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01+02 Vol.219

‘마이카 시대’가 열린 북한,
욕망의 분출이 시작된다

최근 북한 사회에서는 자가용 승용차를 둘러싼 변화가 뚜렷하게 감지되고 있다. 평양을 중심으로 차량 보급과 운행이 늘어나고, 임대·영업 형태의 이용도 빠르게 확산되는 모습이다. 이 같은 현상은 민법 적용 완화와 자산 소유에 대한 정책 변화, 중국과의 교역·유통 환경과 맞물려 나타나고 있다. 북한 사회의 일상과 경제 구조가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 자가용 확산이라는 구체적 사례를 통해 살펴본다.

평양 시내 도로를 주행 중인 승용차와 택시, 버스 등 차량 행렬 ⓒ셔터스톡

평양에서 포착된 변화, 자가용 확산의 현장

2025년은 북한에서 ‘마이카 시대’가 시작된 원년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 당국이 자가용 승용차 소유를 전격 허용했다는 소식들이 1월부터 흘러나오더니, 10월쯤엔 평양 시내에서 수많은 노란색 번호판을 단 자가용 승용차가 운행되고 있는 사진들이 다수 확인되고 있다.

평양의 자가용 승용차 번호판 숫자는 네 자리로 이뤄져 있는데, 5,000단위의 번호판 숫자도 확인되는 것으로 보아, 최소 올해에만 평양에는 5,000대 이상의 자가용 승용차가 판매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변화 속에 올해엔 중국에서 과거에 비해 특히 많은 차량이 북한으로 밀수되고 있는 정황들도 다수 확인됐다. 압록강을 끼고 있는 양강도에서만 차량이 넘어갈 수 있는 임시 도강로가 32개나 위성을 통해 확인된다. 중국에서 건너다보이는 혜산 시내에도 택시 간판을 단 차량이 급격하게 늘었다.

평양에 새로 건설된 ‘아미산자동차기술봉사소’에선 새 차량을 파는 것과 함께 일정한 기간 임대 서비스도 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내년에는 더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민법 완화와 정책 변화, 소유의 문이 열리다

물론, 이전에도 북한에서 자가용 승용차를 개인이 보유하는 것은 법률상 불법은 아니었다. 하지만 ‘개인 소유의 성격과 원천’을 규정한 북한 민법 58조는 ‘개인 소유는 노동에 의한 사회주의 분배, 국가 및 사회의 추가적 혜택, 터밭(텃밭) 경리를 비롯한 개인 부업경리에서 나오는 생산물, 공민이 샀거나 상속, 증여받은 재산, 그 밖의 법적 근거에 의하여 생겨난 재산으로 이루어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즉, 차량을 살 수 있는 큰돈은 ‘그 밖의 법적 근거에 의하여 생겨난 재산’ 밖에는 만질 수 없는데, 지금까지 이 ‘재산’은 일본에서 송금이 오는 총련 귀국자들이나 인정받을 수 있었다. 외국과의 무역을 통해 번 돈이나, 장마당에서 번 돈은 모두 비사회주의적 재산 축적으로 간주해 언제든 몰수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은 올해 초 이런 민법의 적용을 느슨하게 해 자산 축적의 과정을 증명하지 않고도 차량을 살 수 있게 허용했다. 또 자가용 차량의 상속도 가능하게 인정해 주고 있다.

북한의 이런 정책 변화는 단순히 경제난 때문에 내부의 외화를 빨아들이려는 의도로만 해석할 순 없다. 차량 소유뿐만 아니라, 주택과 기업 소유, 의료 분야 등에서 사회주의적 시책을 폐기하고 중국식 시장 경제와 비슷한 모델로 바뀌는 징후가 몇 년 새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심지어 가장 대표적인 사회주의 정책인 배급 제도도 점점 공급 대상이 축소되고 있다. 김정은은 외부에 떠들지 않고, 획기적인 내부 개혁을 진행하는 중이다. 자가용 허용은 그런 정책 변화의 일환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아직까진 김정은의 지시 한마디로 언제든 정책이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주민들이 당국을 신뢰하진 않는다. 그래서 자가용 차량을 서슴없이 사지는 않는다.

하지만 자가용 승용차는 사적 소유가 아닌, 영업 서비스 분야에서 급격히 확산되는 추세다. 즉 개인 또는 여러 명이 돈을 모아 차량을 사서, 운송업을 하거나 택시 영업을 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엔 차량이 소유가 아닌, 투자의 개념이 되기 때문에 당국도 생계 수단을 함부로 뺏기 어려워진다. 강제로 재산을 강탈하면, 빼앗긴 사람은 당국에 반감을 품은 ‘반동’이 될 수밖에 없다. 빼앗긴 사람이 많을수록 반동이 증가해, 북한 체제는 위태로워진다.

‘아미산자동차기술봉사소’에선 새 차량을 파는 것과 함께 일정한 기간 임대 서비스도 하고 있다. ⓒ필자 제공

‘소유’보다 ‘운영’, 그리고 마이카 시대의 의미

차량 임대 서비스도 확산하고 있다. 당국에서 인정받은 공인 ‘윤전기재봉사소’에서 시간제로 차량을 임대해 준다. 평양의 경우 승용차를 24시간 임대하는 비용은 100달러 정도이며, 장기 임대인 경우 기간에 따라 10% 이상의 할인이 적용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당국에서 차량을 구매해 봉사소에 제공하진 않는다. 봉사소의 차량은 외화벌이 기관 또는 돈 많은 개인들이 사서 봉사소에게 넘겨 운영하게 하는 실질적인 개인 소유 차량이다.

북한에서 현재 가장 많이 팔리는 자가용 승용차는 중국제 중고 전기자동차들이다. 전기자동차 시장이 포화상태인 중국은 값싼 가격의 중고 승용차를 얼마든지 북한에 넘길 수 있다.

차량이 증가하면서 주유 서비스 및 중고차 수리 업체들도 많아지고 있다. 북한은 만성적인 전기난과 연료난을 겪고 있지만, 차량용 연료는 중국에서 많이 밀수되고 있다. 또 태양광 충전을 위한 패널과 충전기도 함께 들어간다.

북한의 마이카 시대는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도 1970년대 이후 ‘마이카’ 바람이 불었고, 1인당 GDP 상승과 ‘3저 호황’과 더불어 1980년대 마이카 시대에 본격 진입했다. 마이카는 중산층의 상징이자 보편적 성공의 목표였다.

현시점에서 북한의 마이카는 중산층이 아닌 상류층의 상징이다. 마이카 시대는 교통 환경, 외식과 쇼핑 문화의 확대 등의 변화를 필수적으로 가져올 것이지만, 우리가 가장 주목할 점은 ‘욕망의 분출’이다.

마이카는 사적 소유를 인정받지 못하고 살던 북한 사람들의 마음속에 욕망을 심어놓고, 경쟁 심리를 자극하게 된다. “우리 집은 왜 차가 없느냐”는 자녀의 투정에 초연할 수 있는 부모는 많지 않다. 북한의 마이카 시대는 당국에 충성해야 인정받던 시대에서, 돈을 벌어야 인정받는 시대로 바뀐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 상류층을 위한 고급 블랙 유럽 리무진 ⓒ셔터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