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Vol 2012023.07.

학술회의에 참석한 이진한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원장, 최희규 창원대 교수, 남성욱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원장, 석동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
박진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국민소통1분과위원장(왼쪽부터).

평화통일 현장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학술회의

“윤석열 정부가 주도적 역할을”
학자들 북한인권 해법 머리 맞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국민소통1분과위원회(위원장 박진우)가 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원, 창원대 미래융합연구소, 국민대 한반도미래연구원 등과 함께 6월 1일 고려대학교 인촌기념관에서 ‘북한인권,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북한인권 개선 학술회의를 개최했다. 민주평통 자문위원들과 북한 연구자들이 참가한 이번 학술회의에서는 ‘북한인권 증진 로드맵’의 실효성을 학술적으로 입증하고, 북한인권 문제 해결 방안과 윤석열 정부의 북한인권 개선 과제 등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졌다.

“지금까지 우리는 북한인권 문제를 대북정책과 연동해 접근해왔습니다. 이 때문에 정권 교체에 따라 우호적인 남북관계를 최우선시하며 북한인권 문제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때도 있었습니다. 진정한 평화는 인권 가치와 함께 추동돼야 견고하고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학술회의 제1세션 토론자로 나선 김태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연구교수의 말이다. 국제사회에 북한인권 침해 심각성을 공론화한 국제연합(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가 2014년 2월 발간된 이래 입법 목적 달성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한 이정훈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의 발표에 대한 지지였다.

“尹 정부, 강력한 ‘인권강국’ 창출해야”
학술회의 제1세션에서 통일과 북한인권은 선후(先後)의 문제가 아니라 동시에 추구해나가야 할 시대적 과제라는 취지의 발언이 쏟아지자 순식간에 학술회의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이정훈 교수는 “윤석열 정부가 강력한 인권정책으로 승부수를 띄워 경제강국, 문화강국에 이어 ‘인권강국’ 창출에 성공한다면, 결국 자유 민주 기본 질서에 입각한 통일시대도 그만큼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강한 의지만이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역설했다.
제1세션
학술회의 제1세션에 참석한 박은주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상근이사, 김태원 성균관대 연구교수, 이정훈 연세대 교수, 남성욱 고려대 교수,
이기완 창원대 교수, 제성호 중앙대 교수, 박정원 국민대 교수(사진 왼쪽부터).

학술회의 초반 학자들은 북한인권 문제를 타개할 새로운 로드맵 설계를 위해 치열한 토의를 이어갔다. 북한 주민의 인권 상황 개선을 통해 자유, 평화, 인권, 법치 등 인류 보편적 가치를 구현함과 동시에 통일 미래를 설계하는 학자적 고민의 일단을 읽을 수 있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국제사회의 대응과 국내 대처 실상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은 쉽게 풀리는 사안이 아니라는 현실적 한계를 짐작케 했다.

민주평통 국민소통1분과위원회의 중요한 역할은 평화통일에 관한 서울·경기·인천지역 직능단체, 지역사회의 여론을 수렴하고 평화통일에 관한 수도권 주민의 역량을 결집하는 것이다. 이번 학술회의는 북한인권에 대한 국민의 합의 도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특별활동 차원에서 마련됐다.

행사는 박진우 국민소통1분과위원장의 개회사로 시작됐다. 박 위원장은 “이번 학술회의는 억압과 차별에서 해방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지키고, 행복한 공동체 구성을 위해 필수적인 기본권 보장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석동현 사무처장은 “윤석열 정부가 외교·안보·군사적 측면에서 북한인권 실태와 증진을 공론화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며 “국내 최고 학자들의 실효성 있는 정책 교류는 한반도 평화통일과 북한인권 증진을 이뤄가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학술회의에서는 총 3개 세션에서 모두 18편의 논문이 발표됐다. ‘북한인권, 이대로 좋은가’라는 주제로 열린 제1세션에선 통일부 북한인권증진위원장인 이정훈 연세대 국제대학원 원장과 이기완 창원대 교수가 발표를, 박정원 국민대 교수, 제성호 중앙대 교수, 김태원 성균관대 연구교수, 박은주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상근이사가 토론을 맡았다. 제2세션에서는 ‘북한인권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이라는 주제 아래 이신화 고려대 교수와 이규창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발표를 맡았다. 토론자로는 고성호 성균관대 초빙교수, 조철호 청주대 교수, 고수석 국민대 겸임교수, 이장희 창원대 교수가 참석했다.

“북한인권 문제, 통일 달성 위한 필수 사안”
이신화 교수는 ‘북한인권 문제와 국제 협력: 글로벌·지역안보 관점’ 발표문에서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인권 문제와 핵 문제를 병행해 해결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이 교수는 그 근거로 2020년 10월 뉴욕 유엔 총회 부대행사로 진행된 북한인권 관련 화상회의에서 나온 리티스 포라우스크스 리투아니아 주 유엔대사의 발언을 꼽았다. 리투아니아 주 유엔대사는 “북한 정권이 27만 명 요원으로 구성한 3개 내부 보안조직을 통해 전체 주민들을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있다. 이는 현대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강압과 통제, 감시, 처벌을 자행하는 일”이라며 공개적으로 북한을 비판한 바 있다.

이 교수는 “일각에서는 윤석열 정부가 북한인권 문제에 중점을 두는 바람에 평화라는 남북관계의 담론과 전략을 저해한다고 주장하지만, 북한의 인권 문제는 자유, 민주주의, 통일이라는 궁극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다뤄야 하는 주제”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북한의 인권 상황을 적극적으로 평가하고 개선을 요구하기 위해 국가 간 광범위한 합의를 끌어낼 수 있는 인권 담론 주도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규창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금까지 북한에서 이뤄진 인권 침해 실태와 향후 과제를 종합 정리한 논문을 발표했다. ‘김정은 시대 북한인권 동향과 향후 과제’가 주제였다.
제2세션
학술회의 제2세션에 참석한 이장희 창원대 교수, 고수석 국민대 겸임교수, 이신화 고려대 교수, 최희규 창원대 교수,
이규창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고성호 성균관대 초빙교수, 조철호 청주대 교수(사진 왼쪽부터).

이 선임연구위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후 북한 주민의 인권이 악화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코로나19 발생 이후 북한 주민 인권 침해 유형으로 △방역 조치 위반 이유로 주민에게 사형까지 부과 △군중신고제도(주민끼리 서로 감시해 비위 신고하는 법적 조치) 도입 △반동사상문화배격법(남한 영상물 유포 시 최고 사형에 이르는 극형에 처하도록 규정한 사상 강화 법안) 제·개정 △청년교양보장법(북한 청년을 ‘혁명 보위와 사회주의 건설의 충실한 담당자’로 자라나도록 해야 한다고 규정하는 법률) 제정 △평양문화어보호법(평양 문화어를 보호하는 법률) 제정 △혁명사적사업법(김일성·김정일 관련 혁명전적지·혁명사적지를 지정·보존하는 법률) 제정을 통한 김정은 개인 우상화 등을 꼽았다.

그는 “북한은 여성, 아동, 장애인 등 취약계층 인권 문제를 중심으로 인권 사안에 따라 선택적으로 수용·협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책임 규명과 정보 유입을 위한 활동을 지속하면서 동시에 북한 당국과의 협력을 통해 주민들의 인권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학술회의에서는 윤석열 정부의 북한인권 개선 과제를 논의하는 논문도 발표됐다. 남광규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원 센터장의 ‘한미동맹의 전략적 발전과 북한인권 개선’을 주제로 한 논문이 바로 그것.

남 센터장은 윤석열 정부의 대외정책이 한미동맹을 중심으로 한 국제 역할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에 중국의 반발과 견제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외교 안보적 사안에 대해 미국과 세밀하게 조율하면서 한국이 미국과 중국이 부딪치는 사안을 악화시키지 않도록 하는 고도의 조정력을 갖춰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토론자로 나선 이수석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인권 문제 공론화 방안을 언급하며 “탈북민 대상 인권침해 실태 기록과 이를 활용함에 있어 민·관·학 협력을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기존에 정부가 시행해온 탈북민 대상 실태조사 및 결과를 민간단체와 공유하고, 민간단체의 실태조사를 적극 활용하는 절차를 제도화하면 한국의 활발한 대북 인권 해결 의지를 국제사회에 피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제3세션에서 발표된 논문 가운데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의 ‘북한 인권침해의 구조적 실태’라는 주제의 논문은 북한 인권침해의 구조적 실태를 정치·경제·사상·제도적으로 구분해 눈길을 끌었다. 오 연구위원은 “북한 정권은 김정은과 조선노동당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유엔의 인권 개선 요구에도 불구하고 인권을 침해하는 정치·경제제도를 고수해왔다”며 “정치·경제제도와 정책개혁을 시도할 경우, 김정은과 조선노동당의 권력이 무너질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새로운 담론으로 미래세대 관심 유도
정유석 IBK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인권 증진 로드맵과 실효성 있는 북한인권 개선 방안 모색’을 주제로 한 토론에서 ‘보편적 원칙과 가치’에 기초한 미래세대와 공감하는 통일 담론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남북문제의 특수성만을 지나치게 강조해 국제사회의 지지와 동의를 저해하는 과오를 반복하지 않도록 자유, 인권, 법치 등 보편적 가치를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 정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제3세션
학술회의 제3세션에 참석한 정유석 IBK기업은행 연구위원, 이상빈 창원대 교수,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김영수 북한연구소 소장,
남광규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원 센터장, 이수석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전병길 통일과나눔 국장(사진 왼쪽부터)

그는 “통일 인식에 대한 세대 간 격차가 심화되고 있고 ‘민족’, ‘공동체’를 내세우는 접근보다는 ‘인권’, ‘가치’ 등 새로운 담론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면서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 폐지를 공론화하고 국군 포로와 납북자 문제의 국제사회 의제화를 위해 정부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학술회의를 주관한 박진우 위원장은 “실효성 있는 북한인권 개선 방안을 모색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국내 및 국제 차원에서 북한의 인권유린과 억압을 해소할 수 있는 대책을 논의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