버 교란 등 소규모 교전이 이어진 끝에, 5월 7일 인도는 ‘신두르 작전’ 아래 대규모 공습을 감행했다. 파키스탄 역시 전면대응(Total Response)을 선언하고 ‘부니안운 마르수스 작전’으로 인도 본토에 대한 타격을 개시하였다. 특히 핵무기 보유국 간의 긴장 고조는 지역뿐 아니라 국제 안보질서에도 큰 불안 요인으로 작용한바, 1999년 카길 전쟁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의 군사 충돌 가능성을 우려하며 인파 분쟁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분쟁지역인 인도령 카슈미르에 테러 위협이 고조되고 있다. ⓒnation.com 테러가 발생한 카슈미르 아난트나그구 바이사란 계곡의 풍경 ⓒ위키백과

인파 분쟁에서 비대칭 충돌이 나타나는 이유

카슈미르 분쟁은 양국의 정치적 이해관계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인도는 2019년 8월 헌법 제370조를 폐지해 잠무-카슈미르의 특별지위를 박탈하고 연방직할지로 전환했다. 이는 중앙정부 통제 강화와 인구구조 변화를 유도하기 위한 조치였다. 인도 정부는 이를 지역 통합과 경제 회복을 위한 조치로 설명하고, 관광객 유입과 치안 개선을 근거로 ‘제로 테러, 완전한 평화’가 정착되고 있다며, ‘카슈미르의 인도화’ 서사를 강화했다. 여기에 무슬림 분리주의자들은 격렬하게 반응하였다. 두 국가 이론으로 국가 정체성을 삼아온 파키스탄 정부(군부) 입장에서도 더 좌시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인도와 파키스탄 간 힘의 격차는 비대칭 전략 격화의 주요 요인이다. 인도는 인구, 경제, 자원과 군사력 등 제반 측면에서 파키스탄을 크게 앞선다. 인도의 명목 GDP는 약 4.2조 달러(2024년)로 세계 4위인데 반해 파키스탄은 약 3,746억 달러(2023년)로 10배 이상 차이가 난다. 인도는 자체 방위산업과 해외 도입을 통해 최신 무기체계를 확충해 온 반면, 파키스탄은 주로 중국산 무기에 의존하고 군사 예산도 인도의 1/8 수준에 불과해 전력 확충에 구조적 한계를 갖고 있다.

또한 인도가 상류를, 파키스탄이 하류를 차지하고 있는 인더스강에 대한 접근권 역시 중요한 변수다. 1960년 인도와 파키스탄이 체결한 인더스강 수자원 조약은 이후 세 차례에 걸친 전쟁 중에도 존속되었으나, 파할감 사태를 계기로 인도가 이를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인도의 물 차단은 농업 및 수력발전에 크게 의존하는 파키스탄의 식량·에너지 안보에 직격탄이 됨에 따라 파키스탄은 인더스 조약 이행을 중단할 경우 이를 전쟁 행위로 간주하겠다고 엄포했다.

핵보유국 대치의 새로운 위험과 국제안보 함의

양국 갈등이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핵 사용의 문턱이 낮아지는 데 있다고 할 것이다. 양국은 1998년 핵실험 이후 ‘상호확증파괴(MAD)’에 기반한 전략적 억지 상태를 유지해 왔으나, 인도의 외과수술식 타격(2016년), 발라코트 공습(2019년), 파할감 사태 대응(2025년)의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듯이 대응 수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특히 파할감 이후 인도는 NFU(핵 선제불사용) 원칙의 재검토 가능성을 공표하였고, 파키스탄도 이에 맞서 전술핵 사용 임계치 하향을 시사하며 핵 위협을 고조시켰다.

특히 2025년 5월 13일 발표한 인도의 안보 독트린(New National Security Doctrine)은 핵 억지의 균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새로운 전략 기조이다. 이 독트린은 △결정적 보복, △핵 위협 불용, △테러 지원국과 테러리스트의 구분 폐지를 3대 원칙으로 제시하며, 인도가 향후 파키스탄이 연루된 공격에 대해 더 강경한 사전 타격도 불사할 수 있음을 분명히 했다.

미중 전략경쟁과 남아시아 분쟁의 국제화

더욱이 파할감 사건을 통해 미중 전략경쟁이 남아시아에서도 본격적으로 전개되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중국은 620억 달러 규모의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CPEC)과 전략무기 수출을 통해 파키스탄의 경제적·군사적 역량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번 분쟁에서 특히 파키스탄이 도입한 중국산 J-10C 다목적 전투기(공동개발)와 PL-15 장거리 공대공 미사일이 실전 배치되어 서방산 무기체계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보여주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에 대응하여 미국은 인도를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 파트너로 격상시키고,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 참여, F-35 판매 제안, 쿼드(Quad) 협력 확대 등 다양한 방식으로 대중 견제 구도를 강화하고 있다. 이처럼 미중 간 경제·기술·군사 경쟁이 인도와 파키스탄을 매개로 충돌하는 양상은 남아시아 지역의 불안정성을 증폭시키고 있다.

2025년 4월 24일 인도 아삼주 구와하티에서 파할감 테러 공격에 항의하기 위해 학생들이 구호를 외치고 인형을 불태우고 있다. ⓒ셔터스톡

인파 분쟁, 위기관리 체계의 제도화 필요

파할감 사태는 핵무기와 비정규전이 공존하는 새로운 안보 불안정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국제사회의 중재 기능은 사실상 작동하지 않았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TRF에 대한 테러조직 지정조차 주요 상임이사국(중국)의 반대로 채택하지 못했다. 남아시아 안보는 미중 전략경쟁의 하위 무대로 전락하며 실질적 조정 공간은 점점 협소해지고 있다.

분쟁의 구조적 특성과 핵 억지의 불안정성이 중첩된 상황에서 지속 가능한 위기관리 체계의 제도화가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양국 간 군사행동에 대한 사전 통지, 비상 핫라인 가동, 핵 관련 비공식 대화 채널의 복원 등 신뢰구축조치(CBMs)를 제도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또한 핵무기 및 대테러 국제규범을 강화하고, 핵보유국의 대리전 및 저강도 도발을 억제하기 위한 국제 공조 체계와 규범 실행력을 정비함으로써 혼란의 시대에 국제사회의 안정적 질서 유지에 힘써야 할 것이다. 남아시아에서는 남아시아지역연합(SAARC), 동아시아에서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등 지역 차원의 위기관리 채널을 활성화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