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1+12 Vol.218

코믹으로 점철된
분단 소재의 장르 영화
<육사오(6/45)>

공간, 인물, 사건 설정의 새로운 양상들

2022년 8월 24일에 개봉한 박규태 감독의 <육사오(6/45)>는 스타 배우의 출연이나 스펙터클한 장면 연출 없이 50억 원가량의 예산으로 198만여 명의 관객을 동원함으로써 코로나 19의 여파로 고전을 면치 못하던 한국 영화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이러한 데에는 ‘분단’이라는 무겁고 엄중한 역사적 환경을 코미디 장르를 통해 유쾌한 웃음의 동력으로 전용(轉用)하려 한 제작진의 기획 의도가 핵심적 요인으로 작용한 측면이 크다. 그리하여 이 작품은 공간적 배경, 주요 인물형, 서사의 흐름 등에 새로운 양상을 드러낸다.

육사오
6/45(2022)

개봉

2022-08-24

감독

박규태

출연

고경표, 이이경, 음문석, 박세완, 곽동연

비무장지대, 대립의 공간에서 화해의 공간으로

영화 <육사오(6/45)>에서는 만기 전역을 앞둔 육군 병장 박천우(고경표 분)가 주운 로또 1등 당첨 용지가 바람에 날려 인민군 하사 리용호(이이경)의 손에 들어간 뒤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들에 의해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런데 박천우 병장과 리용호 하사가 조우하고 이들 주변의 상관과 후임까지 합세하여 관계를 이어가는 곳은 다름 아닌 비무장지대이다. 한반도 중부를 횡단한 채 군사분계선을 따라 형성된 남북 2km씩의 비무장지대는 3년 넘게 지속된 6.25전쟁(1950) 이후의 정전 대치 상황으로 인해 배태된 특수한 공간이다. 때문에 <육사오(6/45)>에서도 이곳은 일차적으로 국군과 인민군 간 대결의 장소라는 공간성을 부여받는다. 하지만 그들은 이내 서로에 대한 경계를 허물고 상호 비방 및 설전 대신에 문제 해결을 위한 협상을 시도한다. 이러한 면에서 비무장지대 안에서도 남과 북의 중간 지점에 위치한 ‘공동급수구역(Joint Supply Area, JSA)’ 내 비밀 장소에서 로또 당첨금을 둘러싼 ‘회담’이 이루어진다는 설정은 특별히 눈에 띈다. 그러면서 영화 속 비무장지대는 대립의 공간이 아닌 대화와 타협을 통한 화해의 공간으로 거듭난다.

경계를 넘나드는 남과 북의 젊은이들

이후 영화 <육사오(6/45)>에서는 박 병장, 강은표 대위(음문석 분), 김만철 상병(곽동연 분) 등 남측 군인 3인과 리 하사, 최승일 대위(이순원 분), 방철진 상병(김민호 분) 등 북측 군인 3인이 친밀해진 상태에서 57억 원에 달하는 로또 1등 당첨금을 무사히 수령하여 골고루 나눠 갖기 위한 고군분투의 과정이 펼쳐진다. 그리고 정해진 1주일 동안 박천우 병장은 인민군 부대의 일원으로, 리용호 하사는 국군 부대의 일원으로 은밀히 생활한다. 하지만 그저 조용히 지내다가 귀환하면 될 이들은 ‘적진’에서 자신의 전공과 특기를 발휘하고 마는데, 박 병장은 축사 내 가축의 개체 수를 현저히 늘리고 리 하사는 수색 중 한 병사가 밟은 지뢰를 안전하게 제거하여 고위 상급자의 눈에 띔으로써 당초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기도 한다. 결국 두 사람 모두 위기를 피하게 되지만, 이와 같은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육사오(6/45)>에서는 다양한 경계를 넘나드는 젊은이의 활약상이 교차적으로 전시된다. 비록 그 모습에 과장과 과잉이 묻어나 있기는 하나, 이를 통해 영화는 남북의 젊은 세대가 상호 간의 단절성과 이질감을 극복한 채 상대방과 얼마든지 소통하고 교류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비극적 결말을 대체한 공생의 메시지

영화 후반부는 로또 당첨금 처리 문제가 해소되는 과정으로 채워져 있다. 먼저 김만철 상병은 서울 중심지에 있는 농협은행 본점을 찾아가지만 ‘변태 군바리’로 오인되어 도주하고, 이를 눈여겨 본 브로커들의 제안으로 로또 1등 당첨 용지를 미화 400만 달러와 교환한 후 귀환한다. 그리고 각자의 지분을 분배하기 위해 박천우 병장 등 남측 군인들과 리용호 하사 등 북측 군인들, 또한 리 하사의 여동생인 리연희 소위(박세완 분)가 모여 있던 공동급수구역 내 비밀 장소로 합류한다. 그러나 돈가방은 총을 들고 현장을 급습한 북한군 보위지도원 김광철(윤병희 분)의 수중에 들어가고 만다. 이때 박 병장이 인민군 부대에서 보살펴 준 뒤 방사한 바 있는 어린 멧돼지의 어미가 나타나 그것을 물고 현장을 떠나 자연으로 돌아가고, 멧돼지를 쫓던 김광철은 지뢰를 밟고 하늘로 날아가 버린다. 이에 비밀 장소의 군인들에게는 허탈감이 밀려온다. 그런데, 갑자기 김 상병이 자신의 옷 속에서 따로 챙겨 온 40만 달러를 꺼내 보이고, 7명의 군인은 이 돈을 사이좋게 나누기로 한다. 뒤이어 그동안 긴장 상태에 있던 비무장지대에는 평화가 찾아온다. 이렇듯 분단을 소재로 한 기존의 영화들이 대체로 비극적 결말 구조를 띠는 데 반해, <육사오(6/45)>의 경우 남과 북의 젊은이들이 본래의 공간으로 돌아가 일상에 복귀함으로써 안정적으로 서사가 마무리된다. 기상천외한 사건들이 연쇄적으로 발생한 뒤 커다란 사고가 봉합되는 이러한 이야기 매듭 방식을 통해, 영화 <육사오(6/45)>는 평화적 공존을 전제로 한 남북 간 관계 설정의 필요성을 시사한다. 아울러 그 기저에는 작품 전반에 짙게 배어 있는 코미디 영화로서의 장르적 경향이 자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