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Vol 1982023.04.

북한 조선중앙TV는 3월 17일, 전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실시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영상을 공개했다.
이날 발사 현장에는 김정은 딸 김주애도 동행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

진단

고조되는 한반도 위기, 평가와 전망

당분간 北 도발 상시화 불가피,
확대 상승하지 않도록 관리해야

북한이 3월 실시한 한미 연합연습에 강력 반발하면서 무력 도발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한반도 위기가 고조되는 양상이다. 북한이 향후 어떤 수단을 동원해 어떤 강도로 도발을 이어갈지,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살펴봤다.

2023년 봄이 오면서 한반도가 다시 대립 분위기에 휩싸이고 있다. 한미 연합연습에 대한 북한의 반발 때문이다. 지난 1월, 한미 양국은 연합야외기동훈련 규모·범위 확대 및 대규모 연합합동화력시범 실행 등을 포함한 2023년 연합연습과 훈련의 확대·강화에 합의했다. 이어 국방부는 앞 합의에 기반을 두고 3월 13일부터 24일까지 11일에 걸쳐 한미 연합훈련인 ‘자유의 방패(Freedom Shield)’를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연습은 지난 1월 발표처럼, 그동안 중지했던 사단급 실기동 훈련을 포함한 대규모 훈련으로 진행됐다. 북한이 크게 반발하는 이유다. 물론 이러한 반발이 새롭지는 않다. 북한은 예전부터 한미 연합연습에 대해 격렬히 반발해왔기 때문이다.
도발은 상수, 관건은 형태와 강도
한반도에서 대립 분위기가 고조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일지 모른다. 한반도를 둘러싸고 대치하는 미국과 북한 모두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어, 비록 한반도에서 핵전쟁 또는 전면전이 발생할 가능성은 적으나 국지전이나 저강도 분쟁 가능성은 오히려 커지는 ‘안정-불안정 패러독스(stability-instability paradox)’ 이론이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반발이 반드시 한반도에서의 대립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북한 도발이 단지 수사적 수준에 그치기도 한다. 2023년 봄, 한반도의 위기 정도는 북한의 도발 수준에 달려 있다. 북한이 수사적이거나 낮은 수준의 도발을 감행하는 데 그친다면 한반도 대립 분위기는 더 크게 확대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북한이 심각한 수준으로 도발한다면 한반도 정세는 크게 악화할 것이다. 따라서 북한이 어떤 태도를 보일지, 또는 어떤 도발 수단을 동원할지 추정하고 이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최근 북한은 여러 번에 걸쳐 한미 연합훈련 수행 및 핵 대응 노력에 반발하는 담화를 발표했다. 예를 들면 3월 7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조선중앙통신 담화문에서 “한미의 군사적 동태를 빠짐없이 주시하고 있다”면서 “판단에 따라 언제든지 적중하고 신속하게 압도적인 행동을 취할 수 있는 상시적인 준비 태세에 있다”고 말했다. 또 “최근 간과할 수 없을 정도로 도를 넘어 극히 광기적인 추이로 나가고 있는 미국과 남조선의 과시적 군사행동과 온갖 수사적 표현들은 의심할 바 없이 우리가 반드시 무엇인가를 통하여 대응하지 않으면 안 되는 조건부를 지어주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 외무성도 이날 보도국 대외보도실장 명의 담화에서 “미국과 남조선의 무책임하고도 우려스러운 무력시위 책동에 강함 유감을 표시한다”면서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군사적 적대행위를 지체 없이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또한 3월 12일 북한 관영매체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주재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에서 한미 연합연습 등에 대응해 “전쟁억제력을 보다 효과적으로 행사하며 위력적으로, 공세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중대한 실천적 조치들을 결정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 직후 북한은 잠수함에서 순항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북한이 김여정과 외무성 명의로 두 갈래 담화를 동시 발표하고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개최하면서까지 한국과 미국에 반발하는 이유는 명백하다. 담화문에도 나와 있듯, 한미의 군사행동 때문이다. 북한은 한미의 압도적 군사력에 대해 상당한 부담을 느낀다. 한미 연합연습이 방어훈련이라고 누차 설명해도 이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한미의 재래식 무기 능력, 특히 제공권을 장악하는 공중무기 능력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북한이 핵무기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 중 하나다.

그런데 한미 연합연습이 비록 방어훈련이라고 할지라도 북한이 대내외적 명분과 자존심 등을 고려할 때 이를 그냥 무시하고 지나가기란 쉽지 않다. 대응 훈련과 대응 도발을 실행하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대응 도발의 형태 및 강도다. 어떤 형태의 도발을 어느 정도 규모로 실행할 것인지가 우리의 중점 관심 사항이다.

북한이 동해상으로 근거리탄도미사일(CRBM)을 발사한 3월 14일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
지대공 유도미사일 패트리엇(PAC-3)이 배치돼 있다. (뉴시스)

북한은 이제까지 수많은 형태의 도발을 자행해왔다. 미사일 발사 및 북방한계선(NLL) 침범 등은 과거에도 여러 번 나타난 도발 형태이다. 반면 천안함 도발이나 연평도 포격처럼, 각각 한 번밖에 실행하지 않은 도발 형태도 있다. 이런 도발은 여러 번 이뤄진 앞의 도발과 비교해볼 때 효과나 피해가 오히려 크다. 이런 종류의 도발이 다시 행해질 수 있다. 혹은 최근 실행한 무인기 도발을 시도할 수도 있다. 무인기 도발은 비록 물리적 피해는 적을지라도, 향후 북한 무인기가 단순한 감시정찰 수준을 넘어 킬러 무인기로 발전할 가능성을 고려한다면 잠재적인 파괴력이 큰 도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잠수함에서의 미사일 발사도 북한의 제2격(second strike) 능력 향상을 고려할 때 상당히 우려된다.

한편 도발 압력을 가하면서 동시에 기술적인 성취를 이루 수 있는 도발 형태도 있다.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등이 그것이다. 북한은 최종적인 핵 능력 완성을 위해서 해결해야 할 몇 가지 기술적 문제를 갖고 있다. 전술핵 실전 배치를 위한 핵무기 소형화와 대륙간탄도미사일 재진입 기술 확보 등이 필요하다. 북한이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핵무기를 실전에 배치하기 위해서는 추가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정상 각도 시험발사 등을 해야만 한다. 하지만 이건 쉬운 일이 아니다. 국제사회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통해 북한의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등을 불법화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이 이러한 실험이나 시험발사 등을 실행하면 국제사회의 추가 제재를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무기 실전 배치를 위해 언젠가는 반드시 해야만 할 일이기도 하다. 관건은 그 ‘언제’가 올봄이냐 아니냐에 있다.
무인기 도발, 사이버 테러 가능성
북한 핵개발의 최종 목표는 국제사회로부터의 핵보유국으로 인정받는 것 또는 북·미 외교관계 수립일 것이다. 이 목표를 이루려면 미국을 핵 협상 테이블로 불러낼 수 있는 결정적인 압력수단을 남겨두어야 한다. 제2격 능력을 포함하는 핵 능력의 종국적인 완성이 그런 수단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따라서 북한은 핵실험 같은 잠재적 파괴력이 큰 도발 수단을 핵 협상을 위해서 유보해야 한다고 판단할 수 있다. 반면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정상 각도 발사는 매우 치명적인 도발이긴 해도, 과거 실행해본 적이 없으면서도 기술적으로 한 번은 반드시 실행해야 한다는 점에서 북한이 조만간 실행할 수 있는 도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미국 인도·태평양사령관은 태평양으로 날아오는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즉각 요격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북한은 3월 7일 김여정 담화를 통해 “태평양은 미국이나 일본의 영유권에 속하지 않는다”라고 반박하며 “미국 관할권에 속하지 않는 공해와 공역에서 진행되는 우리의 전략무기시험에 요격과 같은 군사적 대응이 따르는 경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대한 명백한 선전포고로 간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인도·태평양사령관이 언급한 요격 시도가 성공하려면 북한이 미사일을 고각 발사가 아닌 정상 각도나 정상 비슷한 각도로 발사해 미국 요격미사일 작전 범위에 들어가야 한다. 이를 고려할 때 미국 사령관의 언급이나 김여정의 담화는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정상 각도나 정상 발사와 유사한 각도 발사를 염두에 둔 것을 상정하고 나온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현재 한반도에 퍼져 있는 대립 분위기가 과거 행해진 단순한 미사일 발사 정도로 더욱 고조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하지만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정상 각도 발사라면 이건 다른 문제다. 특히 실험 성공으로 북한의 재진입 기술 확보가 확인된다면 그 충격파는 상당히 클 것이다.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직접 대상인 미국이 급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응이 격해지고 빨라지면, 그 결과로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가 급변하고 위기가 고조될 수 있다.

김승겸 합참의장(앞줄 왼쪽)이 3월 15일 한미 연합연습을 시행 중인 연합지상군 구성군사령부를 찾아 상황을 점검하고 장병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합동참모본부 제공)

다행스러운 건 올 4월에 한반도에서 그러한 일이 발생하기에는 국제정치 환경이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여전히 진행 중이고 미·중 경쟁도 격화되는 상황에서 북핵 문제는 미국의 최우선 관심사가 아닐 수밖에 없다. 이런 여건에서 북한은 도발 강도를 제한하면서 치명적인 도발 시도 시기를 봄 이후로 늦출 수 있다. 그 결과 올봄에는 대륙간탄도미사일 정상 각도 발사같이 미국을 자극하는 도발보다는 한국 기업이나 주요 기관에 대한 사이버 테러 같은 형태의 도발을 수행할 수도 있다. 직접적 효과는 막대하지만, 그 파급 효과는 주로 한국에 국한되기 때문이다.

올봄 한반도에 대립이 고조될 것은 자명하다. 그것이 제한된 대립일지 아니면 상당 수준까지 확대된(escalate) 심각한 대립일지는 북한의 결정과 한국 및 미국의 대응에 달려 있다. 당분간 남북관계가 경색되고 북·미관계도 진전이 없을 것이다. 북한이 미국의 조건 없는 대화 제의 및 한국의 담대한 구상 등에 대해 명백한 거부 의사를 표시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3월 한미 연합연습 이후에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미래 한반도에서 분위기 전환은 반드시 도래한다. 북한은 자신이 상정한 일정 수준의 핵 능력을 확보했다고 판단하는 시기에 미국을 협상 테이블로 불러들이려고 할 것이다. 그때가 되면 북한은 국제사회가 금지한 레드라인을 넘어서는 충격적인 도발을 시도할 수도 있는데, 그 시기는 미국의 정치적 변환기와 연계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여건을 볼 때 우리는 당분간 이어질 북한의 도발 상시화를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하지만, 도발 상시화에도 불구하고 적합한 대응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도발이 치명적인 수준까지 확대 상승하지 않도록 한반도 상황관리에 힘쓸 필요가 있다.

조 남 훈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