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Vol 2012023.07.

중앙아시아협의회는 2022년 11월 12일 우즈베키스탄 수도인 타슈켄트 롯데호텔에서 ‘평화통일정책 강연회’를 개최했다. (중앙아시아협의회 제공)

행동하는 민주평통 ②


중앙아시아협의회

한반도 통일운동과 공공외교 역량 지렛대 역할 기대

“한국과 중앙아시아 잇는
튼튼한 다리 되겠습니다”

“50만 명이 넘는 고려인의 힘은 한반도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됩니다. 이들의 영향력이 주요국의 한반도 평화통일 정책 결정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박종철 대전대 교수는 2022년 11월 12일 우즈베키스탄 수도 타슈켄트 롯데호텔에서 열린 ‘평화통일정책 강연회’에서 “고려인들이 한반도에 새로운 공동체를 만드는 과정에서 귀중한 자원이 될 수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고려인 1세대와 5세대가 공존
이날 행사는 고려인 사회와 중앙아시아 현지에서 한반도 평화통일 여론 조성을 위해 활동을 수행해온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중앙아시아협의회(회장 허선행)가 주최했다. 박 교수의 평화통일정책 강연회에 이어 윤석열 정부의 대북·통일정책에 대한 발표와 2023년 통일사업 계획 논의도 이뤄졌다.

고려인은 중앙아시아 교민들이 스스로를 부르는 이름이다. 조선인(북한)도 한국인(남한)도 아닌 독자적인 정체성을 나타내기 위한 것이었다. 고려인의 시작은 193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려인 약 17만 명이 소련에 의해 연해주 등지에서 벨로고르스크를 거쳐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됐다. 당시 연해주 농촌 인구의 4분의 1을 차지했던 한국인이 포함됐다.

이들에게는 사전에 아무런 고지도 없었다. 고려인은 ‘3일치 식량과 간단한 휴대품만 챙겨 광장에 모이라’는 통보를 받고 집을 나섰고, 강제로 기차에 태워졌다. 기차는 이르쿠츠크와 노보시비르스크를 거쳐 톈산산맥 서쪽에 이들을 내려놓았다. 살던 곳에서 무려 6000km 떨어진 곳으로, 지금의 카자흐스탄 알마티 부근이다. 고려인들은 혹독한 환경이었지만 토굴을 파고 겨울을 지낸 후 이듬해 농사를 지었다. 그때 끈질기게 살아남은, 러시아와 중앙아시아의 고려인이 현재 50만 명에 이른다. 우즈베키스탄과 키르기스스탄 등에는 고려인 5세대와 혹독한 전후시기를 겪은 1세대가 함께 살고 있다.

중앙아시아협의회는 바로 이 지역에서 고려인과 현지인을 대상으로 한반도 평화 여론 조성 활동과 함께 각종 통일공공외교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중앙아시아협의회 소속 국가는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등으로 이 지역을 누비는 자문위원은 총 92명. 일례로 허선행 민주평통 중앙아시아협의회 회장은 우즈베키스탄에 1991년 민간인 한글학당 1호인 세종학당을 설립하고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전파하며 50만 명에 이르는 고려인 동포들에게 모국어를 되찾아주는 뜻깊은 일을 하고 있다. 허 회장은 “같은 핏줄인 고려인을 통해서도 한반도 평화통일을 추진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도 대한민국과 중앙아시아 각국을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고려인 5세대를 공공외교 인재로 양성
고려인 1세대 후손인 4세대, 5세대를 통일시대 공공외교 인재로 양성하는 사업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중앙아시아협의회 키르기스스탄지회가 주관하는 ‘K팝 경연대회’를 통해서다. K팝 경연대회는 중앙아시아협의회를 대표하는 특화사업 중 하나다. 중앙아시아는 10여 년 전부터 한국문화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K팝 인기에 그치는 다른 국가들과 달리 한국어, 음식, 드라마, 한복, 영화, 국악, 태권도에까지 관심이 뻗는다. 2013년 제1회 K팝 경연대회 개최 이래로 매년 100개 가까운 팀이 참가할 정도로 경쟁률이 치솟았다. 올해의 경우 600명, 90개 팀이 경연에 참가해 비디오 심사로 총 50팀(퍼포먼스 부문 25팀, 가창 부문 25팀)이 1차 예선에 선발돼 2차 본선을 치렀다. 여기서 21팀(퍼포먼스 13팀, 가창부문 8팀)이 뽑혀 결선을 진행했다. 조항미 중앙아시아협의회 자문위원은 “주최 측이 준비한 좌석이 부족해 경연에 입장하지 못하는 이들이 있을 정도로 사람들의 반응이 뜨거웠다”고 전했다.

올해도 6월 9일 키르기스스탄 국립 드라마극장에서 민주평통 중앙아시아협의회와 키르기스스탄지회가 주관하는 ‘키르기스스탄 2023 통일기원 K-POP(K팝) 경연대회’의 막이 올랐다. 키르기스스탄 청소년과 청년들이 무대에 올랐다. 이들은 모두 조부모가 한국 땅을 떠나 러시아 혹은 중국으로 가 정착한 고려인 5세다. 이들은 수많은 관중 앞에서 K팝 노래에 맞춰 한반도 평화통일을 기원하는 댄스 공연을 선보였다.

‘K-POP(K팝) 경연대회’는 한반도 평화통일을 기원하는 댄스 경연대회로, 민주평통 중앙아시아협의회가 2013년부터 꾸준히 전개해온 특화 사업이다.
(중앙아시아협의회 제공)

이 행사가 갖는 의미는 뭘까. 키르기스스탄지회를 이끄는 정지성 지회장은 “중앙아시아에 거주하는 고려인 청소년들이 K팝 경연대회를 통해 자연스럽게 남북한 분단 현실과 남북통일의 필요성을 인지하는 효과가 있다. 정부의 대북 및 통일정책을 중앙아시아에 거주하는 고려인은 물론 현지인에게 알리고 나아가 중앙아시아협의회를 이끌어나갈 차세대 리더를 양성하는 발판이 돼준다”고 말했다. 중앙아시아 각국의 국민이 K팝 경연대회를 통해 자연스럽게 한류 문화를 접하고 대한민국에 대한 우호와 친밀성을 갖게 되는 효과까지 얻고 있다는 것이다.

중앙아시아협의회는 각 나라 특성에 맞는 특화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의 경우 한국어 학습 욕구가 높다는 점을 고려해 한국어 백일장, 한국사 연구동아리 모임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남북통일 중간자 역할 해내겠다”
중앙아시아협의회는 공공외교 사업에서도 의미 있는 활동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 12월 중앙아시아협의회는 주우즈베키스탄 대한민국대사관과 대한민국 광주광역시, 우즈베키스탄 고려인문화협회와 공동 주관으로 한반도 평화 기원 음악회를 개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는 주우즈베키스탄 대한민국대사관과 한인회, 지상사협의회 등 관계기관과 함께 코로나19로 어렵게 살아가는 우즈베키스탄 가정 360여 가구를 선정해 식료품을 전달하기도 했다. 당시 우즈베키스탄 국영TV가 이 장면을 생중계로 보도해 지역사회의 주목을 받았다.

중앙아시아협의회는 각 나라 특성에 맞는 특화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우스베키스탄의 경우 한국어 백일장, 한국사 연구동아리 모임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중앙아시아협의회 제공)

중앙아시아협의회는 고려인의 통일운동 역량이 지금보다 강화되면 공공외교에서 한 차원 더 강력한 동력을 갖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고려인이 주도하는 통일운동의 새바람을 일으키겠다는 목표도 갖고 있다. 유인영 민주평통 중앙아시아협의회 간사는 “중앙아시아 각 나라의 일원이 된 50만 고려인은 다른 민족과 화합하며 국가기관과 경제 분야에서 헌신적으로 일하고 있다. 우리는 남북통일의 중간자 역할을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 고려인은 어디에 살든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으므로 한국 정부가 우리의 힘을 제대로 이해하고 활용하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우즈베키스탄 평화통일 여행지


한국 문화예술의 집
한국 문화예술의 집은 우즈베키스탄 수도인 타슈켄트에 위치해 있다. 우즈베키스탄 고려인의 전통문화 보존·계승과 한·우즈베키스탄 간 우호 교류의 장으로 활용하기 위해 2018년 준공한 복합 문화시설이다. 연면적 4827㎡ 규모의 복합 문화시설로 480석 규모의 공연장을 비롯해 연회장, 전시장, 게스트하우스, 사무실 등을 갖추고 우즈베키스탄에 한국 문화 전달에 힘쓰고 있다. 매년 명절이나 기념일마다 고려인 문화행사나 한국전통문화공연이 이곳에서 개최된다. 우즈베키스탄은 한국 문화예술의 집 건립을 위해 토지 3만㎡를 무상으로 제공했으며 한국 정부는 건립과 설비 작업에 참여했다.
고려인 강제이주 80주년 기념비
이오시프 스탈린 당시 소련 서기장이 고려인을 우즈베키스탄으로 강제이주 시킨 건 1937년. 이후 온갖 역경을 딛고 정착한 고려인들을 기념하기 위해 2017년 7월 3일 세워진 비석이다. 고려인 이주를 기념하는 상징물이 설치된 건 80년 만에 처음이다. 기념비엔 ‘고려인 이주 80주년을 즈음하여 고려인들을 따뜻한 친구로 맞아준 우즈베키스탄인들에게 깊은 감사를 표합니다’라는 글귀가 한국어와 우즈베키스탄어, 러시아어로 새겨졌다. 기념비 상단엔 고려인이 이주하던 해인 ‘1937년’이란 명패가 붙은 기차가 그려졌다. 기차 아래로 한복을 입은 고려인 가족과 전통의상을 입은 우즈베키스탄 가족이 악수를 나누는 장면이 새겨졌다. 우즈베키스탄인이 고려인에게 빵을 건네는 그림도 있다. 기념비가 세워진 타슈켄트 서울공원은 2014년 서울시가 대한민국과 우즈베키스탄 양국의 우정을 기리기 위해 조성한 공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