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평화통일 Vol 2132025.01·02

탈북민 정착 이야기

웹툰 창작자 전주옥
이쁨스튜디오 대표

압록강을 건넌 북한 소녀
웹툰으로 北 실상 세상에 알리다

북한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장마당에서 생존을 위해 밀수에 가담했던 소녀가 이제는 대한민국에서 웹툰 스튜디오를 운영하며 북한의 실상을 알리는 콘텐츠 제작자로 활약하고 있다. 전주옥(30) 이쁨스튜디오 대표의 이야기는 강렬한 도전과 변화의 여정을 보여준다.
탈북, 그리고 새로운 시작
북한 양강도 김정숙군에서 태어난 전 대표는 고난의 행군 시기에 배급 대신 장마당에 의존하며 성장했다. 어린 시절부터 잣과 약초 같은 물품을 밀수하며 생계를 도왔던 그는 공부에 뛰어난 재능을 보였지만, 노동자 집안 출신이라는 이유로 좋은 직업을 얻는 데 한계가 있었다.

전 대표의 인생을 바꾼 건 중학교 시절 친구 집에서 본 한국 영화와 드라마였다. 창문에 담요를 치고 몰래 보던 한국 콘텐츠는 그에게 자유와 꿈의 상징이 됐다. 전 대표는 “나의 탈북 계획에는 한국이 깊게 스며들어 있다”고 말했다.

탈북 목표를 세울 때쯤 전 대표의 외삼촌이 “똑똑한 자식을 희망 없는 곳에서 키우지 말고 남쪽에 보내라”고 한국행을 독려했다. 외할머니도 ‘손자들이 비행기 타고 다니는 게 소원’이라며 탈북을 응원했다. 먼저 한국으로 들어온 외삼촌의 도움으로 고등중학교 졸업식을 마친 다음 날, 전 대표는 외삼촌의 도움으로 친오빠와 함께 압록강을 건넜다. 그때 나이가 열여덟 살이었다. 수색대를 피해 숲속에 숨어야 했고, 긴 여정을 거쳐 대한민국에 도착하기까지 50일이 걸렸다.

2013년 5월 대한민국에 도착한 전 대표는 정착과 동시에 학업에 몰두했다. 한동대학교 국제관계학과에 진학해 부족한 영어 실력을 극복하고 사회복지학을 복수 전공하며 다양한 지식을 쌓았다. 공모전과 대회에서 상금을 타 외국에 나가 영어 실력을 키운 그는 재학 중 장학금을 받으며 학사 학위를 취득했다.

“북한이탈주민 학생들에게 항상 이렇게 말해요. ‘첫 학기는 무조건 버티세요.’ 그렇게 하면 다음 학기는 어떻게든 스스로 헤쳐나갈 힘이 생깁니다.”

결혼 후 임신하면서 그는 자신의 경험을 기반으로 웹툰을 제작하기로 결심했다. 북한의 현실과 북한이탈주민들의 이야기를 대중에게 알리고 싶다는 열망에서였다. 그의 웹툰은 독창적인 순정만화 스타일과 북한이라는 독특한 소재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유엔 행사에서 웹툰 ‘혁’과 ‘순이’ 선보여
전 대표는 남편과 함께 창업한 ‘이쁨스튜디오’를 통해 북한이탈주민과 북한 어린이의 현실을 담은 웹툰을 제작하고 있다. 스튜디오의 이름은 첫째 아이의 태명에서 따왔다. 스튜디오는 설립 2년 만에 남북하나재단의 ‘월간 하나’ 코너에 연재되는 등 인기 웹툰 제작사로 자리 잡았다.

2024년 11월, 그는 유엔 제네바사무소에서 열린 ‘자유·존엄·희망의 목소리 높이기’ 행사에 참여해 웹툰 작품 ‘혁’과 ‘순이’를 선보였다. 이 작품은 탈북 과정에서의 인신매매 위험과 북한 어린이들이 겪는 사상 세뇌 문제를 다룬다.

“북한을 소재로 한 웹툰을 대한민국에서 소비되는 대중 콘텐츠로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를 통해 북한의 실상을 전 세계에 알리고 싶습니다.”

전 대표는 오늘도 경기 용인에 위치한 작업실에서 남편과 함께 북한 인권 문제를 다룬 새로운 웹툰을 준비 중이다. 세 살 된 아들을 키우며 워킹맘으로 바쁜 일상을 보내는 그는 북한과 북한이탈주민의 이야기를 대중적 콘텐츠로 만들어가는 데 온 힘을 쏟고 있다.

그의 도전은 단순히 개인적인 성공을 넘어, 북한의 실상을 알리고 인권 문제를 전 세계에 환기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다. 전 대표의 이야기는 새로운 시작을 꿈꾸는 모든 사람들에게 용기와 영감을 준다. 웹툰으로 이어진 새로운 인생, 그리고 북한을 알리는 사명. 전 대표의 여정은 아직 진행 중이다.

글 · 김 건 희 기자 사진· 홍 태 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