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Vol 2102024.7·8

예술로 평화

숭고한 휴먼 스토리부터 냉혹한 北 현실까지

‘북한이탈주민의 날’ 지정 기념
특별 상영회 개최

서울락스퍼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위원장 이장호 감독)는 ‘북한이탈주민의 날’(7월 14일) 제정을 기념해 7월 12일부터 13일까지 이틀간 서울 중구 태평로 시청광장에서 전쟁과 탈북을 다룬 영화를 특별 상영한다. 정부와 시민사회는 올해 제1회 북한이탈주민의 날을 앞두고 기념일의 취지대로 국민적 공감대가 확대될 수 있도록 기념식과 다양한 부대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서울락스퍼국제영화제의 특별상영회 역시 북한이탈주민의 날이 국가 기념일로 제정됨에 따라 탈북민을 포용하고 그들의 권익을 증진하며 남북 주민 간 문화 통합을 촉진해 통일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 마련된 ‘앙코르 락스퍼’ 행사다.

서울락스퍼국제영화제는 영화를 통해 자유, 정의, 인권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다양한 문화적 교류를 촉진하고자 2021년 출범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돌아보는 의미로 선정한 엠스티슬라브 체르노프 감독의 ‘마리우폴에서의 20일’로 6월 5일 막을 올린 뒤 6월 9일 폐막했다. 특별 상영회에서 상영할 후보작 세 편을 소개한다.

형제의 나라 튀르키예가 구한 아이
영화 ‘아일라’
잔 울카이|김설, 이스마일
하지오글루|123분|2018. 6. 21.

1950년 12월 어느 날, 6·25전쟁에 파병된 슐레이만 중사는 전투 중 칠흑 같은 어둠 속에 홀로 남겨진 다섯 살 소녀를 발견한다. 전쟁으로 부모를 잃은 충격 속에 말을 잃은 소녀. 슐레이만 중사는 소녀에게 튀르키예어로 ‘달’이라는 뜻의 ‘아일라’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자신이 속한 부대로 데려간다. 아일라는 슐레이만 중사와 그의 부대원들 사이에서 사랑과 보살핌을 받으며 자란다. 비록 언어와 문화가 다르지만 그들은 따뜻한 가족 같은 관계를 유지한다. 아일라는 부대의 마스코트가 됐고 모든 병사들의 사랑을 받는다. 전쟁이 끝나자 튀르키예군은 귀환하게 되고 슐레이만 중사는 아일라를 입양해 데려가려 했으나 고아원에 맡기게 된다. 튀르키예로 돌아온 뒤에도 아일라를 잊지 않고 찾기 위해 노력한다. 수십 년이 지난 2010년대 들어서야 두 사람은 재회한다.

‘아일라’는 6·25전쟁 당시 튀르키예군과 한국 민간인 사이의 실제 사건을 모티프로 만든 작품이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튀르키예 군인 슐레이만 딜비를(Süleyman Dilbirliği) 중사와 6·25 전쟁고아 소녀 아일라 김(Kim Ayla)이다. ‘아일라’는 단순한 전쟁영화가 아니라 인간의 선함과 사랑, 희망을 강조하는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튀르키예와 한국의 역사적 유대감과 우정을 다시 한번 상기시킨 계기가 돼준 영화다. 2017년 10월 튀르키예에서 개봉했으며 역대 5위의 관객 수를 기록하는 흥행 실적을 거뒀다.

역사를 바꾼 비밀 연합작전의 시작
영화 ‘인천상륙작전’
이재한|이정재, 이범수, 리암 니슨,
진세연|110분|2016. 7. 27.

1950년 6월 25일 북한의 기습 남침으로 불과 사흘 만에 서울이 함락되고 한 달 만에 낙동강 지역을 제외한 한반도 전 지역을 빼앗기게 된 대한민국. 유엔군 최고사령관 더글러스 맥아더는 모두의 반대 속에 인천상륙작전을 계획한다. 성공 확률 5000:1, 불가능에 가까운 작전.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은 단 하나, 인천으로 가는 길을 확보하는 것뿐이다. 맥아더의 지시로 대북 첩보작전 ‘X-RAY’에 투입된 해군 첩보부대 대위 장학수는 북한군으로 위장 잠입해 인천 내 동태를 살피며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인천 방어사령관 림계진에 의해 정체가 발각되는 위기에 놓이게 된다. 장학수와 그의 부대원들은 전세를 바꿀 단 한 번의 기회, 단 하루의 작전을 위해 인천상륙 함대를 유도하는 위험천만한 임무에 나선다.

‘인천상륙작전’이 상영되면서 맥아더 장군이 지휘한 인천상륙작전이 6·25전쟁의 전환점이 됐던 중요한 군사작전이라는 사실이 재조명됐다. 실제로 인천상륙작전은 북한군의 남진을 저지하고 전세를 역전시키는 데 큰 기여를 했다. 할리우드 배우 리암 니슨이 맥아더 장군 역을 맡아 화제가 됐고, 이것이 한국 영화의 국제적 주목도를 높이는 요소가 됐다.

북한 인권의 현주소
영화 ‘크로싱’
김태균|차인표, 신명철,
서영화|112분|2008. 6. 5.

2007년 북한 함경도 탄광마을의 한 가족 아버지 용수, 어머니 용화 그리고 열한 살 아들 준이는 넉넉하지 못한 삶이지만 함께 있어 늘 행복하다. 어느 날 용화가 쓰러지고 폐결핵 판정을 받자 간단한 감기약조차 구할 수 없는 북한의 형편에 용수는 중국행을 결심한다. 생사를 넘나드는 고비 끝에 중국에 도착한 용수. 벌목장에서 일을 하며 돈을 모으지만 불법 현장이 발각되면서 모든 돈을 잃고 경찰에 쫓기는 신세로 전락한다. 그러던 어느 날 간단한 인터뷰만 해주면 돈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에 아무것도 모른 채 용수는 인터뷰에 응한다.

하지만 그것이 가족과 완전히 헤어지는 길이 된다. 한편 용수가 떠난 뒤 병세가 점점 더 악화돼 용화는 세상을 떠난다. 세상에 홀로 남겨진 준이는 무작정 아버지를 찾아 떠난다. 한국에 도착한 용수는 브로커를 통해 준이의 행방을 알게 되고 다시금 헤어졌던 준이와 용수의 불가능해 보였던 만남이 시도된다.

‘크로싱’은 탈북자와 그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로, 북한의 현실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며 탈북자들이 겪는 고통과 희생을 담는다. 개봉 후 춘사국제영화제 등 각종 영화제에서 상을 받으며 국내외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글·김 건 희 기자 | 사진·서울락스퍼국제영화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