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05+06 Vol.215

북한의 ‘국방력 발전 5개년 계획’
실체와 다음 행보는?

무기 개발의 실체 평가: 핵무기에서 정찰위성까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국방력 발전 5개년 계획’이라는 이른바 북한판 중기 군사력 증강 계획을 발표한 지 5년이 가까워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북한이 2026년 1월쯤 개최할 것으로 예상되는 제9차 노동당 대회에서 이보다 더 진전된 중기 군사력 강화 계획을 제시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김 위원장이 2021년 1월 제8차 노동당 대회에서 제시한 국방력 발전 5개년 계획의 주요 내용을 핵・미사일 분야를 중심으로 살펴보고, 그간의 성과를 분석한다. 아울러 향후 북한이 추진할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 노선의 방향도 간략히 전망한다.

2023년 3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600㎜ 초대형방사포와 순항미사일 화살-1형·화살-2형, 단거리탄도미사일 화성-11형 등에 탑재 가능한 전술 핵탄두 ‘화산-31’을 지도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2021년 1월 개최된 제8차 노동당대회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연설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논의했으나 당시에는 공개하지 않았던 계획

북한 매체는 제8차 노동당 대회 직후 발표한 보도에서 군사 분야 중기계획을 제8차 노동당 대회에서 논의했는지 등에 관해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2021년 3월 26일 <조선중앙통신>은 ‘당 제8차 대회가 제시한 국방과학정책’을 처음으로 공식 언급했다. 또한 2021년 9월 13일 <조선중앙통신>은 ‘당 제8차 대회가 제시한 국방과학발전 및 무기체계개발 5개년 계획’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즉, 제8차 노동당 대회를 개최한 지 8개월 만에 북한 당국이 해당 대회에서 군사 분야의 중기계획을 논의했음을 처음으로 공식 확인한 셈이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 부부장은 2021년 9월 15일 발표한 담화에서 북한 당국이 제8차 노동당 대회에서 논의한 ‘국방과학발전 및 무기체계개발 5개년 계획’이 “남조선의 《국방중기계획》이나 다를 바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즉, 북한도 2021년 1월 제8차 노동당 대회에서 한국의 국방중기계획과 유사한 중기 군사력 증강 계획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이후 북한 매체는 2022년 초까지 ‘당 제8차 대회가 제시한 국방과학발전 및 무기체계개발 5개년 계획’ 등의 표현을 사용했으나, 2022년 1월 12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 발사’ 참관 소식부터는 ‘당 제8차 대회가 제시한 국방력 발전 5개년 계획’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후 더 이상 새로운 표현이 등장하지 않았고, 북한이 제8차 노동당 대회에서 논의한 군사 분야 중기계획의 공식 명칭이 ‘국방력 발전 5개년 계획’으로 자리 잡은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8차 노동당 대회에서 언급했던 내용과 이후 북한 매체의 후속보도 등을 종합해 보면, 국방력 발전 5개년 계획의 주요 내용은 크게 핵무기, 핵 투발수단, 재래식 군사력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글에서는 핵무기 및 핵 투발수단에 초점을 맞춰 살펴본다.

국방력 발전 5개년 계획의 ‘핵무기’ 관련 사항과 평가

북한은 제8차 노동당 대회에서 핵무기와 관련해 ‘핵기술 고도화’ 및 ‘핵탄두 보유량 증가’ 등을 핵무기 분야의 기본 목표로 제시했다. 북한 매체는 2023년 3월 27일 김 위원장이 핵무기 병기화 사업을 지도했다고 보도하면서 이른바 ‘전술핵장치(탄두)’로 추정되는 ‘화산-31’을 처음 공개했다. 이 같은 정황을 종합하면, 북한의 ‘핵기술 고도화’는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으며, 전술핵무기 개발도 시제품 단계를 넘어서는 수준으로 평가된다. ‘핵탄두 보유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무기급 핵물질의 생산 능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북한 매체가 김정은 위원장의 핵무기연구소와 무기급 핵물질 생산기지 현지지도 소식을 보도하며 대규모 우라늄 농축 시설을 반복적으로 공개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북한이 핵탄두 보유량 확대에서도 일정한 성과를 거뒀을 수 있다. 김 위원장이 생산을 지시한 ‘초대형 핵탄두’, 즉 ‘전략 핵무기’의 폭발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으며, ‘초대형 핵탄두’를 만드는 데 소요되는 무기급 핵물질의 종류와 양을 추정하기 어려워 정확한 평가가 불가능하다.

국방력 발전 5개년 계획의 미사일 관련 사항과 평가

북한은 핵 투발수단과 관련해 총론적 측면에서 ‘핵 타격 능력 고도화’와 ‘핵 타격 수단의 다종화, 다양한 군종의 실전배치’ 등을 목표로 설정한 것으로 보인다. 각론적 측면의 첫 번째 목표인 15,000㎞ 이내 전략적 대상 타격 소멸을 위한 명중률 제고 목표는 일정하게 달성했을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북한이 2022년 1월 30일 화성-12형 검수사격시험을, 2023년 2월 18일 화성-15형 기습 발사훈련을, 3월 16일 화성-17형 발사훈련을 각각 진행했기 때문이다. 또한 북한은 2021년 3월 25일 탄두 중량 2.5t 신형 단거리 지대지 탄도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고, 2024년 7월 1일과 동년 9월 18일에 탄두 중량 ‘4.5t급 초대형 탄두를 장착한 전술 탄도 미사일인 ‘화성포-11다-4.5’’를 시험 발사했다. 이 같은 시험발사 결과에 비추어볼 때 고중량 탄두를 탑재한 신형 단거리 지대지 탄도 미사일 개발에서도 일정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은 2023년 2월 20일 600㎜ 방사포 위력시위사격을 실시한 바 있으며, 2024년 3월 18일에는 서부지구 포병부대의 600㎜ 방사포 사격훈련을, 동년 5월 말에는 서부 국경지역에 주둔하는 포병연합부대 산하 제331붉은기포병연대 제3대대의 600㎜ 방사포 위력시위 사격을 각각 실시했다. 이 같은 정황을 고려하면, 북한이 600㎜ 방사포를 양산해 실전 배치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북한이 이미 창설한 철도 기동 미사일 연대의 검열사격훈련을 2021년 9월 16일 진행했다고 처음 밝혔다는 점에서 철도로 기동할 수 있는 단거리 탄도 미사일 개발 및 관련 부대 창설 목표를, 2023년 2월 23일에는 장거리 지대지 전략 순항 미사일 발사훈련을 진행했다는 점에서 이와 관련된 목표도 일정하게 성과를 거뒀을 것으로 평가된다.

두 번째 목표인 극초음속 탄두 개발은 아직 시험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은 2021년 9월 28일과 2022년 1월 11일, 2024년 1월 14일, 다양한 형태의 극초음속 탄두를 장착한 탄도미사일을 각각 시험 발사했다. 또한 북한은 2024년 3월 20일 ‘신형 중장거리 극초음속 미사일’용 고체연료 엔진 지상분출시험을 진행한 뒤 동년 4월 2일에는 고체엔진을 탑재한 새로운 중・장거리 탄도 미사일에 새로 개발한 극초음속 탄두를 장착한 ‘화성-16나’형의 첫 시험발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북한은 2023년 4월 13일과 동년 7월 12일 고체연료 액체를 장착한 화성-18형 탄도 미사일 시험발사를 각각 단행했고, 2024년 10월 31일 화성-18형보다 더욱 큰 화성-19형 탄도 미사일 시험발사도 진행했다. 현재까지 이뤄진 조치가 모두 시험 및 시험발사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북한이 고체연료 엔진을 탑재한 ICBM 개발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얻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위원장이 2025년 3월 초 ‘핵동력 전략 유도탄 잠수함’ 건조 실태를 현지에서 시찰했다고 북한 매체가 보도했지만, 북한의 대형 잠수함 건조 및 원자로 설계・운영 역량을 고려할 때, 북한이 핵추진 잠수함을 독자적으로 건조해 군사적 차원에서 실제로 운용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위원장이 2023년 9월 6일 김군옥영웅호를 진수했다는 점에서 북한이 핵추진 잠수함 건조와는 별개로 기존 중형 잠수함을 개조해 전술핵을 탑재하는 공격형 잠수함을 진수하는 목표는 일정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2021년 10월 19일 신형 SLBM을 시험발사한 뒤 이렇다 할 소식을 전하지 않고 있으나, 2024년 1월 28일에는 잠수함 발사 전략 순항 미사일(SLCM) 시험발사를 진행했다는 점에서 잠수함에서 발사할 수 있는 핵미사일 보유에 한층 가까워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북한은 2023년 3월 21~23일, 동월 25~27일 핵무인 수중 공격정인 해일-1형 시험을 각각 진행했고, 동년 4월 4~8일에는 해일-2형 시험을 실시했다. 또한 북한은 2024년 1월 중순 ‘수중 핵무기체계 ‘해일-5-23’의 중요시험을 동해에서 실시’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북한 매체가 ‘해일’ 관련 보도를 내놓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할 때 미사일이 아닌 수중발사 핵 투발수단 개발에서 한계에 봉착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찰 능력 향상과 관련해 군사정찰위성 개발이 국방력 발전 5개년 계획에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2023년 11월 21일 첫 군사정찰위성인 만리경-1호 발사에 성공했으며, 2023년 12월 2일부터 임무에 착수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2023년 12월 말 개최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9차 전원회의에서 ‘2024년도 정찰위성 발사계획’을 심의・결정하며 2024년에만 3개의 정찰위성을 추가로 발사하겠다고 밝혔지만, 2024년 5월 27일 단행한 정찰위성(만리경-1-1호) 발사에서 실패한 후 2025년 3월 말까지 정찰위성 발사를 다시 시도하지 않았다.

2022년 4월 25일 북한 평양 시내에서 열린 열병식에서 ‘화성-17형’ 대륙 간 탄도미사일(ICDM) 행렬이 이동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VOA 2022년 1월 11일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했다며 사진을 공개했다. ©VOA 2024년 11월 1일 북한이 불특정 장소에 진행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9형 시험발상 장면을 공개했다. ©VOA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 추진 방향 전망

북한은 제9차 노동당 대회에서 그동안 추진해 온 국방력 발전 5개년 계획의 성과를 평가하고, 이를 바탕으로 군사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새로운 중기계획을 수립・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군사기술 선진국들의 무기 개발 동향과 북한의 전반적인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북한의 새로운 군사력 강화 중기계획에서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는 가장 중요한 핵심 과제가 될 수밖에 없다. 북한의 비핵화 협상 재개 및 의미 있는 성과 도출 등과 같이 특별한 상황 변화가 없는 한, 북한은 핵무기 부문에서 보다 소형화・경량화되면서도 폭발력이 강력한 무기 개발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핵 투발수단 부문에서는 무기의 소형화・경량화뿐만 아니라 초고속화와 명중률 향상을 목표로 한 무기 개발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순항 미사일은 탄도 미사일보다 국제사회의 제약이 적고 항공기 개발 기술과 연계되어 있는 만큼 북한이 이 분야에 집중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