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Vol 1932022.11.

평화통일 공공외교

평화의 물결(Friedenswelle) 음악회

세계의 미항 독일 함부르크에
넘실대는 평화의 물결

2022년 10월 18일 저녁 어스름이 내리기 시작하자 독일 함부르크의 대표적 공연장인 라이스할레(Laeishalle)에 말끔한 정장 차림을 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평화의 물결(Friedenswelle)이라니 항구의 도시 함부르크에 제격인 음악회네요!”

이번 ‘평화의 물결’ 음악회 제목 아래는 ‘한국의 신예 음악회’라는 부제목이 달렸다. 주독일 함부르크 총영사관(총영사 정기홍)은 독일에서 주목받는 한국의 신예 음악인들을 초대해 정기적으로 무대를 마련해왔는데, 올해는 특별히 민주평통 북유럽협의회 함부르크분회(분회장 임혜정)와 협력해 ‘평화’를 주제로 한 음악회를 개최하기로 한 것이다. 한반도 평화통일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우리나라의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마련된 이번 음악회는 일찌감치 모든 표가 매진될 만큼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사람들의 관심과 열정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음악회에 앞서 정기홍 총영사는 한국 신예 음악인들과 자문위원들에게 격려를 전하며 “각자가 가진 재능과 역량으로 현지에서 대한민국을 알리고 전하는 민간 외교관이 돼달라”는 당부를 전했다. 이번 음악회는 아름다운 음악유산을 가진 두 나라에서 세계 평화와 한반도 통일을 향한 염원이 더욱 단단해지는 시간이었다.

공연을 마친 뒤 연주자, 함부르크 총영사, 함부르크분회 자문위원들과 함께한 모습
평화통일의 염원을 음악으로 수놓다
이번 ‘평화의 물결’ 음악회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작품은 작곡가 이현우 자문위원(함부르크분회)의 ‘목우사자’였다. ‘나무를 사자형상으로 깎았다’는 뜻의 ‘목우사자’는 6세기에 신라 이사부 장군이 전쟁을 피하기 위해 우산국(현 울릉도와 독도)의 해변에 목우사자를 내놓는 지혜를 발휘했던 역사의 한 장면을 내용으로 한다. 바닷가 사람들 특유의 투박하지만 순수한 마음과 배를 탄 사람들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바라는 소망, 한민족 특유의 멋스러움, 그리고 고요하지만 역동적인 동해 일출에 대한 감상을 음악으로 써 내려갔다. ‘목우사자’는 이 곡을 듣는 모든 이들이 전쟁이 아닌 평화를 염원하는 마음을 가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만들어진 곡이다. 이현우 작곡가는 “평화를 염원하며 작곡했다”는 글귀를 작곡가 노트로 공유하기도 했다. 그가 공연 한 시간 전까지 악보를 수정하고 다시 외우기를 반복했던 것은 단순한 음악에 대한 욕심 뿐 아니라 ‘평화의 물결’이라는 주제에 조금이라도 더 적합한 작품으로 만들겠다는 고집이었다.

고운 한복을 입고 무대에 오른 가야금 연주자 박진선 자문위원(프랑크푸르트분회)의 연주는 이번 음악회의 주제를 그대로 보여준 공연이었다. 잔잔하지만 역동적인 가야금산조의 흐름은 보채지는 않지만 분주한 발걸음으로 평화를 향해 여정을 떠나는 우리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했다. 그야말로 찬란하고 아름다운 한국의 음악유산을 만끽하는 시간이었다.

잔잔하지만 역동적인 가야금산조를 선보인
박진선 프랑크푸르트분회 자문위원

타악기 마림바를 연주하는
정은비 북유럽협의회 청년분과위원장

라벨(Ravel)과 브람스(Brahms)의 작품을
연주한 박진형 피아니스트,
손지은 바이올리니스트, 윤호현 첼리스트


인터미션(쉬는 시간) 동안 현지 독일인들은 두 악기의 향연을 통해 이색적이지만 따뜻한 울림을 경험한 시간이었다는 소감을 나눴다. 어떤 현지인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6세기 당시 우산국 해변에 앉아 음악을 듣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며, 평화와 통일을 사랑하는 자문위원들이 만들어낸 음악이기에 그 진정성이 더욱 와 닿았다고 말했다. 이어서 2부는 피아니스트 박진형, 피아니스트 김동빈, 바이올리니스트 손지은, 첼리스트 윤호현의 손끝에서 라벨(Ravel)과 브람스(Brahms)의 작품이 연주됐다. 한국뿐 아니라 독일 및 유럽 내 유수 콩쿠르를 석권한 젊은 연주자들의 깊이 있고 화려한 연주 실력은 클래식 음악 본고장 독일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특히 젊은 연주자들은 독일의 대표적인 음악가이자 ‘가을’ 하면 생각나는 작곡가인 브람스의 작품을 연주하며 현지인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훌륭한 연주가 성황리에 막을 내릴 수 있었던 것은 어느 한 사람만의 노력이 빚어낸 결과가 아니다. 연주자들이 연주를 준비하며 흘린 땀방울과 함께 이들이 최상의 조건에서 연주할 수 있도록 준비한 총영사관과 민주평통 함부르크분회의 노고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필자는 인상 깊은 공연을 보고 나면 다양한 형태로 그날을 기억하곤 한다. 때로는 그날의 바람결이, 때로는 공연장 근처의 풀냄새가 그날의 공연을 떠오르게 한다. 한반도의 평화통일에 대한 염원을 음악으로 수놓은 이번 ‘평화의 물결’ 음악회가 많은 사람의 기억 속에 오래도록 남아있기를 바란다. 어려운 여정이라고는 하나 포기할 수 없는 평화통일의 길을 다 함께 걸어 나가기를 희망한다.
정 은 비 민주평통 북유럽협의회 청년분과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