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평화통일 Vol 2132025.01·02

평화통일 칼럼

양안관계와 미국의 의미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


중국 춘추전국시대에 종횡가(縦橫家)로 명성을 떨친 장의(張儀)는 진(秦)나라의 26대 군주인 혜문왕(惠文王)에게 등용돼 후일 진나라가 통일을 이룩하는 기반을 쌓는 데 일익을 담당했다. 진나라가 서쪽에서 점차 세력을 확대하던 기원전 313년에 진 혜문왕은 장의를 초(楚)나라로 보낸다. 제(齊)나라와 초나라가 남북에서 합종하여 진에 대항하는 것을 우려해서였다.

장의는 초 회왕에게 제와 단교하고 합종의 맹약을 끊는다면 상어(商於) 땅 600리와 함께 진의 미녀를 첩으로 바치고 진과 초가 서로에게 딸을 시집보내 영원히 형제국이 되자고 설득했다. 초 회왕은 기뻐하며 장의의 제안에 동의했다. 하지만 초 회왕의 유세객인 진진(陣軫)이 장의의 제안에 반대하고 나섰다. 진진은 “나날이 세력이 커지는 진이 초를 가벼이 여기지 않는 것은 합종의 맹약을 맺은 제가 북쪽에 버티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만약 초가 제와 단교하고 합종의 맹약을 끊는다면 초는 결국 고립될 것이며, 진은 고립된 초에 약속한 땅도 내어주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초 회왕은 진진의 충언을 받아들이지 않고 장의의 제안대로 제와 단교했다. 얼마 후 장의에게 속은 것을 깨달은 초 회왕은 또다시 진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군사를 일으켜 진으로 쳐들어갔다가 크게 패하고 오히려 초의 두 개 성읍을 진에 할양하며 강화를 청한다.

장의와 진진이 충돌했던 진·초·제 3국이 얽혔던 이 고사는 중국, 타이완, 미국과의 관계, 나아가서는 미국과 중국, 그리고 이 두 강대국 사이에서 고민하는 아시아의 국가들에게도 ‘일정한’ 함의를 던진다. 역내에서 나날이 영향력을 확대하는 중국이 상대적으로 약한 타이완을 마음대로 통제하지 못하는 것은 뒤에 미국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타이완으로서는 미국과의 전략적 협력과 파트너십은 양안관계를 논의할 때 절대적인 필수 조건이다. 다만 이 고사의 함의에 ‘일정한’이라는 제한적 표현을 쓴 건 과거 진·초·제 3국과 지금의 양안 및 미국과의 관계에 중요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당시 초와 제는 대등한 합종의 동맹관계를 맺을 수 있었지만, 타이완과 미국은 비대칭 파트너십이다. 타이완이 미국에 절대적으로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타이완은 건전하고 대등한 파트너십을 일관되게 추구하지만, 역사적으로 비대칭 관계하에서는 상황에 따라 강대국에 의해 일방적인 전술적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동시에 존재해왔다.

타이완 국립정치대학의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타이완 주민의 약 90%가 양안관계의 ‘현 상황 유지(maintain status quo)’를 지지한다. 하지만 주민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미·중 사이에서 타이완해협의 긴장은 나날이 고조되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 그 긴장은 더욱 커질 수 있다.

따라서 2025년은 타이완에 미국과의 파트너십이 무엇보다 필요하지만, 미국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비대칭 관계하에서 나타날 수 있는 미국의 ‘전술적 수단’으로의 전락에 대한 우려를 줄이고, 장기적으로 건전하고 안정적인 미국과의 파트너십을 만들어가야 하는 과제를 고민하는 한 해가 될 것이다. 또한 이는 타이완만의 고민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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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소설 ‘◯◯◯ ◯◯◯’는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의 대표로 북한 원자력발전소 건설 현장에서 2년간 상주했던 김중근 전 인도대사가 북한의 실상을 고발한 책이다.
② 민주평통 광저우협의회는 지난해 11월 23일 주광저우대한민국총영사관에서 ‘독립유적지 ◯◯◯◯학교 평화통일 페스티벌’ 행사를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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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통일 현장Ⅰ ‘제1회 먼저 온 통일 가요제’
통일 가요제가 열리는 줄 몰랐습니다. 많은 북한이탈주민들께서 다양한 노래를 선보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돼 무척 뜻깊게 느껴졌습니다. 북한이탈주민 가수나 배우분들께서 연예계에서 더욱 활발히 활동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유튜브 영상 등으로도 이 가요제를 접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 부분이 다소 아쉽게 느껴졌습니다. 올해 처음 개최된 만큼, 내년 제2회 가요제에는 더욱 많은 분들과 함께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기를 기대합니다. 이정훈(경기 고양시)
진단 1 北 최고인민회의 분석과 전망
북한이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를 폭파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하고 있는 지금, 김인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박사님의 심도 있는 분석이 매우 유익했습니다. 북한 전 지역이 암흑 속에 잠겨 있고, 평양만 유일하게 빛나고 있는 위성사진은 국민을 도외시한 채 정권 유지에만 골몰하는 김정은 위원장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 긴장의 끈을 놓지 말고, 북한의 도발에 적절히 대응하며, 북한 동포의 인권 향상과 통일을 준비해나가야 할 것입니다. 허성(서울 송파구)
예술로 평화 북한이탈주민 화가 이지혜 초대전 ‘철책 넘어 지상락원’
북한이탈주민이신 이지혜 화가님의 작품들이 하나하나 너무나 인상 깊게 느껴졌습니다. 화폭에 담아낸 사실적인 이야기들은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켰습니다. 특히 인터뷰를 통해 작품에 담긴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어 더욱 좋았습니다. 앞으로도 화가님께서 통일을 위한 메시지를 많은 분들께 전달해주시길 부탁드리며, 북한이탈주민들의 희망이 돼주시길 기대합니다. 김성철(인천 서구)
협의회 탐방 대구 달성군협의회
통일 염원을 담은 청소년 어울림마당 Smart-끼 축제 소식을 흥미롭게 접했습니다. 우리 민족의 국기이자 공통분모라 할 수 있는 태권도 시범을 통해 청소년들이 통일의 미래 주역으로서 남과 북이 하나 되어 상생의 길로 나아가자는 비전을 잘 보여주셨다고 생각합니다. 2025년 새해에는 우리 청소년들의 평화통일 염원이 한라에서 백두까지 널리 퍼져나가기를 소망합니다. 정경석(대전 중구)
북한이탈주민 정착 이야기 김수아 통일안보 전문가
“한반도 통일이라는 소명을 지니고, 고향에 두고 온 부모님께 드리는 마음으로 통일 선물을 마련하기 위해 오늘도 강연장으로 향합니다”라는 인터뷰 내용에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북한이탈주민과 함께 평화통일을 이루어야 합니다. 북한이탈주민들은 매우 훌륭한 자원이자 우리가 함께 걸어가야 할 동반자입니다. 북한이탈주민을 이웃사람으로 대하고 따뜻한 정으로 맞이해야 할 것입니다. 한국 곳곳에서 통일·안보 전문가가 속출하는 날이 바로 평화통일의 날이 될 것이라 굳게 믿으며, 우리는 항상 북한이탈주민과 함께해야 하겠습니다. 정병식(서울 서대문구)





11-12월호 평화통일 퀴즈 정답 ① 먼저 온 통일 ② 지상락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