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2024년 북한 정세 평가와 2025년 전망
‘9차 당 대회’ 성과적 개최 위해
2024 전략 노선 변경 ‘굳히기’ 나서나
2024년 북한은 중요한 정책적 변화를 꾀했다. 이는 2023년 말, 김정은 정권이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하면서 시작됐다. 내부적으로는 선대와 구별되는 김정은의
리더십 강화와 함께 각종 법 개정을 통해 통제를 강화했다. 대외적으로는 러시아와 새로운
조약을 체결하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북한군을 파병했다. 또한 대남 쓰레기 풍선
투하와 첨단 전략무기 실험 등으로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켰다. 지난 한 해 북한 정세를
평가하며, 2025년 올해 북한의 움직임을 전망해본다.
지난해 김정은의 현지 지도가 이전에 비해 상당히 증가했다. 주목할 점은 기존의 군대와 군수산업 중심의 현지 지도에서 수해 관리와 인민의 의식주 문제 해결 등 민생 분야로 확장됐다는 점이다. 김정은은 또한 이전보다 국정 연설을 늘리고 각종 지침을 제시하며 체제 관리 능력을 증대시켰다. 김주애와 김여정의 행보도 증가했는데, 이는 김씨 왕정의 견고함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또 다른 큰 변화는 김정은 정권이 김일성과 김정일의 정책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전략적 변화를 보였다는 점이다. 특히 대남·대외 전략의 변화가 두드러졌다.
먼저 대남 노선을 전환하며 민족·통일 지우기에 나섰다. 대한민국을 한민족이자 통일 대상으로 설정했던 기존 노선에서 전환해 적대국이자 주적으로 규정하며, 기존의 미국과 함께 한국도 주적으로 바뀌었음을 선언했다.
또한 러시아 파병으로 대표되는 외교 노선의 변화도 눈에 띄었다. 1956년 주체와 자주 외교를 선언한 이후 북한은 냉전 체제에서도 중국 및 소련과 일정한 거리를 두는 등거리 외교를 펼쳤다. 그러나 지난해 6월 19일, 신북·러 조약을 체결하며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관계를 재정립했고, 12월 4일 러시아와의 ‘군사동맹을 복원’하는 조약 비준서를 체결하며 조약 발효까지의 절차를 완료했다. 즉, 김정은 정권은 북한의 기존 자주 외교를 편승 외교로 전환한 것이다.
대내적으로는 지방 발전과 수해 복구 등 재해·재난 지원을 강조하며 ‘위민헌신’을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북한 인민들의 의식주 문제 해결과 도농 병행 발전 노선을 제시하며 ‘변혁의 시대’를 선전하고, 선대와 차별적인 인민 중시 정책 비전을 실현했다.
김정은 정권은 지난해 대내 정치의 중요한 사안으로 간부 문제를 다뤘다. 선대와 구별되는 ‘김정은의 독자적 정책 드라이브’를 위해 간부들에 대한 규율과 질책을 강화했을 뿐만 아니라, 간부 사업을 재정비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1000일이 지났다. 러시아의 공습으로 폐허가 된 우크라이나 루한스크 지역 리시찬스크 건물. (뉴시스)
‘김정은 시대’를 이끌 간부 재정비
우선 간부들에 대한 질책과 비판은 양과 질 모든 측면에서 이전보다 증대되었다. 이는 통일정책 폐기 등 김정은이 주도하는 큰 폭의 정책 변화를 강제하려는 배경과, 보상 없이 헌신만 강요하는 간부 정책에 대한 권력 엘리트들의 직간접적 불만과 동요에 대한 ‘공세적 다잡기’ 행보로 보인다.
또한 지난해 6월 1일 신입생 170여 명 규모의 2년제 과정인 당 중앙 간부학교 개교를 기점으로 김정은의 잦은 방문 등 각별한 관심이 표출되었다. ‘김정은 시대 당 건설과 당 활동의 참된 진리 체득’(노동신문, 2024년 6월 2일 자)을 목표로 20년 이상 김정은 체제를 지탱할 골간 간부 양성과 재정비 사업을 중시했다.
중앙당의 핵심인 현직 간부를 대상으로 한 ‘사상적 재무장’ 교육과 당 정치국 위원을 대상으로 한 재교육 강습도 실행되었다. 김정은은 재교육 강습에 참가하는 당 중앙위 정치국 성원들을 만나 “모든 일군들, 특히 당 중앙 지도기관 성원들부터 당성, 혁명성 단련의 용광로인 당 학교에서 정기적인 재교육을 거쳐 정치·사상적으로 끊임없이 단련·수양하고 사업 방법과 작풍을 부단히 혁신해나갈 것”이라는 지침을 제시했다.
이어 10월 1일 ‘제1차 전국간부사업부문일군회의’를 개최했다. 북한 노동신문은 ‘당 중앙위 비서로부터 공장기업소 간부들까지 참석한 이 회의에서는 현 시기 간부사업부문에서 이룩된 성과와 경험, 나타난 편향과 후과, 원인들을 심도 있게 분석 총화한데 기초하여 당의 간부혁명방침관철에서 새로운 개진을 가져오기 위한 실천적인 문제들이 진지하게 토의되었다’고 10월 2일 자로 보도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가운데)이 지난해 12월 7일 파리의 엘리제궁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왼쪽),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뉴시스)
지난해 전략 노선 변경, 올해 ‘굳히기’
이렇듯 지난해 대내외 전략적 노선 변경을 추진한 김정은 정권은 올해 이를 굳히기 위해 세부 사업을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올해 북한 정치 일정에서 중요한 사업들이 그 결과를 드러낼 전망이다. 주요 정치 일정을 보면, 6월 6·25전쟁 75주년, 10월 당 창건 80돌, 2026년 1월 예정인 9차 당 대회 준비 사업 등이 있다.
북한은 9차 당 대회의 성과적 개최를 목표로, 김정은이 지난해 큰 폭으로 변화시킨 정책을 ‘굳히기 행보’로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세부적으로는 국방·경제 발전 5개년 계획 종결, 통일과 민족 지우기, 지방 발전 정책, 전면적 간부 쇄신, 대남 단절 사업, 대러 파병과 이에 따른 반대급부 확보 등이 주요 과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올해 6·25전쟁 75주년을 기점으로 북·러 동맹의 성과와 김정은 외교의 업적을 선전하며, 파병의 경제적 효과를 대내적으로 흡수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6·25 미제 반대 투쟁의 날’을 계기로 평양 등 각지에서 대규모 군중 집회를 열며 대내 결속을 도모한 점을 고려하면, 올해에는 75주년을 기념하여 6~7월 정전 협정일까지 포함한 대대적인 대중 집회를 개최하며 집단주의를 고조시킬 가능성이 높다.
김정은은 지난해 중앙당 간부학교 개교를 기점으로 9차 당 대회를 준비하며 간부들을 재정비하고 있다. 올해는 각종 조직 사업을 통해 간부 재정비의 성과를 드러내려 할 것이다. 즉, 김정은의 새로운 전략 노선을 충실히 이행할 ‘간부 혁명화’ 사업(노동신문, 2024년 12월 9일 자)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러시아 파병 대가로 북한군 1인당 월 2000달러를 받는다는 국정원 정보에 따르면, 파병의 반대급부는 1만 명 기준 월 2000만 달러로 추정된다. 이 중 90%가 김정은의 통치자금으로 활용될 수 있기에, 이를 올해 각종 행사와 사업에서 대내 안정화 및 통치에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올해 10월 당 창건 80돌 및 2026년 1월 예정된 9차 당 대회를 계기로 선대와 구별되는 ‘김정은 시대’의 독자성과 전면화를 선언하기 위한 사상적, 정책적 완결성을 갖추는 데 매진할 전망이다.
대남·대미 정세 주시하며 신중 행보
대남 정책의 경우, 한국의 내부 갈등과 현 정부에 대한 반발을 예의 주시하며 다양한 상황에 대비할 것이다. 지난해 12월 초 국내 정치 불안 상황에서도 북한이 즉각적인 대응을 하지 않았던 점을 미루어보면, 북한은 남한 내 정치 혼란의 파장에 대해 가능한 시나리오를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대남 장벽 건설이나 적대감 강화 사업 등은 지속될 것이다. 전체적으로 북한은 내부 사업과 대러 밀착,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대한 정책 구체화에 집중하며 대남 사업은 후순위로 배치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대내 사업 중시 및 러시아 파병이 최소한 올해 상반기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기에 대남 공세적, 적극적 군사 도발은 주도하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해상 국경선’을 공표하며 북방한계선(NLL) 쟁점화를 시도하고 남북 간 지위와 영토 경쟁을 촉발할 가능성은 있다.
또한 올해 상반기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한 신중한 검토를 통해 국제무대에서 운신의 폭을 넓히기 위한 행보가 예상된다. 이는 핵보유국 인정 및 군축 협상에 유리한 환경 조성을 위한 북한의 움직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 영 자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