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Vol 2012023.07.

북한인권정보센터 및 남북사회통합교육원(원장 홍양호, 뒷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 관계자들이 제22기 ‘북한인권 아카데미’ 수강생들과 수료식을 마친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김도균 기자)

생생교육현장


남북사회통합교육원 아카데미 12년

북한인권·통일법률 등 6개 아카데미…
수료생 2100명 배출

6월 8일 오후 7시. 서울 종로구 사직동 비영리 민간 연구기관인 북한인권정보센터 내 남북사회통합교육원 강의실. 정장과 원피스를 말끔하게 차려입은 직장인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 수강생 20여 명이 서로 간단한 인사를 나누는 사이, 강사 이재화 북한인권 아카데미 명예교장이 들어왔다. 이 씨가 “그동안 북한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던지자 다들 자기 생각을 나눴다. ‘북한인권 아카데미’는 남북사회통합교육원이 마련한 6개 정규 아카데미 중 하나로, 북한인권 상황을 이해하고 북한인권 개선 방안을 고민하는 입문 강의다. 매주 강사를 초빙해 강의를 듣고 그 강의를 바탕으로 수강생들이 의견을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날 제12강 강의 주제는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우리의 역할’. 이 명예교장은 “북한의 인권침해는 의식주 궁핍, 자유 제한, 문화·정보 생활 제한, 탈북자 감금 등의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학생, 은행원, 언론인, 사업가, 비영리단체 활동가, 영업사원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는 이들은 진지하다 못해 비장한 표정으로 이 명예교장의 설명에 따라 북한인권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나갔다.

통일시대 이끄는 민간 전문 인력 양성과정
‘북한인권 아카데미’에 참석한 사람들의 수강 목적은 다양하다. 은행원 김주은(28) 씨는 북한인권을 아이템으로 금융 EGS(환경·사회·지배구조)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싶어 퇴근 이후 시간을 쪼개 북한인권 아카데미에 등록했다. 김 씨는 “대학에 다닐 때부터 북한에 관심을 가졌지만, 전공 공부와 취업 준비 관계로 북한에 대해 깊게 탐구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 지난해 은행에 취업한 이후 북한인권을 금융 ESG 분야와 연결할 수 있을까 싶어 북한인권 아카데미에 등록했다”며 “국내 최고 수준 강사들이 북한인권 실태를 조목조목 짚어주는 강의가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대학생 선교단체 간사로 활동하는 오수옥(56) 씨는 “아카데미에서의 배움 덕분에 북한이탈주민 학생들과의 관계가 깊어졌다”고 말했다. 예전엔 탈북민 대학생과 대화를 나눌 때 주로 듣곤 했으나 이제는 이들의 고민과 애로사항을 알고 교감하는 방법까지 터득하게 되더라는 것이다.

남북사회통합교육원 아카데미는 북한 사회에 대한 일반 시민의 다양하고 심층적인 접근을 돕기 위한 오프라인 기반 강연 프로그램으로 북한인권정보센터, 남북사회통합교육원, 통일교육협의회가 머리를 맞대 마련했다. 정규 아카데미는 총 12강 강의, 주 1회 120분 수업이며 매년 상반기(3~6월)와 하반기(9~12월)로 나눠 실시한다. 아카데미를 신청한 사람은 수업료 대신 후원금을 매월 1만 원씩 낸다. 공익적인 명분을 내세워 비영리를 추구하는 남북사회통합교육원의 사업을 후원한다는 취지다. 올해 9월 하반기 아카데미 수강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남북사회통합교육원 홈페이지(www.nkdbedu.com) 또는 전화(02-723-6045)로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정규 아카데미 영역은 북한인권 아카데미, 통일외교 아카데미, 통일법률 아카데미, 통일심리·상담 아카데미, 통일사회복지 아카데미, 남북동행 아카데미, 남북통합 아카데미 등 6개에 이른다. 학습 효과를 높이기 위해 체험 활동도 실시한다. 5월 20일 아카데미 수강생 전원이 오두산 통일전망대를 비롯해 파주 일대로 체험학습을 떠나는 등 북한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넓히고 평화를 염원하는 시간을 가졌다.

홍양호 남북사회통합교육원 원장은 아카데미와 관련해 “통일시대를 이끄는 첫 민간 핵심 인력 양성과정이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이어지는 그의 말이다.

“직전에 실시한 아카데미 수강생 대상 강의 만족도 조사를 토대로 강의를 매번 새롭게 구성합니다. 수강생들이 남북관계 이슈 자체가 복잡한 사안이 얽혀 있는 데다 특수 분야이다 보니 궁금한 게 많아도 막상 접근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고 하더군요. 통일시대 한반도 이슈 탐구, 남북 통합에 대한 실천 방안 고민 등의 내용을 7개 아카데미에 담았습니다.”

12년간 아카데미 강의 729회 진행
남북사회통합교육원이 문을 연 것은 2016년, 개원 5년 전 선보인 북한인권 아카데미가 남북사회통합교육원 설립 계기가 됐다. 북한인권을 포함해 북한 전반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를 주제별 강의로 전달하자 개강 첫해부터 수강생들 반응이 뜨거웠다고 한다. 이후로도 북한인권 아카데미는 15명 이상 수강생을 채웠다. 수강생들의 요구에 부응해 현재는 아카데미 수를 7개로 늘였다. 2022년 하반기까지 총 2164명의 수강생이 수료했으며 그간 진행한 아카데미 수업 횟수가 무려 729회(2022년 7월 5일 기준). 시간적, 경제적 제약으로 북한 관련 대학원에 진학하기 힘든 직장인들에게 특히 호응을 받았다. 북한과 통일에 대한 관심을 키워왔던 이 땅의 20, 30대 청년 세대도 속속 남북사회통합교육원 문을 두드렸다.

이런 남북사회통합교육원이 최근 다양한 변신을 꾀하고 있다. 북한 관련 특수 분야에 관심을 가진 이들에게 수준 높은 강의를 제공하기 위해 ‘북한교육 아카데미’를 비롯해 북한종교 아카데미, 남북주민심리공감 아카데미 등 5주 과정 신규 아카데미를 진행 중이다. 남북사회통합교육원의 이런 행보는 사회문화의 흐름에 발맞춰야 더 많은 이에게 북한에 관한 다양하고 심층적인 이해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남북사회통합교육원은 최근 10주 과정 계절학기도 신설했다. 대표적인 것이 ‘남북통합 아카데미 계절학기’. 대학생 여름방학 기간인 6월 29일부터 8월 31일까지 계절학기를 진행한다. 홍 원장은 “남북통합 아카데미 계절학기가 북한에 대한 관심이 많은 대학생 또는 대학원생들에게 유용한 배움터 구실을 할 것이다. 수강생을 모집하자마자 반응이 좋아 앞으로 다른 주제의 계절학기 신설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