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1+12 Vol.218

북한의 9차 당대회 전략:
‘새시대 5대 당건설 노선’

지난 10월 노동당 창당 80주년을 기점으로 북한은 다양한 행사를 통해 김정은 정권의 힘을 과시하였다. 이와 함께 최근 북한은 2026년 초로 예정된 9차 당대회를 준비하며, 2030년을 목표로 한 새로운 전략을 설계하고 있다. 따라서 이 글은 북한의 노동당 창당 80주년 행사 이후 최근 북한 동향에 기초하여, 김정은 정권이 9차 당대회를 준비하며 국내외적으로 어떠한 전략적 노선을 설계하고 있는지를 진단하고자 한다.

북한 조선노동당 창건 80주년 경축대회가 지난 10월 9일 밤 평양 능라도 5월1일경기장에서 열렸다. ⓒ연합뉴스
2022년 10월 17일 김정은이 당중앙간부학교에서 《새시대 우리 당건설 방향과 조선로동당 중앙간부학교의임 무에 대하여》에 대해 연설했다. ⓒ연합뉴스 ‌북한 노동당 창건 80주년 경축 행사 참가자들이 지난 10월 6일 김일성·김정일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방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총기조와 이데올로기 전략: 김정은주의로 자리잡힐

‘새시대 5대 당건설 노선’

금번 당창건 80주년 행사 기간 김정은 연설 중 9차 당대회 설계와 관련하여 가장 주목할 이데올로기 전략은 ‘새시대 5대 당건설 노선’(정치, 조직, 사상, 규율, 작풍 건설)이다. 이는 김정은이 지난 10월 8일 북한의 당창건 사적관을 방문하여 기념 연설을 하면서 구체화되었다. 연설의 핵심 키워드는 계승성, 사회주의 이념, 인민주도성에 기초하여, ‘새시대 5대 당건설 노선’(이하 이 노선)을 새로운 높은 단계에서 강도 높게 전체 당조직이 나서서 발전시켜야 한다는 논조이다.

이 노선은 2022년 10월 17일 김정은이 당중앙간부학교에서 한 연설(《새시대 우리 당건설 방향과 조선로동당 중앙간부학교의 임무에 대하여》)에서 처음 제기되었으며, 같은 해 10월 21일 노동신문을 통해 ‘노동당의 향도력과 영도력 강화를 위한 역사적 사변’이라고 평가되었다. 그리고 2022년 12월 말 개최된 노동당 제8기 제6차 전원회의 마지막 의제로 토의된 후 “총비서동지의 독창적인 당건설사상과 리론에 기초한 5대 방향을 우리 당의 새시대 당건설로선으로 책정함에 관한 결정서”가 채택되었다.

2022년 말 이후 북한당국은 이 노선이 ‘김정은이 제시한 독창적 이념’이고 당원과 간부들의 삶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며 중요시하였다.

그리고 그 내용과 목표는 다음과 같이 구체화되었다. 첫째, 정치 측면에서는 전 당에 수령의 유일적 영도를 철저히 실현할 수 있는 조직체계 확립이다. 둘째, 조직 측면에서는 당원들을 철저히 관리 통제할 수 있는 당세포와 초급당 강화이다. 셋째, 사상 측면에서는 당사상사업에서 제기되는 모든 문제들을 수령의 유일적인 결론에 따라 처리하는 질서 구축이다. 넷째, 규율 측면에서는 어떠한 고난과 시련 속에서도 당중앙에 대한 충성으로 견뎌 낼 수 있는 강철같은 기강 확립이다. 다섯째, 작풍 측면에서는 당원과 간부들의 일상적인 생활을 새로운 요구에 맞게 세분화하고 현실화할 수 있는 질서 확립이다.

‘김일성주의’ 모델의 복원

이 노선의 원형은 김일성 시대 북한의 5대 당건설 노선이다. 이는 1960년대 북한이 전후복구 후 당주도 생산·소비의 집단적 인민생활 시스템인 ‘대안의 사업체계’를 완성하는 과정에서, 대미·대남 적대성 강화 전략과 함께, 최고지도자인 김일성과 노동당을 일체화시키고 수령독재체제를 완성하는 과정에서 추진된 전략이다. 당시 주요 5대 전략은 첫째, 노동당 재구축 과정에서 당원과 간부들의 반종파·반수정주의 등 사상 강화이다. 둘째, 인민들의 자발성과 집단성을 중시하는 대중노선의 정착이다. 셋째, 생산성 향상을 중시하는 노동계급성이다. 넷째, ‘김일성주의’의 이념화이다. 다섯째, 당과 최고지도자를 일체화시킨 유일사상체계 구축이다.

이렇듯 1960년대 북한이 사상 강화와 인민생산성 향상을 두 축으로 하여 김일성과 노동당을 일체화시킨 5대 당건설 노선이, 김정은 시대 안정화 국면에서 대내외 환경변화를 고려하여 내용이 보다 구체화되면서 재등장한 것이다. 따라서 이 노선은 북한의 9차 당대회 설계 과정에서 총 기조이자 이데올로기 전략으로 작용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 노선은 ‘김일성주의’ 및 ‘김일성-김정일주의’를 잇는 계승성이 강조되며 통치 이데올로기로써의 정당성을 선전하는 핵심 기조로 활용될 것이다. 그리고 김정은 수령독재체제 강화와 맞물려 9차 당대회 이후 ‘김정은주의’의 핵심 내용으로 자리잡힐 것으로 전망된다.

대내 통치 전략: ‘새시대 5대 당건설 노선’에 기초한 자력갱생과 신진 충성세력 구축

8차 당대회 이후 2025년 현재까지 북한 대내 정치사업의 중심은 ‘북한 간부들의 생활과 의식 혁신’이다. 이 사업의 바탕에는 ‘새시대 5대 당건설 노선’이 있었다. 이 노선은 9차 당대회 시 김정은의 새로운 당건설 이념과 전략 차원에서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당창건 80주년 행사 시 김정은은 “우리는 지금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변해가야 하며 더욱더 과감한 분발력과 헌신적인 분투로써 10년 안에 모든 분야, 모든 부문, 모든 지역을 새롭게 변천시켜야 합니다”라며 2035년을 목표로 한 5대 전략적 사업방향을 제시하였다.

첫째, 정치건설의 핵심은 당중앙의 유일적 영도 체계 강화이다. 둘째, 조직건설의 핵심은 ‘간부대열의 정간화와 당대열의 정예화’이다. 셋째, 사상건설의 핵심은 북한 인민들의 애국열의를 모아낸 ‘사회주의의 전면적 발전’이다. 넷째, 규율건설의 핵심은 당의 영도적 권위를 훼손시키는 온갖 요소들과 행위들을 색출·제거하면서 당내 엄격한 규율을 굳건히 하는 것이다. 다섯째, 작풍건설의 핵심은 변화하는 환경과 북한주민들의 의식수준에 맞추어 민심을 중시하며 당의 집권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러한 정치, 조직, 사상, 규율, 작풍 건설 노선은 9차 당대회 설계 시 대내 통치 전략에 기본 노선으로 자리잡힐 것으로 전망된다.

그리고 9차 당대회를 기점으로 이 5대 사업방향에 기초하여 한편으로는 ‘지방발전 20×10 정책’ 등 자력갱생 전략을 지속할 것이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청년과 군인 중심의 신진 충성세력을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노동당 창당 80주년 행사 중 기존과 달리 돋보였던 대중 사업은 김정은에게 바치는 <충성의 편지증정모임>이었다. 이 사업은 2025년 내 북한의 각 도, 사회주의애국청년동맹, 조선인민군, 사회안전성뿐 아니라 재일(在日)·재중(在中) 조선인총연합회가 주도하여 북한지역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진행한 ‘충성의 편지이어달리기’의 성과를 총화한 것이다.

이 사업은 청년과 군인이 주도하도록 하여 전국 단위에서 대중적으로 진행되었다. 이 사업의 외형적 목표는 ‘자유풍에 젖은 북한 청년층’의 사상을 교정하며 김정은에 대한 충성심을 고조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좀 더 내밀한 전략적 목표는 9차 당대회 준비와 관련하여, 김정은과 함께 9차 당대회 이후 북한체제를 이끌 청년층 중심의 신진 간부층 선출에 의미가 있다. 또한 현재 북한이 김주애를 내세워 4대 세습을 당연시하는 상황에서 수령체제의 한 축으로 자리잡혀 있는 후계자 문제를 기정사실화하기 위한 사업을 전개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상 강화와 생산성 향상을 기둥으로 한 5대 당건설 노선의 유산은 김일성과 김정일의 동상처럼, 북한이 강조하는 수령-당 일체의 상징으로 남아 있다. ⓒ셔터스톡 북한 노동당 창건 80주년을 맞이하여 김정은에게 올리는 ‘충성의 편지’ 증정 모임이 지난 10월 7일 평양에서 진행됐다. ⓒ연합뉴스

대외·대남 전략: ‘신냉전 강화’ 기조 하 대남 영향력 차단

한편, 이 노선은 9차 당대회 시 제시할 수 있는 대외·대남 전략 수립과 연계되어 있다. “오직 자체의 힘으로”라는 방향을 중시하는 이 노선이 전략 수위로 상승한 배경에는 미·중 경쟁 심화 및 러·우 전쟁 상황의 불확실성이라는 국제정세가 있다. 이러한 국제환경 변화와 함께 2022년 말 북한의 대남·대외 전략 변화가 드러났다. 이 노선이 채택된 2022년 말 노동당 제8기 제6차 전원회의 확대회의에서 북한당국은 ‘국제관계구도가 신냉전 체계로 전환되는 것에 맞추어 강 대 강, 정면승부의 대적 투쟁 원칙’을 제기하였다. 이 원칙에 따라 2023년 이후 북러 간 전략적 협력과 대남 적대 전략(적대적 2국가론)이 구체화되었다.

이러한 기조 하에서 북한은 9차 당대회를 준비하며 ‘북·러 전략적 협력을 중심축으로 한 중국 견인’ 및 ‘미국에 대한 몸값높이기 전략’, 그리고 남북한 적대적 2국가론의 법제도화를 구체화할 것으로 추정된다. 금번 노동당 창당 80주년 행사에서 대외적으로 돋보였던 것은 북한의 열병식을 매개로 한 ‘북-중-러 3자 고위층의 협력 과시’이다. 또한 지난 2025년 10월 10~11일 당창건 80돌 기념 김정은 연설과 행보에서 특히 주목할 지점은 1990년대 세계적 정치변동 속에서 북한체제 고수의 정당성, 반미·반제국주의 연대, 중국·러시아·베트남·라오스 등 구사회주의권의 연대, 러시아 파병 군인 치하, 국방력 강화를 통한 현실주의 대외정치 기조 등이다.

이와 같은 최근 김정은의 주요 행보는 최소 2030년 이상을 목표로 한 북한의 중장기 대외전략 기조이며, 9차 당대회 시 대외·대남 전략 설계의 기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즉, 북한은 9차 당대회 시 제시할 대외·대남 전략으로 ‘신냉전 공고화’ 및 ‘남북한 적대적 2국가론에 기초한 대남 영향력 차단’ 기조를 제도화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