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01+02 Vol.219

2026년 북한 정세:
북한식 전략적 안정성의 정치

2026년 북한 정세는 ‘전략적 안정성’이라는 북한식 안보 인식이 정치·군사 전반을 관통하며 본격화되는 국면으로 전망된다. 북한은 핵과 재래식 전력을 결합한 군사전략을 통해 체제 안전과 전략적 지위를 동시에 확보하려 하고, 대외적으로는 다극화 질서를 활용한 공존 구도를 모색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억제 중심의 안보 구도를 넘어, 위기관리와 상호 위협 감소라는 새로운 평화 과제를 한반도에 제기하고 있다.

‌김정은은 2025년 12월 15일, 올해 당 및 국가정책 집행 현황을 평가하고 주요 성과를 개괄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북한식 ‘전략적 안정성’과 최근 군사전략 변화

최근 북한은 국제정세와 한반도 안보 환경을 해석하는 핵심 개념으로 ‘전략적 안정성’이라는 용어를 반복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 개념은 단순히 핵 억제를 의미하지 않는다. 북한이 말하는 전략적 안정성은 미국의 선제공격 가능성을 억제하고, 핵보유국으로서의 전략적 지위를 확보하며, 다극화 구도에 편승하여 장기적으로 체제 생존과 안전을 보장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는 전통적인 미·러식 상호확증파괴 및 상호 취약성 인정과도, 중국식 비대칭 취약성 관리 개념과도 구별되는 북한식 전략적 안정성의 구체화다.

북한의 전략적 안정성 인식은 세 가지 차원에서 작동한다. 첫째, 대미 직접 억제의 안정성이다. 북한은 미국이 핵 또는 재래식 정밀 타격을 통해 북한 정권을 무력화할 수 있다고 확신하는 순간을 가장 위험한 상태로 인식한다. 따라서 핵무기와 장거리 정밀 타격 수단을 통해 미국이 선제공격을 감행할 유인을 제거하는 것이 전략적 안정성의 출발점이다. 둘째, 역내 전략적 지위의 안정성이다. 인도·태평양 지역은 핵보유국가들이 밀집한 공간이고 동북아는 핵무기 현대화와 정밀 타격망을 둘러싼 군비경쟁의 격전장이다. 북한은 핵무기 고도화를 통해 역내에서 중견 핵국가로서의 전략적 지위를 확보하려고 한다. 셋째, 글로벌 공존 질서의 안정성이다. 북한은 핵무기를 반미 다극 질서를 촉진하는 도구로 인식하며, 자신을 중·러와 함께 새로운 국제질서의 한 축으로 위치시키려 한다.

이러한 인식 위에서 북한의 정세 판단과 전략적 목표는 비교적 일관되게 형성·유지돼 왔다. 북한의 최고 국가목표는 정권의 안정성 확보다. 핵전략과 대외정책은 모두 이 목표에 종속된다. 북한은 국제질서의 격동을 위기이자 기회로 인식하며, 미중 전략경쟁, 우크라이나 전쟁, 글로벌 군비경쟁을 자신에게 유리한 환경으로 활용하려 한다. 이를 위해 대미 억제력 확보, 전략적 지위 제고, 다극화 질서 편승이라는 세 가지 전략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최근 북한 군사전략 변화의 핵심은 정밀 타격무기 중심의 전력 강화와 핵–재래식 전력의 연계다. 북한은 단거리 탄도미사일, 전략순항미사일, 극초음속·준극초음속 무기, 무인기와 드론 전력을 결합해 한미의 핵심 군사 노드를 정밀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과시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억제력 과시가 아니라, 전쟁 수행 차원에서 실질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을 구축하려는 시도다. 이른바 ‘핵과 상용무력의 병진정책’이다.

특히 중국의 반접근·반개입(A2/AD) 전략과 유사하게 반위협(AT)/반접근(A2)/반개입(AI)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북한은 미국과 동맹국의 군사 개입 비용을 높이고, 위기 시 개입 결정을 지연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핵과 재래식 전력의 병렬적 강화와 통합 운용은 억제와 전쟁 수행의 경계를 흐리며, 위기 상황에서 상대의 판단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2025년 9월 26일, 김정은은 핵무기연구소를 비롯한 핵관련 분야의 과학자, 기술자들을 만나 핵물질생산 및 핵무기생산과 관련한 중요협의회를 지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5년 10월 5일, 북한은 방위산업 박람회와 유사한 무장장비전시회를 3년 연속 개최했다. 이는 무기체계 발전의 결실을 보여주는 장이다. ⓒ연합뉴스

2026년 북한 대내외 정세 전망

1) 대외 정세 인식과 전략 환경

북한은 2026년의 국제질서를 다극화가 구조적으로 첨예화되는 격변기로 인식할 가능성이 있다. 미중 전략경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유럽의 경제 침체 지속과 안보의 불확실성 증가, 대서양 동맹의 약화는 북한에게는 여전히 기회로 인식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 개입의 한계,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 가치의 증가, 미국·러시아·중국의 삼극 세력 지형의 심화 속 북한의 지정학적 가치 제고 등 전략적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시대로 인식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북러 밀착은 2026년에도 북한 대외전략의 핵심 축으로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과거 냉전식 군사동맹의 복원이 아니라, 대미 견제를 공통분모로 하는 실질적 협력 구조다. 러시아와의 협력은 북한에게 단순한 무기 확보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북한은 이를 통해 현대전의 양상, 군사기술의 흐름, 전쟁 수행 방식에 대한 학습 효과를 축적하고 있으며, 이는 북한 군사전략의 질적 변화를 촉진하고 있다. 동시에 북러 관계는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완전히 고립되지 않았다는 상징적 메시지를 제공하며, 핵보유국 지위를 사실상 기정사실화하는 외교적 효과를 누적시키고 있다.

중국과의 관계에서는 급격한 변화보다는 안정적 관리 전략이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중국에 대한 일방적 종속을 경계하면서도, 전략적 완충지로서 자신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부각시키려 할 것이다. 이는 북한이 미·중·러 전략경쟁 속에서 단순한 종속 변수가 아니라, 독자적 전략 행위자로 자리매김하려는 장기 구상과 맞닿아 있다.

2) 대내 정세: 김정은 혁명사상 전면화와 결속·관리 중심의 통치

2026년 북한 내부 정세의 핵심 목표는 김정은 체제의 장기 안정화다. 이는 단순한 권력 유지가 아니라, 김정은 개인과 그의 통치 경험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정치 질서의 완성을 의미한다. 김정은 혁명사상의 체계화, 당 중심 통치의 강화, 사회 전반에 대한 정치·사상적 통제의 제도화는 이러한 방향을 분명히 보여준다.

경제 분야에서 2026년 북한이 선택할 전략은 중국 및 러시아를 통해 새로운 경제계획 동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북중 교역의 확대, 러시아와의 경제협력 단계적 확대, 경제에 대한 중앙 통제강화 등을 통해 주민 생활의 획기적 개선보다는 체제 유지에 필요한 최소한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크다.

3) 군사 정세: 핵–재래식 통합과 전쟁수행 능력의 현실화

2026년 북한 군사 정세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핵과 재래식 전력의 통합 운용이 전쟁 수행 차원으로 본격 진입한다는 점이다. 북한은 핵을 더 이상 최후의 억제 수단으로만 간주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전술핵, 정밀 타격무기, 다양한 플랫폼의 미사일과 드론 전력 등의 결합은 북한이 여러 전쟁의 상황 및 단계에서 핵을 포함한 다양한 옵션을 고려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변화는 억제 중심의 핵 보유에서 재래식 현대화를 포함해 실제 전쟁수행 능력을 신장하는 ‘핵-재래식 전력 연계’ 전략으로 핵전략이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북한은 제한적 충돌이나 국지적 위기 상황에서도 핵 사용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전략 환경을 조성하고 있으며, 이는 상대방의 판단과 대응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반접근·반개입(A2/AD) 전략의 심화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북한은 미국과 동맹국의 개입 비용을 높임으로써, 위기 시 개입 결정을 지연시키거나 제한하려 한다.

4) 대미전략과 비핵화 대응

2026년 북한의 대미전략은 분명하다. 북한은 핵보유국 지위를 헌법과 법률로 고착화했으며, 비핵화 요구 자체를 체제 부정으로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기존의 ‘비핵화-보상’ 프레임의 협상은 원천 거부할 것이다. 김정은은 핵보유국 인정 및 관계 개선(평화공존)의 선언적 구체화가 대화 진입의 ‘문턱’임을 분명히 했다. 이것은 주고받는 협상보다는 핵보유국으로서 대등한 대화, 관계 개선으로 근본적인 전환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미국과의 완전한 단절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북한이 열어두고 있는 유일한 대화의 문은 핵보유국 지위를 전제로 한 위협감소, 불가침, 행태적·운용적 또는 제한적 군비통제적 접근이다. 이는 비핵화를 목표로 한 협상이 아니라, 핵을 가진 상태에서의 공존을 전제로 한 관계 설정 요구다. 북한은 이를 통해 사실상의 핵보유국 인정을 확보하고, 장기적으로 제재 환경을 완화하려 할 것이다.

5) 대남 전략: ‘적대적 두 국가’의 구조화

2026년 북한의 대남 전략은 더욱 냉정하고 단절적인 방향으로 고착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남북관계를 더 이상 통일 과정의 일부로 보지 않고, 상호 적대적 관계에 놓인 두 개의 국가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선전 구호를 넘어 군사전략, 외교 노선, 헌법 개정 논의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북한은 남한을 미국의 전략에 종속된 존재로 인식하며, 남북 대화나 교류를 체제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로 간주하고 있다. 2026년에도 북한이 자발적으로 남북관계 개선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 다만 군사적 충돌을 피하기 위한 최소한의 긴장 관리 차원 소통은 제한적으로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남북 관계가 ‘관리되는 적대’ 상태로 장기 고착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지난 2025년 9월 5일, 중국을 방문한 김정은이 시진핑 국가주석과 회담하며, 다극화 국제질서 속 대외 전략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한반도 평화에 주는 함의

2026년 북한 정세가 한반도 평화에 주는 가장 중요한 함의는, 평화를 더 이상 선언이나 선의의 문제로 접근할 수 없다는 점이다. 평화는 상호 위협 인식을 관리하는 정치적·군사적 과정이다. 현재의 한반도 안보 환경에서 가장 큰 위험은 전면전 그 자체보다도 오인과 자동적 확전이다.

신뢰의 핵심은 상대를 선의로 평가하는 데 있지 않다. 여기서 핵심은 ‘상호위협감소’, ‘상호안전’이다. 통일을 지향하되, 당장의 분단 현실을 부정하지 않고 제도적으로 관리하는 ‘현실 인정’,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상호 존중을 공식화함으로써 안정적 공존을 도모하는 ‘평화의 제도화’, 기본협정을 시작으로 중장기적인 군비통제레짐을 형성하는 ‘장기 전략’ 차원의 구상이 필요하다.

‌평양 애국해방전쟁박물관의 조형물은 전쟁에서의 승리와 희생을 강조한다. ⓒ셔터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