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자로 읽는 북한 경제, 시장화의 단맛과 쓴맛
건강 강조·과장 문구, 과자에 담긴 마케팅의 흔적
북한 시장에서 유통되는 과자는 단순한 군것질거리가 아니다. 원자재 수급, 외화 사용, 시장 통제 정책 등 북한 경제시스템의 변화를 엿볼 수 있는 창이다. 최근 과자의 생산·유통 방식이 달라지고 가격대가 다양해지면서 시장화의 심화, 국영기업과 개인 사업자의 역할 변화, 당국의 개입 방식 등 경제 전반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북한 경제를 읽는 새로운 코드, 과자를 통해 그 흐름을 짚어본다.

북한의 당과류, 인민생활의 지표가 되다
북한에서 당과류는 사탕과 과자를 뜻하며, 국가에서 배급하는 물품 중 하나다. 태양절과 광명성절을 비롯한 주요 국가 명절에는 당과류가 특별 선물로 지급된다. 북한 당국은 당과류의 보장 여부를 인민생활 향상과 직결되는 문제로 선전한다. 예를 들어, 수해 현장에서도 당과류 공급이 중단되지 않았음을 강조한다. 2020년 8월 23일 『로동신문』에 실린 “수재민들은 군당청사에서, 일군들은 천막에서”라는 기사에서는 수해 지역인 은파군 대청리의 상황을 전하며 “로인들과 아이들이 궁금해할세라 당과류도 정상적으로 보장해 주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중국산 제품이 장마당을 통해 유통되고, 각 기업소에서도 자체적으로 당과류를 생산하고 있어 명절 지급용 당과류는 상대적으로 질이 낮은 제품으로 인식되고 있다. 또한 기업소 제품 포장지에는 주원료, 생산공장, 전화번호, 규격 등이 상세히 표기되어 있지만, 당국이 공급하는 제품에는 ‘세상에 부럼없어라’는 구호 외에 아무런 정보도 표기되지 않는다.
과자 생산공장, 평양을 넘어 지방까지?
북한에서 생산되는 과자는 크게 초콜레트(북한식 표기), 겹과자, 튀기과자, 단묵, 월병 등으로 구분된다. 주요 생산공장으로는 운하대성무역회사, 금컵체육인종합식료공장, 송도원식료공장 등이 있다. 이 중 금컵체육인종합식료공장은 김정은 시대의 대표적인 모범공장으로, 다양한 종류의 제품을 생산하며, 이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은 디자인과 포장지 재질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금컵’ 브랜드의 제품 중 1kg이 넘는 대형 포장제품이 많다.
운하대성무역회사는 ‘대하’ 브랜드를 사용하며 사탕, 단묵, 겹과자, 우유과자, 단설기, 튀기과자, 빵, 강정, 초콜릿 등 다양한 제품을 생산한다. 이 외에도 라선수채봉수산사업소, 조선대보무역회사, 선흥식료공장, 송도원종합식료공장, 경흥은하수공장, 만경대경흥식료공장, 금은산무역회사 운하금은산상점 등의 공장이 있다.
당과류 포장지에는 국가규격인 국규 외에 국제표준인 ‘ISO 22000 식품안전관리체계 인증’ 문구가 표기되어 있다. 특히 최근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시한 ‘지방발전 20승 10정책’에 따라 지방공장에서도 당과류를 생산한다고 선전하고 있다. 그동안 대부분의 제품이 평양에 있는 공장에서 생산됐으나, 향후 지방공장에서 생산되는 제품이 얼마나 확산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다양한 디자인과 서체, 소비자 취향을 고려하다?
상품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북한도 상표와 함께 캐릭터를 포장지에 활용한다. 북한 역시 산업미술을 강조하며, 상품별 ‘상표도안’과 ‘캐릭터’를 포장지에 표기한다. 자본주의 국가의 캐릭터처럼 화려하거나 개성적이지는 않지만, 직관적으로 상품을 연상시킬 수 있는 형태다. 특히 북한 당국은 자력갱생과 국산품 애용을 강조하며 ‘우리식 캐릭터’ 도안을 장려한다.
2021년 3월 10일자 『로동신문』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4년 평양양말공장을 현지지도하던 중 외국 만화영화 캐릭터가 그려진 양말을 보고는 “‘영리한 너구리’에 나오는 동물들로 바꾸라”고 지시했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영리한 너구리’는 조선 4.26 만화영화촬영소에서 제작한 북한의 대표 만화영화로, 실제 상품에도 자주 등장한다. 경흥은하수식료공장에서 생산된 ‘닭고기맛 튀기과자’ 포장지에도 이 캐릭터가 삽입돼 있다.
또한 북한산 제품 중에는 한국 제품을 모방한 듯한 디자인도 눈에 띈다. 색상, 도안, 내용물의 형태 등이 유사한 경우가 많고, 특히 과자류에서 이러한 특징이 많이 발견된다. 포장지의 디자인과 서체에서 소비자 취향을 반영하려는 모습이 엿보이며, 이는 시장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해외 수출과 과장광고, 건강에 매우 좋은 과자?
북한에서는 다양한 과자 제품이 생산되며, 이 중 일부는 수출용으로 출시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선흥식료공장에서는 ‘영양단묵’, ‘사과 튀기과자’, ‘소고기맛 감자튀기’, ‘불고기맛 감자튀기’ 등이 생산되며, 필자가 입수한 2024년 12월에 생산된 제품에는 ‘과일맛 과자’, ‘빠다과자’, ‘닭알과자’, ‘락화생닭알과자’ 등 다양한 종류가 포함되어 있다.
이들 제품의 포장지에는 과장된 문구가 눈에 띈다. “사람의 몸에 꼭 필요한 비타민과 무기질 성분 함유”, “소화장애가 없고 먹기 편리하다” 등의 문구가 표기되어 있다. 이는 제품 특성과 식품 안전성을 과장해서라도 소비자의 관심을 끌려는 마케팅 전략으로 보인다.
한편, 2024년 7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북한상품박람회에서는 다양한 과자류가 소개되었고, 이는 향후 러시아 수출을 염두에 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이처럼 북한의 과자는 북한 주민들에게 당정책을 선전하는 수단일 뿐 아니라 외화획득을 위한 수출품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앞으로 북한 과자의 생산과 유통 확산이 북한 경제 전반에 어떤 변화를 불러올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