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어린이가 어깨동무하는 내일을 만들어 가다
어린이 평화교육을 통해 성장해가는 한반도 평화
사단법인 어린이어깨동무
어린이는 우리의 미래다. 따라서 미래의 한반도 평화는 어린이들의 손에 달려 있다. 하지만 일반적인 평화교육은 청소년과 성인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게 현실이다. 사단법인 어린이어깨동무는 이 같은 간극을 좁히기 위해 어린이 평화교육에 힘쓴다. 언젠가 남북 어린이들이 기꺼이 어깨동무하며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정서적 평화의 토대’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평양에서 만난 북녘 친구들의 사진을 가리키며, 당시 순수한 만남의 순간을 설명해주는 어린이어깨동무 이기범 이사장의 모습.
어린이들 마음에 평화의 씨앗을 심다
2004년 6월, 우리나라 어린이 11명이 순수 민간 차원으로는 최초로 평양을 방문했다. 사단법인 어린이어깨동무(이하 어린이어깨동무)의 주도하에 방북한 어린이들은 평양 곳곳에서 만난 북한 어린이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주며 큰 울림을 선사했다. 이 순수하고 해맑은 만남을 성사시키기 위해 동분서주했던 어린이어깨동무 이기범 이사장이 당시의 사진을 보여주며 미소 지었다.
“살아온 환경과 생각이 완전히 다르고 서로를 경계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돼 있다 보니, 남북 어린이들이 잘 어울릴 수 있을지 내심 걱정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걱정이 무색하게도 아이들은 빠르게 가까워졌습니다. 처음 만난 그 순간에는 어색해하다가도, 이야기를 나누고 어울리는 과정에서 서로 크게 다르지 않은 ‘한반도 어린이’라는 걸 깨닫고 기꺼이 친구가 됐습니다. 우리 단체명처럼 남북 어린이들이 어깨동무하며 활짝 웃는 모습도 곳곳에서 포착됐죠.”
이후 여러 대내외적 상황을 거치며 남북 어린이 교류는 중단된 상태지만, 어린이어깨동무의 활동은 계속되고 있다. 어린이 평화교육이 대표적이다. 있는 그대로의 북한을 함께 살펴보고 평화의 가치를 공유하기 위해 다양한 교보재를 개발 및 배포하는 한편, 어린이어깨동무 강사들이 직접 학교에서 강의하는 ‘찾아가는 학교평화통일교육’과 어린이 평화교육 확산을 위한 교사 연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어린이들이 평화 감수성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피스리더’ 과정, 전 연령대의 시민들과 함께 분단과 평화의 현장을 방문하는 ‘피스로드’ 프로그램, 전 세계 분쟁국 어린이들이 평화와 희망의 메시지를 담아 그린 그림을 한데 모아 전시하는 ‘드로잉 호프’ 프로젝트도 어린이어깨동무를 널리 알린 평화교육 프로그램이다.
전 연령대의 시민들과 함께 분단과 평화의 현장을 방문하는 ‘피스로드’ 프로그램
전 세계 분쟁국 어린이들이 평화와 희망의 메시지를 담아 그린 그림을 한데 모아 전시하는 ‘드로잉 호프’
통일 그 이상의 평화를 이야기하다
오랫동안 어린이어깨동무에서 어린이 평화교육에 매진하고 있는 이성숙 팀장은 아이들을 만났을 때 평화의 가치, 그 자체에 집중한다고 강조했다. 어린이들이 평화가 왜 중요한지, 어떻게 해야 평화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지를 먼저 깨우쳐야 남북이 평화통일로 나아갈 수 있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남북 분단이 수십 년째 이어지고 있다 보니, 이 분단 상황을 ‘변하지 않는 상수’로 생각하는 경향이 굳어지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만나는 어린이들 또한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인데요. 이런 어린이들에게 맹목적으로 통일의 필요성을 가르친다면 오히려 반감을 살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분단과 갈등 상황은 충분히 좋은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으며, 그 열쇠는 평화’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아울러 전 세계의 다양한 분쟁과 이를 슬기롭게 해결한 사례를 소개함으로써 분단과 갈등이 남북만의 문제가 아니며, 한반도 어린이들이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면 현재 상황이 충분히 개선될 수 있으며 평화통일도 이룰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렇듯 우리 교육의 방점이 ‘평화’에 찍혀 있다 보니, 상황에 따라서는 수업 내내 전 세계 사례만 이야기하고 북한 얘기를 하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물론 마지막에는 남북 평화통일에 대한 힌트를 반드시 남기고 교실을 나옵니다.”
어린이 청소년 평화교육은 어린이어깨동무 강사들이 직접 학교를 찾아가 강의와 함께 다양한 체험을 진행하는 교육이다.
이성숙 팀장의 이야기를 경청한 이기범 이사장은 “이런 측면에서 ‘통일’이라는 단어에 대해서도 한 번쯤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통일이 가진 무게감과 함의가 다양성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미래 세대에게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이다.
“통일의 사전적 의미는 ‘여러 요소를 서로 같거나 일치되게 맞춤’입니다. 다양한 생각과 방향성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는 뜻이 담겨 있는데, 어린이들에게는 이 자체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점심을 먹으러 갔는데 한 어른이 메뉴를 짜장면으로 통일하자고 하면 어떨까요? 아이들은 각자 먹고 싶은 게 따로 있을 테니 좋아할 리가 없겠죠. 이처럼 우리 아이들은 ‘다양성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데다가, 남북관계에 있어서의 통일은 ‘메뉴의 통일’보다 훨씬 무거운 주제입니다. 따라서 통일이라는 단어의 사용을 재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우리도 이런 점을 고려해 통일교육 대신 평화교육이라는 용어를 쓰면서, 우선적으로 아이들 마음속에 평화를 담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이성숙 팀장은 분단을 고정된 현실이 아닌, 평화로 변화할 수 있는 가능성으로 가르치는 것이 우리 교육의 출발점이라고 설명했다.
어린이 평화교육은 있는 그대로의 북한을 함께 살펴보고 평화의 가치를 공유하기
위해 다양한 교보재를 개발 및 배포하고 있다.
남북관계 위에 틔우는 평화의 새싹
평화와 통일에 대한 긍정적 분위기가 우리 사회 전반에 퍼지려면, 시민들이 한데 모여 평화통일을 이야기하고 방안을 모색하는 대화의 장이 다수 마련돼야 한다. 이기범 이사장이 민주평통의 ‘평화통일 시민대화’와 ‘평화와 통일 사회적 대화-전국 릴레이 원탁회의’에 박수를 보내는 이유다. 그는 여기에 더해, 어린이들까지 포함해 남녀노소 모두가 소통할 수 있는 토론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물론 성인과는 성숙도의 차이가 있지만, 어린이 또한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시민이며 우리나라의 미래를 만들어 갈 주역입니다. 따라서 어린이들의 의견에도 귀 기울이고, 이를 평화와 통일의 방안에 포함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그래야 어린이들이 평화와 통일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갖게 될 겁니다. 나아가 고정관념이 옅은 아이들의 자유로운 생각 속에서 경색된 남북 관계를 혁신적으로 풀어 나갈 수 있는 아이디어를 발견할 수도 있을 겁니다.”
이기범 이사장은 남북 관계에 국제사회의 틀을 적용시키는 것도 한반도 평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예컨대 어린이들의 만남을 남북에서 전 세계로 넓힌다면, 남북 관계의 변화와 상관없이 남북 어린이들이 만나고 어울리는 기회가 더 많이 창출될 수 있다는 게 그의 구상이다. 실제로 어린이어깨동무는 앞서 언급한 ‘드로잉 호프’와 재일동포 어린이 교류 등을 통해 국제적 평화 연대를 강화하고 있으며, 여기에 북한 어린이들을 포함시키려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론’을 들고 나오며 남북 관계의 경색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남북 어린이들의 교류에도 어려움이 뒤따르고 있다. 이기범 이사장은 “어린이어깨동무를 처음 시작하던 1996년보다 나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당시에는 남북 교류의 경험도, 방법도 전무했지만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지금은 그간 쌓은 각종 자료와 노하우가 남아 있기에 희망적 미래를 그릴 수 있다는 것. “겉으로 보이는 얼음은 두껍지만, 그 밑에서는 시냇물이 졸졸 흐르고 있다”고 말한 그는, “언젠가 작은 시냇물이 거대한 얼음을 녹이게 될 것”이라며 남북 어린이의 교류와 평화를 위한 활동을 힘차게 이어 나가겠다는 굳은 각오를 밝혔다.
한쪽 벽면에는 어린이어깨동무 보건의료 협력사업의 다양한 활동들이 전시되어 있다.
이기범 이사장은 국제사회의 틀 속에서 어린이들의 만남을 넓혀 가다 보면, 언젠가는 남북을 가로막은 얼음도 자연스럽게 녹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