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Vol 1982023.04.

생생교육현장


P.E.A.C.E 해봄 프로그램 운영하는 대전 은어송중

평화 게시판·평화 굿즈로 통일 추진 역량 UP

“체험으로 배운 ‘평화 감수성’ 평생 기억할게요”

“와, 멋지네요!”
3월 2일 대전 동구 은어송중학교 평화상상동 1층 로비. 입학생 자녀를 축하하러 온 학부모들이 설치 작품을 보며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 구조물은 은어송중학교가 실시한 평화통일 특화 교육을 거쳐 탄생한 것이다. 학생들이 평화통일 염원을 붓과 먹에 담아 종이컵에 그림이나 문자로 표현한 작품 257개를 학교 건물에 설치했다. 은어송중학교는 교실에서 급식실로 이동하려면 반드시 평화상상동 로비를 거쳐야 하는 구조다. 학생들은 매일 이곳을 오가며 평화통일의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
평화통일 감수성 내재화 전략
평화통일에 대한 전시물과 자료는 이 밖에도 은어송중학교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건물 각 층마다 ‘학년 평화 게시판’을 설치하고 평화 및 통일 관련 행사 안내문이나 북한 이해 자료를 붙여둔다. 학생들이 직접 만든 평화통일 관련 자료를 자유롭게 게시할 수도 있다. 이 게시판에 주로 등장하는 건 평화통일 관련 자율 동아리 활동 결과물이다. 각 교실에 마련된 ‘학급 평화 게시판’ 또한 마찬가지. 은어송중학교는 중앙 현관문에 평화통일 관련 현수막을 월별로 게시해 평화와 통일로 향하는 등굣길을 조성하는 한편, 학교 텃밭 ‘평화해봄 가든’에서 식물을 가꾸며 학생들의 평화 감수성을 높이고 있다.

이처럼 교내 곳곳을 평화통일 교육의 장으로 조성한 학교를 찾기란 쉽지 않다. 은어송중학교가 ‘P.E.A.C.E. 해봄 프로그램’이라는 이름으로 평화통일 특화 교육을 시작한 것은 지난해, 통일부와 대전시교육청이 선정하는 통일교육 연구학교로 지정된 것이 계기다. P.E.A.C.E 해봄 프로그램은 이 학교가 창안한 것으로, 학생들이 평화를 체험해봄으로써 평화통일을 상징하는 봄에 가까이 다가가게 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김연세 은어송중학교 교사는 “학생들이 머무는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평화통일의 가치를 내면화하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며 “그러다 보면 학생들의 통일에 대한 공감대와 통일 실천 역량 또한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교육 연구학교 2년 차를 맞는 올해는 지역사회와 연계해 평화통일 교육을 더욱 확대할 예정”이라는 포부도 밝혔다.


지난해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요즘 교육계에선 평화교육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은어송중학교는 교과 융합 기반 평화통일 수업 모델로도 주목받고 있다. 은어송중학교 학생들은 기술가정 수업 때 배우는 적정기술을 활용해 ‘북한 친구에게 도움 주기’ 방안을 생각해보거나 과학 시간에 전기 에너지를 학습하며 ‘남북한의 효율적인 전기 에너지 생산 방법’을 탐구한다. 국어 교과서에 나오는 언어의 사회성 개념을 활용해 ‘남북한 언어 차이’를 이해하고, 사회 시간엔 ‘통일 한국의 헌법 조항’을 만들기도 한다. 수학 공식을 바탕으로 ‘평양 동태평양대극장에서 가장 좋은 관람석 찾기’ 미션을 풀고, ‘남북한 농산물 통일지도 만들기’, ‘화음으로 하나 되는 학급 통일송 만들기’ 등 통일을 주제로 한 융합 프로젝트까지 진행한다니,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대전 은어송중학교 평화상상동 1층 로비와 이동 통로 등에 전시된 평화통일 관련 구조물.
교과 융합 기반 평화통일 수업 모델
은어송중학교는 이 외에도 학생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다양한 평화통일 프로그램을 구축해나가고 있다. 각종 교육 활동과 동아리 활동, 교내 행사, 창의적 체험 활동, 자유학년제 등과 평화통일 교육을 연계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개최한 ‘평화해봄 한마당’ 행사 당시 학생들이 학급별로 평화체험 활동을 스스로 기획해 교사와 학부모로부터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구체적으로 평화 배지 만들기, 평화 이미지를 활용한 손거울 만들기, 키링 만들기, 평화 팔찌 만들기 등 평화 굿즈(goods·상품) 제작이 이뤄졌고, 학급 단합 사진전도 펼쳐졌다.

은어송중학교 교사들에 따르면 평화통일 특화 교육 이후 학생들의 통일에 대한 인식이 분명히 달라지고 있다. 통일과 북한 문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전쟁 위협 같은 불안감을 해소하는 방안으로 통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분위기다. 통일교육 연구학교 지정 초기만 해도 학생 다수가 “인터넷을 통해 통일이나 북한 관련 정보를 접한다”고 했으나, 통일교육 실시 후 6개월 만에 “학교 수업을 통해 통일과 북한 관련 정보를 접하게 됐다”고 하는 비율이 높아진 것도 큰 변화다.

대전 은어송중학교는 학년·학급 통일 게시판, 학교 텃밭 ‘평화해봄 가든’, 평화통일로 향하는 등굣길, 평화 굿즈 제작,
학급 단합 사진전 등 독창적인 평화통일 활동으로 학생들의 평화 감수성을 높이고 있다. (대전 은어송중학교 제공)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우리 국민의 통일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지금보다 높아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학생이 많아진 것이다. 통일교육을 받고 주변을 돌아보게 되면서 학생들의 의식이 달라졌다는 게 학교 설명이다.

김연세 교사는 “학생들 사이에서 당장 통일이 이뤄지지 않아도 남과 북이 적대적 관계를 벗어나 민주적이고 평화적인 관계로 나아가길 바라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평화통일 연구학교 사업을 통해 나와 상대의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이 확산한 것은 고무적인 결과”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