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1+12 Vol.218

평화의 상징으로 다시 태어나다
DMZ 박물관

동해안 최북단, 금강산으로 향하는 길목에 자리한 강원특별자치도 고성군의 DMZ 박물관. 이곳은 분단의 상징이자 냉전의 흔적이 남아 있는 비무장지대(DMZ)를 주제로 한 세계 최초의 박물관으로, 지난 2009년 8월 14일 문을 열었다. 6·25전쟁의 참상과 분단의 아픔을 넘어, 평화와 통일의 미래를 향한 새로운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공간이다. 박물관은 단순히 과거를 기록하는 곳이 아니라, 전쟁의 기억을 평화의 언어로 번역하는 살아있는 현장이기도 하다.

DMZ 박물관은 남북 자유왕래와 통일시대에 대비하여 비무장지대의 자연환경은 물론 다양한 자료와 교육프로그램으로 DMZ의 의미를 알리고 있다. ⓒDMZ 박물관

전쟁의 기억에서 평화의 메시지로

DMZ 박물관의 전시는 네 개의 주제 구역으로 구성된다. 전시실 제1구역, ‘축복받지 못한 탄생’에서는 해방과 전쟁을 거치며 만들어진 한반도의 분단 현실을 조명한다. 이곳은 8·15해방과 6·25전쟁으로 이어지는 한반도의 시대상과 DMZ의 탄생 배경이 역사적인 사진, 모형, 영상물로 정리되어 있다. 그 당시 정전협정 장소였던 판문점 회담장을 재현한 전시관에는 정전협정문 사본과 당시 회담 장면, 전쟁 피해자들의 유품이 전시되어 전쟁의 긴박함과 참혹함을 잘 표현해주고 있다.

전시실 제2구역 ‘냉전의 유산은 이어지다’ 구역은 정전협정 이후에도 계속 이어지고 있는 남북한의 군사적인 대치 상황과 전쟁의 흔적과 유산들을 소개하고 있다. 청와대 습격사건, 천안함 사건, 연평도 포격 등 현대사의 주요 사건을 연표와 영상, 실물 자료로 구성해 한반도의 안보 현실을 객관적으로 보여준다. 관람객은 전쟁 이후에도 이어진 냉전의 그림자 속에서 평화의 필요성을 다시금 느낄 수 있다.

전시실에는 해방과 전쟁의 역사, 남북 대치의 흔적, 생명이 되살아난 비무장지대의 자연, 그리고 교류와 평화의 미래를 보여주는 자료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다.

생명이 깃든 비무장지대

전시실 제3구역, ‘그러나 DMZ는 살아있다’는 그 이름처럼, 전쟁의 폐허 속에서도 생명이 끊이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땅에 자생한 수천 종의 생물과 희귀 동식물의 서식지가 영상과 모형으로 보여진다. 70여 년의 세월이 흘러, 총성이 멈춘 그곳은 이제 ‘한반도의 그린벨트’로 불리며 자연의 회복력을 상징하는 공간이 되었다.

4구역 ‘다시 꿈꾸는 땅, DMZ’ 전시관에서는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등 남북 교류 협력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교류 사업뿐 아니라, 민간 차원의 작은 협력들이 어떻게 평화의 실마리를 만들어왔는지를 보여주며, ‘통일은 먼 미래의 사건이 아니라 지금 이곳에서 준비되는 과정’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체험으로 만나는 평화의 감성

박물관 2층에는 관람객이 직접 평화를 느낄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군번줄 만들기, 티셔츠·머그컵 제작 등 평화 상징물 제작 체험은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누구나 함께 즐길 수 있는 인기 프로그램이다. 특히 접경지역 청소년이 함께했던 ‘DMZ 문화공감 캠프’는 지금은 중단되었지만,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며 공감과 화합을 배우던 기억 속 평화교육의 장으로 남아 있다.

박물관 2층은 전쟁의 상처를 넘어 평화를 체험하는 공간이다. 삐라 전시부터 소망엽서와 평화 상징물 제작까지 시민이 직접 참여하며 평화의 의미를 새기는 현장이다.

미래를 향해 열린 박물관

DMZ 박물관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통일 이후 북측의 자료와 유산이 더해질 때 비로소 완성되는 ‘미래형 박물관’이기 때문이다. 분단의 상처가 평화의 기억으로 전환되는 여정 속에서, DMZ 박물관은 오늘도 묵묵히 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곳을 찾는 발걸음 하나하나가 평화의 씨앗이 되어, 언젠가 남북이 함께 전시를 완성하는 그날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미니 인터뷰

김영식 DMZ 박물관 홍보팀장

“2009년 개관 때부터 지금까지 DMZ 박물관과 함께 해왔습니다. 민통선 안이라는 특별한 공간에서 분단의 아픔과 평화의 가치를 알리는 일은 제게 큰 사명처럼 느껴집니다. 특히 탈북 청소년과 접경지역 학생들이 함께했던 문화공감 캠프는 지금도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입니다.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며 통일의 의미를 자연스럽게 느꼈죠. 앞으로도 DMZ 박물관이 남북의 문화적 동질성을 회복하고, 미래 세대가 평화를 체감할 수 있는 공간으로 성장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