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Vol 1932022.11.

평화톡 통일톡

‘통일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청년 통일 공간 ‘다음역’

‘다음역’은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길거리 한복판에 자리 잡은 청년의 통일 공간이다. 다음세대와 청년세대를 통일세대로 세우는 플랫폼을 꿈꾸며 NGO 단체 이름도 ‘다음역’으로 정했다. ‘다음역’을 시작한 활동가들은 본래 중국과 러시아에 있는 탈북민들을 돕고 있었다. 그런데 코로나19가 확산된 2020년 초반부터 중국과 러시아에 들어갈 수 없게 됐다. 그때부터 한국에서 생활하는 탈북 청년에게 마음을 쏟게 됐고 한국 청년, 탈북 청년, 디아스포라(본토를 떠나 타국에서 살아가는 공동체) 청년을 통일의 주역으로 세우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서로의 다름을 보듬는 ‘다음역’
‘다음역’이 추구하는 목표는 심플하다. 첫째, 한국 청년, 탈북 청년, 디아스포라 청년이 만나 사귀고 친구가 되는 것이다. 둘째, 그들이 통일 리더십을 갖도록 훈련시키는 것이다. 셋째, 청년이 각자의 영역에서 통일을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통일운동의 주역이 되고 통일 생태계를 만들 수 있는 리더를 키우는 것이다.

위와 같은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다음역’은 ▲통일청년 리더십 코칭 ▲넥스트 코리아 포럼 ▲DMZ 탐방 프로그램 ▲해외 탐방 프로그램 ▲통일 영상 워크샵 ▲기타 교실 ▲장학 지원 등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 중 ‘통일청년 리더십 코칭’은 청년이 1년 동안 통일 리더십 훈련을 받는 프로젝트이다. 각자가 성품적·지적·사회적·신체적 영역에서 발전시킬 리스트를 만들고 그것을 이룰 수 있도록 코치들이 돕고 있다. 참여한 청년들은 여름이 되면 2주간 탐방 형식으로 해외로 나가 통일문제를 고민하고 돌아온다. 그런 후에 코치진의 도움을 받아 통일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만들고 수행한다. 더 나아가 스타트업으로 발전시킬 수 있도록 투자자들과 연결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청년세대를 위한 평화통일 공간 ‘다음역’ 전경

‘다음역’ 내부 카페에서 휴식을 즐기는 사람들


현재 ‘통일청년 리더십 코칭’에는 한국 청년 20명, 탈북 청년 15명, 디아스포라 청년 5명이 참여하고 있다. 한국 청년은 통일에 관심 있는 대학생부터 30대 후반까지 포진돼 있다. 탈북 청년은 중국을 통해서 제3국으로 들어온 청년과 러시아를 통해서 들어온 청년이다. 그들 중에는 중국에서 낳은 아이를 데리고 돌아온 탈북 대학생과 재일조선인 3세도 있다.

그들은 기성세대가 가진 통일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과 편견을 갖고 있지 않다. 그래서 금방 친구가 된다. 그리고 2~3년을 함께 리더십 코칭을 받다 보니 누가 한국 청년이고 탈북 청년인지를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호흡이 잘 맞는다. 한국 청년, 탈북 청년, 디아스포라 청년이 가족처럼 서로를 돕는 모습을 보면 ‘다음역’만큼은 이미 통일이 됐다는 착각이 들기도 한다.

무엇보다 ‘통일청년 리더십 코칭’을 통해 청년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볼 때 마치 자녀를 둔 아버지가 된 것 같은 뿌듯함을 느낀다. 코칭 프로젝트에 참여한 한 청년은 “리더십 코칭을 받을 때 통일 관련 책들을 읽고 지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며 “코칭을 함께 받으며 탈북 청년 한명 한명의 삶을 응원할 정도로 그들의 삶을 이해하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청년들은 리더십 코칭을 통해 전인적인 발전과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희망으로 통일의 대로를 열다
‘다음역’은 ‘넥스트 코리아 포럼’을 개최해 청년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그 포럼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가정, 종교의 7대 영역에서 통일한국을 이루기 위해서 전문가와 청년이 토론하는 열린 모임이다. 포럼에 참여한 청년은 명사들의 강의를 듣고 질문하며 각자의 자리에서 통일을 준비할 수 있음을 깨닫고 도전받는다. 그리고 통일에 기여할 수 있는 작은 실천을 시작한다.

남북 청년들이 합주하며 화합하는 기타 교실

‘다음역’에서 개최한 남북한 청년 통일토크쇼


한국의 기성세대가 통일을 여는 세대라면 청년세대는 통일을 실현하고 사는 세대가 될 것이다. 통일을 부정적으로 보는 청년이 많아지는 시기에 통일의 꿈을 꾸고 그 길을 걸어가는 청년이 있다는 것 자체가 소중하다. 중국의 문학가 루쉰은 그의 저서 『고향』에서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희망이란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 위에 난 길과 같다.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것이다.” 한반도 평화통일의 길도 희망과 닮아 있다. 소수지만 통일의 꿈을 꾸는 청년이 통일의 길을 내고 계속해서 걸어가다 보면 통일의 대로가 열릴 것이다. 결국에는 그 길을 통해서 많은 청년이 통일의 꿈을 꾸게 되고 실제 통일을 이뤄낼 것이다.

‘다음역’은 통일에 관심이 있는 청년이 만나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펌프질을 할 때 많은 물을 끌어올리기 위해 마중물을 붓는 것처럼 통일의 마중물 역할을 하고 싶다. 이를 위해 전국 각 도시에, 그리고 해외 각 도시에 ‘다음역’을 만들고 연결하는 꿈을 꾸고 있다. 각각의 ‘다음역 플랫폼’이 연결되고 성장하면 자연스럽게 통일의 길도 활짝 열릴 것이다. ‘다음역’에서 함께하는 청년은 통일을 준비하는 관점에서 보면 꼭 필요한 존재이다. ‘상상’에서 시작한 통일이 ‘현실’이 될 수 있도록 ‘다음역’은 계속해서 청년들을 찾고 모으고 도움을 주는 데 올인할 것이다.
임 재 환 숭실사이버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