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분단과 통일을 둘러싼 세 가지 단편 서사
옴니버스 영화 <우리 지금 만나> 속
이야기의 구성 양상
2019년 5월 29일에 개봉한 <우리 지금 만나>는 세 개의 단편으로 구성된 옴니버스 영화이다. 그 속에는 <기사선생>, <우리 잘 살 수 있을까?>, <여보세요> 순으로 통일부의 제작 지원을 받아 2018년 만들어진 단편영화들이 배열을 이루고 있다. 주목되는 것은 영화 <우리 지금 만나>가 남북 분단과 통일을 둘러싼 짧고도 명료한 세 가지 서사를 개별적이고도 포괄적인 방식으로 펼쳐낸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남북 분단 및 통일 문제를 다룬 한국 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제시한다.
있을 법한 사건을 통한 분단 상황의 환기
2분 30여 초 분량으로 이루어진 김서윤 감독의 <기사선생>의 주요 공간은 개성공단이다. 이곳으로 식자재를 납품하게 된 남한 청년 성민(배유람 분)과 북측 여직원 숙희(윤혜리 분)가 상대방에게 호감을 갖지만 이들은 서로의 감정을 자유롭게 주고받지 못한다. 그러다가 개성공단의 폐쇄로 두 사람의 인연은 느닷없이 끊기고 만다. 눈에 띄는 점은, 2004년 12월 15일 문을 연 개성공단이 대한민국 정부의 조치로 인해 폐쇄된 시점은 2016년 2월 10일인데 그것이 영화 속에서도 극 중 마지막 날짜로 지정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이로써 <기사선생>은 실제의 역사적 배경하에서 있을 법한 사건을 통해 냉혹한 분단의 상황을 환기시킨다. 그리고 “실제로 개성공단 남남북녀의 숨죽인 사랑은 발각 시 양쪽 모두 추방되는 갑작스러운 이별로 끝이 나곤 했다.”라는 자막과 개성공단의 풍경이 담긴 영상 및 사진 자료들로 인해, 영화 속 사연은 보다 높은 개연성을 획득한다. 아울러 이러한 경향은 뒤에 나오는 <여보세요>와도 일정 부분 상통된다.
통일에 관한 알레고리로서의 인물 간 대칭 구도
강이관 감독의 <우리 잘 살 수 있을까?>의 경우, 여타 두 작품과는 구별되게 남북 분단 및 통일 관련 내용이 스토리의 중심을 차지하지 않는다. 대신에, 영화의 서두와 말미에 남북 철도 개통 소식이 라디오와 텔레비전을 통해 전해지는 장면이 삽입되어 있다. 23분여 동안 영화는 오래된 여인 재범(하휘동 분)과 현채(최리안 분)가 결혼을 2주가량 앞둔 시점에서 티격태격하다가 상호 이해를 바탕으로 관계를 회복하는 과정을 그려낸다. 이때 두 인물은 확연히 대칭 구도 속에 위치한다. 타투숍을 운영하는 재범과 직장을 그만두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현채는 집안의 온도, 음식의 취향, 가구의 선택 등에서 사사건건 부딪친다. 그런데, 답답한 마음에 집을 나온 현채와 그녀를 찾아 나선 재범이 카페에서 한바탕을 춤을 춘 뒤 둘의 일상은 이내 평온해진다. 하나의 음악을 같이 들으며 소통하는 <기사선생>의 성민-숙희와는 달리, 그들은 서로의 몸짓을 응시하고 모방하면서 교감을 느끼게 된 것이다. 그리고 남북 관계에 있어, 이는 언젠가는 다가올 통일에 관한 알레고리로서의 기능을 담당한다.
현실의 한계와 극복을 교차하는 플롯의 전개 방식
38분에 이르는 가장 긴 러닝 타임을 지닌 부지영 감독의 <여보세요> 속 주인공은 중년 여성 정은(이정은 분)이다. 급식소 식당 일과 건물 청소 업무를 병행하며 요양병원에 있는 어머니를 홀로 부양하는 그녀에게 어느 날 우연히 북한에 거주하는 비슷한 또래의 한 여성으로부터 의문의 전화가 걸려 오는데, 두 사람은 통화를 반복하며 뜻밖에 친분을 쌓아간다. 정은은 탈북 후 남한에서 의사로 일한다는 여성의 아들 ‘김혁’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여러 가지 제도적 장벽에 가로막히고 만다. 그런데, 함경북도 명천 출신으로 6·25 전쟁 때 홀로 남하하여 이산가족이 된 하나뿐인 동생 ‘영옥’을 잊지 못하는 정은 어머니의 간절한 목소리를 듣고, 북한 여성은 이미 세상을 떠난 영옥의 음성으로 그녀를 위로해 준다. 이러한 플롯 전개 방식을 통해 <여보세요>는, 보는 이로 하여금 <기사선생>과도 같이 분단의 상황을 자각하게 하면서도 <우리 잘 살 수 있을까?>의 경우처럼 오랜 기간 막연히 타자로 살아온 사람들 사이의 연대감을 부각시키면서 현실적 장애를 극복할 수 있다는 가능성과 더불어 향후 실현될 통일에 대한 희망을 선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