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군포시협의회 ‘통일어울림 한마당’과 ‘희망나눔김장’
겨울 추위 녹인 희망과 나눔의 시간
북한이탈주민 160가구에 지역사회 온기 전하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경기 군포시협의회(회장 김만진)는 지난해 11월 30일 군포시청 대회의실에서 ‘제9회 북한이탈주민과 함께하는 통일어울림 한마당’과 ‘희망나눔김장’ 행사를 동시에 개최했다. 협의회가 군포시에 거주하는 북한이탈주민과 시민이 함께 소통하고 공감하기 위해 마련한 행사다.
김만진 회장을 포함해 군포시협의회 자문위원과 지역 봉사자, 군포시 관계자 등 30여 명은 이른 아침부터 행사 준비를 위해 분주히 오갔다. 전날까지 내린 폭설 때문에 도로 사정이 좋지 않은데도 행사가 시작하는 오전 11시가 가까워지자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민주평통 군포시협의회가 지난해 11월 30일 군포시청 대회의실에서 개최한 ‘제9회 북한이탈주민과 함께하는 통일어울림 한마당’ 행사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김장김치와 생필품, 겨울나기 도움 되길”
군포시에 따르면 현재 이 지역에 거주하는 북한이탈주민은 300여 명. 이들은 대부분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는 기초수급자에 속한다고 한다. 이들에게는 김장 한 포기라도 추운 겨울을 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이날 행사에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북한이탈주민 100명과 자문위원, 지역 봉사자 이외에도 축하를 위해 행사장을 찾은 하은호 군포시장과 김귀근 시의회 의장, 시·도의원 등 130여 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김만진 회장은 대회사에서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기에 아홉 번째를 맞이하는 통일어울림 한마당과 희망나눔김장 행사를 개최하게 돼 기쁘다”면서 “오늘 준비한 김장김치와 생필품으로 춥고 어려운 시기에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하은호 시장은 축사를 통해 “새로운 삶의 터전에서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북한이탈주민을 위해 마련된 자리다. 힘들고 괴로웠던 마음들은 잠시나마 내려놓고 즐거운 시간, 하나 되는 시간 보내시기를 바란다”면서 “평화통일의 기반이 될 여러분들이 지역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통일어울림 한마당 행사는 북한이탈주민들과 자문위원, 자원봉사자 등이 함께 섞여 ‘평화’팀과 ‘통일’팀으로 나뉘어 승부를 겨루는 명랑운동회로 진행됐다. 처음엔 서먹서먹해하던 이들은 함께 어울려 춤을 추고, 공을 나르고 굴리며 자연스럽게 하나가 됐다. 승부는 더 이상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모처럼 운동회에 나온 북한이탈주민 자녀들도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통일어울림 한마당 행사에서 자문위원과 자원봉사자들이 북한이탈주민들과 함께 어울려 춤을 추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군포시협의회 제공)
북한이탈주민 “고향의 따뜻함과 힐링 느껴”
행사를 마친 후 북한이탈주민들에게는 협의회에서 준비한 기름과 스팸, 고무장갑, 비닐팩 등 생활필수품을 담은 기념품 꾸러미가 전달됐다. 행사를 마친 이들은 군포시청 청사 앞으로 자리를 옮겨 ‘희망나눔김장’ 행사의 일환으로 김장김치 전달식을 진행했다.
협의회는 이날 북한이탈주민 160가구에 김장김치(배추김치 10kg, 총각김치 5kg) 15kg과 쌀 5kg짜리 한 포대씩을 나눠줬다. 행사장에 나온 100가구는 직접 가져갔고, 거동이 불편하거나 개인 사정으로 행사장에 나오지 못한 북한이탈주민 가정 60가구에는 군포경찰서 안보계 형사들이 직접 집으로 방문해 전달했다. 협의회는 2017년부터 공모사업으로 시작한 희망나눔김장 행사를 매년 이어가며 북한이탈주민들의 겨울나기를 돕고 있다.
이번 행사에 참여한 북한이탈주민 박은숙(가명, 40대 초반) 씨는 “민주평통 군포시협의회와 군포시가 북한이탈주민들을 위해 마련해준 다양한 행사에 늘 감사하다”며 “특히 이번 한마음 행사는 함께 웃고 소통할 수 있는 소중한 자리로, 정착 과정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현재 수영 강사로 활동 중인 그는 바쁜 일상 속에서도 이러한 행사 덕분에 삶의 활력을 얻는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참가자인 이옥(가명, 39세) 씨는 “행사에 참석할 때마다 고향의 따뜻함과 힐링을 느낀다”며 “민주평통과 군포시민들의 배려가 가족 같은 느낌을 준다”고 말했다. 이 씨는 10대에 탈북해 2014년 대한민국에 정착했으며, 현재 소상공인으로 새로운 삶을 꾸리고 있다. 그는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이런 행사가 큰 위로와 힘이 된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번 행사는 북한이탈주민과 시민이 함께 소통하고 공감하며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하나로 어우러지는 뜻깊은 시간이 됐다. 김만진 회장은 행사를 마치며 “이웃과의 나눔과 소통이 북한이탈주민의 안정적인 정착에 기여하길 바란다”며 지속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글 · 엄 상 현 기자사진· 지 호 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