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Vol 2012023.07.

인천 남동구협의회가 7년째 진행해온 ‘북한이탈주민과 함께하는 문화탐방’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지난 5월 경기도 파주 마장호수를 방문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인천 남동구협의회 제공)

행동하는 민주평통 ①


인천 남동구협의회

탈북민과 청소년, 지역주민이 함께하는 통일 준비

남북한 문화 서로 이해하고
통일 여론 확산하는 ‘소통의 선순환’

“그동안 도움만 받던 북한이탈주민 멘티였는데, 이제 제가 ‘멘토’가 됐어요.”

북한이탈주민(탈북민) A 씨는 10년 전 한국에 왔다. 일자리는 구했지만, 한국말이 서툴고 문화가 달라 한국 사회에 적응하는 게 쉽지 않았다. 다행히 탈북민이 많이 사는 인천 남동구에 거주하면서 주변 탈북민과 지역주민들의 도움을 받아 조금씩 적응하며 정착해 나갈 수 있었다.

그런 그에게 어느 날 든든한 멘토가 생겼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인천 남동구협의회가 주최하는 탈북민 문화 탐방 프로그램을 통해 만난 한 자문위원이다. 함께 대한민국 명소를 다니면서 이런저런 고충을 털어놓는 사이 어느덧 A 씨에게 선배이자 선생님 같은 존재가 됐다. 그 자문위원이 자신에게 해줬던 것처럼 이제 A 씨도 한국 땅을 밟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새내기 탈북민들에게 멘토이자 울타리가 돼줄 수 있을 정도가 됐다.

협동성 키우고 문화 동질성 높여
민주평통 인천 남동구협의회의 ‘탈북민 문화 탐방’ 프로그램은 지역 내 탈북민의 한국 생활 안정과 정착을 돕고 통일시대 마중물 역할을 해내기 위해 2017년부터 7년째 진행해온 사업이다. 탐방 장소는 다양하다. 지난 5월 25일에는 경기도 파주 ‘마장호수’를 다녀왔고, 지난해 9월에는 경기도 광주시 생태수목원 ‘화담숲’을 체험했다. 탈북민과 자문위원들로 구성된 참석자들은 지역사회 관심사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통일을 소재로 한 4행시 짓기, 지역 통일 및 역사 문제 풀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

지난해 5월 21일 ‘전쟁반대 캠페인’을 진행한 인천 남동구협의회 자문위원들. (인천 남동구협의회 제공)

한도현 인천남동구협의회 간사는 “지역 활동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았던 탈북민들도 대한민국 사회 구성원이 돼가는 것을 느낀다”며 “새내기 탈북민들의 문화 탐방 프로그램 참여부터 남한 사회 정착까지 자발적으로 도움을 주는 탈북민이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한 간사는 “탈북민 문화 탐방이 ‘협동성을 키우고 서로 다른 문화의 이질성에서 벗어나 동질성을 만들어간다’는 공감대가 있다 보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행사 진행이 어려울 때도 언제 다시 만날 수 있느냐며 아쉬워하는 탈북민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청소년과 탈북민 소통하는 토크콘서트
남동구협의회가 탈북민 지원 사업에 주력하는 이유는 이 지역에 탈북민이 많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남동구 통계자료에 따르면 이 지역 탈북민은 2022년 말 기준 2031명으로 인천 지역 10개 기초단체는 물론, 전국 240여 개 기초단체 가운데 가장 많다. 통일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원하는 영구임대아파트가 남동구에 들어서고, 주변 남동산단에 취업하는 탈북민이 증가한 것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탈북민 인구가 늘자 남동구는 2010년 ‘북한이탈주민의 정착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고 민원 상담, 취업 알선 등 행정 지원체계를 마련하기도 했다.

남동구협의회가 진행하는 사업의 가장 큰 차별점은 ‘지속성’이다. 단순 교육형이 아닌, 장기간 교감하고 소통하는 멘토링 프로그램에 가깝다. 이러한 특성을 잘 보여주는 사업이 ‘탈북민과 함께하는 토크콘서트’다. 통일시대 가교 역할을 하게 될 탈북민이 올바른 역사 인식 속에서 통일 공감대를 만들어가도록 돕는 사업이다. 청소년 버전인 ‘청소년과 함께하는 토크콘서트’도 개최한다. 지난해 8월 6일에는 30여 명의 청소년들이 인천 남동구청에서 열린 ‘2022 청소년 평화통일 로드맵 토크콘서트’에 참여해 통일에 대한 다양한 논의와 토론의 시간을 가졌다.

지난해 8월 7일 인천 남동구청에서 열린 ‘2022 청소년 평화통일 로드맵 토크콘서트’에 참여한 청소년과 인천 남동구협의회 자문위원들이 행사를 마치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인천 남동구협의회 제공)

덕분에 탈북민과 청소년이 서로의 생각을 나누며 남한과 북한 문화를 이해하고 통일 여론을 확산하는 ‘소통의 선순환’이 이어진다. 북한의 실상을 나누는가 하면, 탈북민에 대한 선입견과 오해를 불식시키고 이해도를 넓히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남동구협의회가 민주, 평화, 통일 등 세 가치를 표방한 ‘청소년 사랑셋 페스티벌’도 올해로 6년째 이어지고 있다. 6월 17일 인천 남동구 구월로데오광장에서 열린 올해 행사에는 지역 청소년과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자유와 평화, 번영의 대한민국을 기원하는 시간을 가졌다.

남동구협의회는 주민 참여를 유도하는 사업도 전개한다. 인천 남동구 주민과 함께 걷는 둘레길 행사를 지난해 이어 올해도 개최했다. 올해에는 주민과 자문위원 70여 명이 ‘비핵, 지속 가능한 한반도 평화 실현을 위한 걷기 행사’라고 적힌 피켓을 든 채 만수산 무장애 둘레길을 걸었다.

남북 관계 불확실할수록 미래 지향적 통일관 필요
이러한 협력과 참여 문화의 중심에는 남동구협의회자문위원의 헌신과 노력이 있다. 현재 협의회 자문위원은 91명. 암담한 국내외 정세 속에서도 모두가 평화통일을 조금이라도 앞당기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한 자문위원의 이야기다.

“요즘 국내외 정세를 보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치열해지는 미중 갈등, 북한 핵미사일 위협 등 어느 때보다 혼란스럽다. 분단 70년을 넘기면서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가인 우리나라도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다. 이처럼 국제 정세나 남북관계가 불확실한 때일수록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올바른 국가관, 튼튼한 안보관, 북한 실상 바로 알기, 미래 지향적인 통일관 등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박찬홍 남동구협의회 회장은 향후 활동 방향에 대해 “단순히 재원으로 하는 사회공헌 차원이 아닌, 사회 변화를 일으키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며 “진정성을 가지고 임하는 만큼 중·장기적으로 통일과 분단에 대한 청소년과 주민들의 실제 생각을 변화시키는 데까지 나아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인천 남동구 평화통일 여행지


남동구 통일동산
인천시 남동구가 2012년 4월 논현동 주공14단지 등대마을 앞 완충녹지에 북한이탈주민들이 직접 나무를 심고 가꿀 수 있도록 조성한 공원이다. 남동구는 이를 위해 3천500만 원의 예산을 들여 소나무, 잣나무, 구상나무 등 300그루를 마련했다. 이후 식재 수목 규모를 점차 늘려 숲이 우거지는 동산을 만들겠다는 게 남동구의 계획이다. 통일동산 내 심어진 나무에는 저마다 탈북민의 이름과 고향을 적은 명찰이 부착돼 있다. 탈북민들이 지속적으로 나무를 가꾸어갈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한 취지다. 통일동산 조성은 북한이탈주민들의 심리적 안정을 돕고 문화적인 이질감을 좁혀 조기 정착을 유도하기 위해 추진됐다.
남동 어울림(林)마당
인천 남동구청 앞 광장에 조성된 쉼터로, 평화와 번영을 콘셉트로 만든 공원이다. 2020년 5월 14일 개장해 소통과 공감, 열린 공간으로 탈바꿈한 곳으로 구민들의 소중한 휴식 공간으로 사랑받고 있다. 남동구는 이 공원을 조성하기 위해 구청사 담을 허물었다. 담 허물기 사업은 구청 정문과 측면에 있는 담을 허물고 정문 앞 담방문화근린공원을 구청 광장과 연결하는 사업이었다. 이를 위해 남동구는 2019년 9월 청사 정문과 담방근린공원 사이 가로 196m 세로 8m 왕복 2차선 도로 용도를 폐지하고 공공부지로 바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