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글로벌 통일대화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 통일 비전 모색
“자유·협력으로 한반도 통일 로드맵 제시해야”
지난해 11월 12일 서울 종로구 JW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호텔에서 열린 ‘2024 글로벌 통일대화’에 참석한 김관용 수석부의장과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태영호 사무처장(앞줄 왼쪽에서 여섯 번째부터 오른쪽으로) 등 주요 인사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이하 민주평통)는 ‘2024 글로벌 통일대화’를 지난해 11월 11일과 12일 이틀에 걸쳐 서울 JW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호텔에서 연합뉴스와 공동으로 개최했다. 2023년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린 이번 행사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무력 충돌 등 글로벌 복합위기 속에서 한반도 통일의 새로운 환경을 점검하고, 자유 평화 번영의 통일 대한민국 실현을 위한 국제 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행사에는 김관용 민주평통 수석부의장, 태영호 사무처장, 황대일 연합뉴스 대표이사 사장,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을 비롯해 학계, 관계, 시민사회계 국내외 전문가와 주한 외교관들이 참석해 한반도 문제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美 대북정책 큰 변화 없을 것”
김관용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은 개회사를 통해 현재의 지정학적 불확실성을 언급하며 “지정학적 대전환기의 불확실성 속에서 자유와 통일의 위기를 함께 맞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이 문을 걸어 잠그고 핵과 미사일 도발을 지속하는 상황에서 국제사회의 협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하며, 한반도 통일이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연대와 협력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음을 재확인했다.
황대일 연합뉴스 대표이사 사장은 환영사에서 “한반도 정세가 급변하고 젊은 세대의 통일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급변하는 한반도 환경 속에서 공정하고 정확한 정보 제공을 통해 국민과 국제사회를 연결하는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태영호 사무처장은 인사말에서 “한반도의 통일 문제는 이제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이슈로 발전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북한의 ‘두 개 국가론 발표’와 우크라이나 파병 등 국제 정세의 변화와 북한 정권의 최근 행보를 강조했다. 이어 “국제사회의 공조 없이는 한반도 통일의 비전을 실현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개회식에 이어 진행된 기조 강연은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이 맡았다. 신 실장은 “미국은 새로운 행정부 출범 이후에도 확장 억제와 실행력 강화를 이어갈 것”이라며 “미국의 대북정책 기조가 큰 변화를 겪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한국은 더 이상 한미 동맹의 일방적 수혜자가 아니라 글로벌 안보와 번영에 기여하는 파트너로서 핵심 이익을 수호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제 정세 변화와 통일에 대한 도전과 응전’을 주제로 열린 첫 세션에선 김현욱 세종연구소 소장이 좌장을 맡았다. 발제자로 나선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통일의 현실적 방안으로 “북한 엘리트들이 자유민주주의를 지향하도록 유도하는 접근”을 제안했다. 그는 “북한과의 협상을 기반으로 한 통일이 가장 바람직하다”며 “엘리트 계층을 변화의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성윤 통일연구원 통일정책실장은 최근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적 밀착 문제를 지적하며 “양국 간 협력이 강화되면서 북한이 러시아를 안보적 파트너로 활용할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고 경고했다.
첫 번째 세션은 김현욱 세종연구소 소장(가운데)의 사회로 정성윤 통일연구원 통일정책실장,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 니시노 준야 일본 게이오대학교 현대한국연구센터장, 최우선 국립외교원 교수 등(왼쪽부터)이 발제자와 토론자로 참여했다.
엘리트 변화와 국제 협력에 달렸다
토론자로 참여한 니시노 준야 일본 게이오대학교 현대한국연구센터장은 “한반도를 둘러싼 대국들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며 국제 협력의 필수성을 강조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국제사회에 기여하겠다고 한 점은 통일 과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우선 국립외교원 교수는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에 주목하며 “북한에서 군사적 충돌이 발생해 개입해야 할 상황이 오더라도 러시아가 미국과의 직접 충돌을 감수하며 적극 개입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2세션에선 ‘정보 접근권 확대와 북한 인권’을 주제로 오준 경희대 석좌교수가 좌장을, 박석길 Link 한국지부 대표와 이규창 통일연구원 인권연구실장이 각각 발제를 맡았다.
먼저 박석길 대표는 “한국은 IT 강국으로서 정보 전략에서 비교 우위를 가지고 있다”며 “이러한 기술적 역량을 활용해 북한 정권에 강력한 압박을 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보 접근권 확대가 북한 주민들의 의식 변화를 이끌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라는 것이다.
이규창 통일연구원 인권연구실장도 “북한 인권 개선뿐 아니라 평화통일을 위해서도 주민들의 정보 접근권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토론에서는 북한의 인권 상황에 대한 다양한 관점이 제시됐다. 루슬란 카츠 주한 캐나다대사관 참사관은 “북한이 팬데믹 기간 동안 고립주의를 고수한 탓에 인권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 북한이탈주민을 통일정책의 핵심 이해관계자로 포함시켜야 한다”고 제언했다.
리일규 전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참사관은 북한 내부의 변화를 언급하며 “1995년 이후 국제사회의 압박으로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도 인권 의식이 변화했지만, 본질적인 문제는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두 번째 세션에서 사회를 본 오준 경희대 석좌교수(왼쪽에서 두 번째)와 박석길 LiNK 한국지부 대표, 루슬란 카츠 주한 캐나다대사관 참사관, 리일규 전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참사관(왼쪽부터) 등이 발제자의 주제 발표 내용을 듣고 있다.
통일 위해 국제적 지지 확보 중요
제임스 히넌 서울 유엔 인권사무소장은 “북한 주민들이 표현의 자유를 누렸다는 이유로 처벌받고 있다”며 기본권 보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국제사회가 북한 주민들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 세션에서는 한반도 통일을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과 전략적 과제가 심도 있게 논의됐다. 이 세션은 홍용표 한양대 교수가 좌장을 맡아 진행됐다.
두진호 한국국방연구원 실장은 “김정은이 북한군 파병을 통해 최소 1억 달러 이상의 투자금을 확보했으며, 참전 병사들이 현대전의 실전 감각을 쌓고 있다”고 경고했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식량과 군사 에너지를 얻는 동시에 중국과의 관계를 조정하는 계기로 삼고 있다”고 분석했다.
마지막으로 브라이언 마이어스 동서대 교수는 “김정은 정권이 한민족 개념을 배제하며 체제 정당성을 유지하고 있다”며 “변화 속에서도 통일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는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한반도 통일 실현을 위한 실질적 방안을 논의한 자리였다. 참석자들은 북한 주민의 정보 접근권 확대와 인권 개선, 국제사회의 협력을 통한 통일 비전 실현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 행사의 세부 내용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유튜브 채널에서 다시 확인할 수 있다.
글 · 김 건 희 기자 사진 · 지 호 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