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평화통일 Vol 2132025.01·02

지난해 7월 19일 서울 롯데시네마 청량리점 1관에서 개최한 북한이탈주민 인식 개선 다큐멘터리
영화 ‘통일오라’ 상영회에 노원구협의회 자문위원들과 주민들이 참석해 펼침막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통일의 염원, 문화와 예술로 이어가다
다큐 영화에서 문학전까지… ‘탄탄한 조직력’ 돋보여

협의회 탐방 | 서울 노원구 협의회
지난해 7월 11일, 서울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다큐멘터리 영화 ‘통일오라’ 첫 상영회. 영화 상영 시작 전, 길주형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서울노원구협의회 회장과 김규민 ‘통일오라’ 영화감독, 배우 등이 단상에 오르자 400명에 달하는 관객들의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지난해 9월 13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영화 ‘통일오라’ 홍보 활동 모습.
영화 투자에 이어 영화 작업에도 참여
김 감독은 “이 영화는 편집 작업을 하면서 수십 번 봤음에도 불구하고 볼 때마다 감격스럽고 새롭게 다가온다”며 영화 상영의 기쁨을 관객들과 나눴다. 길 회장은 “이번 상영회는 노원구협의회 자문위원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조, 그리고 서울시의 지원 덕분”이라며 구성원들에게 공을 돌렸다. 관객석에 앉아 있던 일부 자문위원들은 눈시울을 적시며 큰 소리로 호응했다.

‘통일오라’는 2000년대 중국으로 탈북했다가 다시 북송된 후, 3년간 교화소에 갇혀 성폭행과 강제 낙태 등 인권유린을 당했던 여성 탈북자 김보빈 씨의 탈북 여정과 한국 정착 과정을 담은 수필을 바탕으로 제작한 영화다.

2012년 재탈북해 한국에 온 김 씨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건설 현장, 과일 포장, 식당 종업원, 상조회사 업무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이후 한국에서 결혼해 현재 다섯 아이의 엄마이자 사업가로 일하고 있다.

이 영화를 제작한 김 감독 또한 북한이탈주민이다. 그는 1974년 황해북도 봉산군의 한 노동자 집안에서 태어났다. 우연히 한국의 라디오 방송을 듣고 한국의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체제가 북한보다 우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1999년 3월 북한 지방선거 당시 김일성과 김정일의 초상화가 있는 투표소를 부수고 투옥됐다. 공개 처형을 기다리던 중, 못을 삼켜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지만 병원에 가던 도중 탈출에 성공해 중국을 거쳐 2001년 한국에 들어왔다.

이후 그는 영화배우로 활동하며 ‘국경의 남쪽’(2006)에서 탈북 브로커로, ‘크로싱’(2008)에서 북한 안골탄광 반장으로 각각 출연했다. 북한의 실상을 알리는 영화를 만들겠다는 사명감으로 영화배우에서 영화 제작자 및 감독으로 방향을 틀었다.

김보빈 씨의 일화를 소재로 영화를 제작하겠다고 나섰으나 예산과 인력 부족으로 작업은 진척을 내지 못했다. 그때 노원구협의회가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길 회장이 노원구협의회 자문위원들에게 영화 제작 지원을 제안하면서 영화가 기획에서 제작 단계로 넘어가게 된 것이다. 길 회장과 김 감독은 이전부터 민주평통을 통해 멘토·멘티 활동을 이어온 사이였다. 현재 김 감독은 민주평통 노원구협의회 기획홍보분과 위원장이자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11일 노원구청 소강당에서 열린 ‘2024년 4분기 정기회의’에 참석한 태영호 사무처장(가운데)과 길주형 회장(왼쪽에서 여섯 번째) 등 노원구협의회 임원과 자문위원들.
‘통일오라’ 시즌2 멘토·멘티 성공담 담아
노원구협의회는 투자에 그치지 않고 영화 음악 작업에도 뛰어들었다. 길 회장이 음악에 남다른 재능을 가지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는 영화음악 제작과 녹음뿐만 아니라 해외 수출용 영어 및 일본어 자막 작업까지 직접 지휘하며 영화의 완성도를 한층 끌어올렸다. 이 작업에 소요된 비용 9000여만 원은 길 회장의 사비로 충당됐다. 김 감독은 “민주평통 노원구협의회라는 조직이 있었기에 영화가 탄생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영화 제작이 마무리되자 노원구협의회는 북한이탈주민 인식 개선은 물론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를 국내외에 널리 알리기 위해 홍보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지난해 4월에는 일본, 9월에는 프랑스 파리 등 국제사회에 영화 ‘통일오라’를 널리 홍보했다. 서울시로부터 3000만 원을 후원받아 국내에서는 7월부터 11월까지 롯데시네마에서 다섯 차례에 걸쳐 영화 상영회를 개최했다.

영화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10월 17일 사단법인 일천만이산가족위원회, 11월 29일 민주평통 대전지역회의 청년분과위원회, 12월 8일 서울상계초등학교 총동문회 등에서 300여 명이 관람하며 관심을 이어갔다.

작품성과 홍보 활동 덕분에 영화는 국제 영화계에서도 주목받았다. 동유럽 영화제, 스톡홀름 국제영화제, 드림머신 국제영화제 등 13개 영화제 다큐멘터리 부문에 초청된 것이다. 래티듀드 영화제, 타미자감 국제영화제, 로힙 국제영화제에서는 “북한 인권의 처참한 실태를 생동감 있게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최우수 다큐멘터리상을 거머쥐었다.

현재 노원구협의회는 ‘통일오라’ 시즌2를 제작 중이다. 2025년 하반기 개봉을 목표로 한다. 상영을 성공적으로 마친 시즌1이 북한이탈주민 인식 개선에 중점을 둔 작품이었다면, 시즌2는 민주평통 멘토링 사업에 집중해 멘티와 멘토들 간의 성공담을 이야기하는 다큐멘터리 영화로 제작될 예정이다.

노원구협의회는 민주평통의 통일 활동을 홍보하고 문화 공연을 통해 자유·평화·번영의 한반도 구현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주목할 점은 꾸준히 문화 행사를 개최해왔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22일, 노원구민의전당 대강당에서 개최된 ‘어울림 음악회’는 14회째를 맞은 노원구협의회의 대표 사업이다. 당시 행사는 지역 주민들에게 민주평통의 존재를 효과적으로 알리고자 음악으로 하나 되는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일념으로 4년 전부터 준비하며 공을 들인 덕분에 자문위원뿐만 아니라 북한이탈주민, 노원구민 등 650여 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지난해 11월 22일 서울 노원구 노원구민의전당 대강당에서 열린 ‘어울림 음악회’ 무대에 올라 연주하고 있는 공연팀과 환호하는 관객들.
평화와 통일의 염원을 담은 문학전
이날 공연에서는 북한이탈주민 약 280여 명의 ‘떼창’이 이어져 참석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 떼창에는 특별한 사연이 담겨 있다. 1995년부터 탈북자 출신 선교사들이 중국에서 북한으로 파송되기 시작했다. 이들은 기근으로 겪는 굶주림을 피해 탈북해 중국으로 넘어왔던 터라, 당시 조선족 교회, 한족 교회, 한인 선교사들의 환대와 돌봄이 유일한 희망이었다.

그 시절 복음을 전했던 이들 중 일부는 훗날 선교사가 돼 다시 두만강과 압록강을 건너 북한 땅에 들어갔다가 순교하거나 감옥에서 고통을 받기도 했다. 이 시기에 선교사들 사이에서 불리던 노래가 바로 ‘이 시간도 북한으로’다. 공연에서 북한이탈주민 280여 명이 무대에 올라 이 노래를 부르는 순간, 관객석에서는 박수와 눈물 섞인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노원구협의회는 평화통일 문학전도 개최했다. 이 행사는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마련됐다. 참가자들은 ‘통일 마중’이라는 주제 아래 평화와 통일의 의미를 각자의 시선으로 진솔하게 표현했다.

문학전은 만남편, 산문편, 운문편으로 나뉘어 작품을 접수했으며, 심사는 공정성, 창의성, 메시지 전달력 등을 기준으로 진행됐다. 그 결과 총 6명의 수상자가 선정됐다.

산문편 수상작으로 선정된 시민 정노원 씨의 작품은 분단의 아픔과 통일에 대한 희망을 섬세하게 담아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운문편 수상작으로는 고민주 씨와 김평화 씨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들은 통일 이후 변화할 우리의 일상과 한반도의 새로운 미래를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내 심사위원들의 큰 공감을 얻었다.
원동력은 바로 ‘탄탄한 조직력’
2024년 10월 28일, 노원구협의회 사무실에서 열린 평화통일 문학전 시상식에서는 수상자들의 노고를 격려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이번 문학전은 평화통일에 대한 시민 의식을 높이고 지역 주민들이 함께 소통하는 뜻깊은 장이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노원구협의회가 특색 있는 사업을 꾸준히 이어갈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바로 ‘탄탄하고 규모 있는 조직력’에서 비롯된다. 평화통일 여론을 이끌어내는 기획과 아이디어가 마련되더라도 자문위원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후원이 없다면 사업은 힘을 잃기 쉽다. 그러나 노원구협의회는 길 회장을 중심으로 한 자문위원들의 추진력과 결속력을 바탕으로 이색적인 사업을 발굴하고 그 의미를 지역사회와 공유하며 조직의 역량을 끌어올리고 있다.

실제로 노원구협의회는 젊고 역동적인 조직이다. 전체 자문위원 106명 가운데 50대 이하가 61%(65명)에 이르며, 그중 20대와 30대 자문위원도 각각 8명과 7명이다.

노원구협의회의 향후 목표는 문화와 예술이 어우러진 지역 특색을 살려 평화통일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민주평통을 국내외에 널리 알리고, 북한이탈주민 인권 신장에도 기여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길 회장은 “민주평통이 지향하는 목표와 기능을 적극 활용해 평화통일을 위한 시민 참여를 이끌어내겠다”며 “북한이탈주민 인식 개선뿐만 아니라 사회에 공헌하는 다양한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글 · 김 건 희 기자 사진· 이상윤 기자, 노원구협의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