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Vol 2102024.7·8

민주평통 경기지역회의가 5월 25일 경기 시흥시 ABC행복학습타운에서 개최한 ‘2024 북한이탈주민 노래경연대회’에 탈북민 20명이 참가해 열띤 경연을 펼쳤다.

이사 온 이웃

경기지역회의
‘2024 북한이탈주민 노래경연대회’

평화통일 노래하는 ‘따뜻한 이웃’
“노래가 남북통일 이끌 수 있어요”

끼가 폭발했다. 호소력 짙은 가창과 화려한 춤사위로 관객들을 매혹했다. 눈물과 웃음이 어우러진 경연과 시상식은 그 자체로 한 편의 서사 드라마를 보는 듯했다. 5월 25일 경기 시흥시 ABC행복학습타운에서 열린 ‘2024 북한이탈주민 노래경연대회’ 결선과 시상식. 20~30대 청년층부터 중·장년층까지 20명의 참가자들은 걸그룹 레드벨벳의 조이가 리메이크한 노래 ‘안녕’부터 ‘목포행 완행열차’, ‘장녹수’ 등 트로트까지 다양한 노래를 열창하며 장내를 뜨거운 열기로 몰아넣었다.

탈북민 노래경연대회는 탈북민들이 평화통일을 노래함으로써 통일에 대한 염원을 담고자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경기지역회의 여성위원회(위원장 김희선)가 주최한 행사다. 이날 노래경연대회에서는 경기도 31개 시·군에서 예선을 통과한 20명의 탈북민들이 그동안 갈고닦은 기량을 펼치며 수준 높은 노래 솜씨를 선보였다.

행사에는 홍승표 경기부의장과 권애영 여성부의장, 임병택 시흥시장, 김희선 경기여성위원장, 경기지역 31개 시·군협의회장과 시·군여성위원장, 북한이탈주민과 자문위원 등 400여 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노래경연대회는 북한에서 예술 활동 경력이 풍부한 전문 진행자 김영옥 씨의 사회로 시작됐다. ‘북한백두한라예술단’ 공연과 그룹 ‘에닉스’ 등 초청가수들의 공연도 펼쳐졌다. 통일부의 협조로 대회장 옆에는 북한 사진 특별전시회가 열려 관객들의 관심을 모았다.

이날 노래경연대회에서는 대상 김민경 씨, 최우수상 이미란 씨와 김은주 씨를 포함해 각 부문 우수상과 장려상 등 20명 모두 상을 받았다. 대상 수상자와 최우수상 수상자에게는 상장과 각각 100만 원, 50만 원의 상금이, 우수상과 장려상 수상자에게는 상장과 부상이 주어졌다.

문화·예술이 남북통일 이끌 수 있다 믿어
탈북민들의 노래는 듣기 좋은 멜로디뿐만 아니라 북한에서의 삶과 이별, 아픔, 새로운 희망이 담겨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바람의 소원’을 불러 대상을 수상한 김민경 씨는 원숙한 쇼맨십도 선보이는 등 끼를 마음껏 발산해 눈길을 끌었다. “북에서는 무대에 오른다는 건 꿈도 꿀 수 없는 일이지만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에 도착한 뒤로는 가수의 꿈을 키우며 실력을 뽐낼 순간만을 기다려왔다”는 김 씨는 “탈북민으로 정착해 먹고살기 바쁘다는 이유로 가수의 꿈에 도전하지 못하다 탈북민 노래경연대회가 열린다는 이야기를 듣고 용기를 내 참석했다”고 말했다. 이어 “문화와 예술로 소통하는 것이 남과 북이 하나가 되는 데 가장 빠르고 유쾌한 방법일 수 있음을 이번 대회 참여로 다시금 느꼈다”고 덧붙여 말했다.

이번 북한이탈주민 노래경연대회에서는 ‘바람의 소원’을 부른 김민경 씨가 대상을 차지했다. 김 씨는 상금 100만 원을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전액 기부했다.

김 씨는 수상 소감에서 “민주평통 덕분에 꿈을 이뤘다”며 “상금 100만 원은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들과 나누겠다”고 밝혀 응원의 박수를 받았다. 실제로 김 씨는 대회 직후 양주시청을 방문해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상금으로 받은 100만 원 전액을 기부했다. 양주시는 시의 위상을 높이고 이웃 사랑을 실천한 김 씨에게 시정 발전 유공 표창을 수여했다.

최우수상을 수상한 이미란 씨는 서유석의 ‘홀로 아리랑’을 훌륭하게 소화해 내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 씨는 “나의 매력을 ‘뿜뿜’ 뽐내서 탈북민을 대표하는 가수가 되겠다”고 수상 소감을 밝혀 많은 박수를 받았다. ‘목포행 완행열차’를 불러 최우수상을 손에 거머쥔 또 다른 수상자 김은주 씨는 시상식에서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깜짝 놀란 듯 눈을 껌뻑이더니 팔짝팔짝 뛰며 기쁨을 표시했다.

노래경연대회 참가자 가족과 지인들이 열띤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탈북민 노래경연대회를 주최한 경기지역회의 여성위원회 자문위원들은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관객들 앞에서 분위기를 끌어내며 경연 참가자들을 향한 격려와 응원을 당부했다. 김희선 여성위원장은 “자문위원인 멘토와 탈북민 멘티의 문화 교류 활성화는 물론이고 탈북민에 대한 상호 이해 증진을 위해 노래경연대회를 준비한 것”이라며 “이 자리를 계기로 지역 주민과 탈북민이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분위기가 조성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 행사에서 탈북민 참가자들이 서로 얼마나 위로하고 협력했는지 돌아보고 훌륭한 가수, 좋은 사람이 되도록 이웃들도 도와줬으면 한다”는 부탁도 잊지 않았다.

홍승표 경기부의장은 이번 행사를 “한마음으로 평화통일을 꿈꾸는 자리”로 규정했다. 홍 부의장은 탈북민의 용기와 열정을 치하한 뒤 “탈북민들이 우리와 동등한 자유를 누리면서 민주주의 국민으로 함께 살아가는 일이 중요하다”면서 “경기도에서 처음 열리는 탈북민 노래경연을 통해 마음을 하나로 모아 노래를 부르고 통일 공감대를 넓히는 소중한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북한이탈주민 노래경연대회’는 단순히 노래 실력만을 겨루
는 자리가 아니었다. 북한에 두고온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남한 정착 과정에서의
고달팠던 사연 등 각자 자신의 이야기를 함께 전해 행사의 의미를 더했다.


음악에 담긴 탈북민 사연에 관객들 눈물
권애영 여성부의장은 축사를 통해 “처음으로 탈북민 노래경연대회를 마련한 것에 대해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 행사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기를 기대한다”며 “중앙여성위원회에서도 협조와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임병택 시흥시장은 환영사에서 “탈북민을 위한 평화통일 노래경연대회가 마련된 것은 뜻깊고 의미 있는 일로 시흥시민과 함께 환영한다”며 “성공적인 대회가 치러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약속했다.

탈북민 노래경연대회는 단순히 노래 실력만을 겨루는 자리가 아니었다. 탈북민들이 음악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기도 해 의미를 더했다. 강진의 ‘붓’을 열창한 정예성 씨는 “남과 북이 함께 모인다면 이 노래를 불러 수십 년 세월의 아픔과 분단의 설움을 해소하고 싶었다. 언젠가 대한민국 대통령 앞에서 이 노래를 부르고 싶어 지난 5년간 연습해왔다”고 말했다.

북한이탈주민 평화통일 노래경연대회에 참가한 민주평통 경기지역회의 자문위원들과 대회 참가자, 가족 등은 팻말을 들고 대회의 의미를 되새겼다.

2023년 7월 유방암 4기 진단을 받은 뒤 항암 치료와 암 제거 수술을 받은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았으나 투혼을 발휘해 노래경연대회에 참가한 한 탈북민의 사연은 사람들의 마음을 울렸다. 구순을 앞둔 시어머니가 거동이 불편하고 한쪽 청력을 잃은 것이 안타까워 며느리로서 시어머니의 건강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노래경연대회에 참가한 이도 있었다.

탈북민들도 노래경연대회 참가를 통해 얻은 것이 많다고 입을 모았다. 인권 및 안보 전문강사로 활동하는 최유진 씨는 대한민국에 홀로 입국해 어느덧 두 아이의 엄마가 됐다. 그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건 자녀들에게 외가의 정을 느끼게 해줄 수 없다는 것. 그러기에 오늘도 남북통일을 간절히 기원한다. 하루빨리 북으로 여행을 떠날 수 있게 돼 홀로 계시는 친정어머니를 만나고 싶어서다. 최 씨는 “나의 간절한 마음이 곧 탈북민의 아픔이기도 하다. 이 상처를 조금이나마 치유할 수 있을까 싶어 노래경연대회 참가하게 됐다”며 참가 배경을 털어놨다.

북에 거주하는 부모와 형제가 보고 싶은 마음에 부끄러움을 이겨내고 참가한 박소영 씨는 평소 ‘엄마꽃’ 노래를 들으며 엄마가 보고 싶을 때마다 마음을 다독였다고 한다. 박 씨는 “어느 순간 이것이 ‘인생 노래’가 됐다”는 박 씨는 이번 노래경연대회에서 이 노래를 불렀다.

최연소 참가자 23세, 최고령 참가자 74세
노래경연대회에서는 최연소 참가자와 최고령자의 나이 차가 51년이 났다. 대회 참가자 가운데 최연소자인 23세 대학생 김은심 씨는 이번 대회에서 조이의 ‘안녕’을 밝고 화사한 콘셉트로 소화해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김 씨는 “원래 발라드를 잘 부른다. 하지만 내 나이게 맞게 밝은 노래를 부르면 무대에서 더욱 돋보일 것 같아 전략을 바꿨다”고 말했다.

참가자들 중 최고령자인 74세 한형선 씨가 노래경연대회에서 부른 곡은 나훈아의 ‘고향무정’. 한 씨는 “탈북민들이 어려운 노래들을 잘 표현해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며 “나처럼 나이 든 사람도 아무런 구김 없이 노래를 부를 수 있어 행복했다. 정말 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래경연대회 참가자들을 위한 열띤 응원전도 펼쳐졌다. 가족, 지인 등은 손수 만든 피켓과 현수막에 이색 문구를 넣어 탈북민 참가자들의 용기를 북돋았다. 행사에 참가한 익명의 탈북민은 “참가자 전원에게 상을 수여한 부분에서 민주평통의 배려를 느낄 수 있었다”며 “오늘 얻은 따뜻한 위로와 응원으로 대한민국 사회에 잘 정착해 언젠가 국가에 보답하는 날이 오기를 소망한다”고 밝혔다.

글·김 건 희 기자
사진·김 영 훈 제21기 민주평통 청년자문위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