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Vol 1932022.11.

김관용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

특별 인터뷰

“국민통합을 만들어가는
바다가 되어야 합니다”

10월 11일 김관용 前 경북도지사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에 임명됐다. 한반도에 군사적 위기가 고조되는 어려운 상황에서 민주평통의 평화통일 활동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김관용 수석부의장은 ‘현장’에 답이 있다며 국민과의 소통을 강조했다.

Q. 대통령께서 임명장을 수여하며 어떤 당부의 말씀을 하셨습니까?
자유민주주의에 기반한 평화통일을 국민과 함께 준비해 달라고 당부하셨습니다. 어려운 시기에 수석부의장을 맡게 돼 어깨가 무겁습니다. ‘물길을 잘 아는 노련한 뱃사공’처럼 국민과 함께 평화통일의 길로 노를 잘 저어가고 싶습니다. 기적은 갑자기 오는 것이 아닙니다. 준비하고 염원해야 통일의 기적이 올 수 있습니다.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구현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Q. 오랜 기간 자치단체장을 역임하셨습니다.
구미시장 3선, 경북도지사 3선 등 총 23년간 공직에 몸담으며 많은 성과들을 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결실 중 하나는 도지사 시절 도청을 옮긴 일입니다. 당시 어려움도 많았지만 도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추진했는데 이 모습에 많은 도민들이 높은 점수를 줬습니다. 평화통일 활동과 관련해서는 ‘코리아 실크로드 프로젝트’를 꼽고 싶어요. 이 사업을 통해 문화와 소통의 힘을 새삼 확인했습니다. 평화통일 공공외교에도 문화가 큰 역할을 할 수 있어요. 정치외교적 노력 뿐 아니라 소프트파워를 길러내는 일에 우리가 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Q. 평화통일을 위해서는 지방정부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지방정치는 지역주민의 삶을 돌보는 ‘생활정치’입니다. 평화통일 과정에서 큰 협상은 남북 당국이 해야겠지만 구체적인 실천의 문제, 삶의 문제는 지방정부가 나서야 합니다. 통일은 모든 국민의 삶과 직결되기 때문에 중앙뿐 아니라 지방의 이해와 요구도 함께 반영돼야 해요. 중앙과 지방은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항상 같이 가야 합니다.

그동안 많은 지자체에서 남북교류 사업을 추진해 왔는데 대부분 남북주민의 삶과 연계된 교류였어요. 중앙이 큰 방향성을 세우는 일을 한다면 지자체 교류는 남북 주민의 더 나은 살림살이를 만드는 데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저도 경북도지사를 하면서 산림녹화 사업 등 ‘북한판 새마을운동’을 추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어요. 향후 남북관계가 좋아지고 기회가 된다면 그러한 일을 꼭 해보고 싶습니다.

“국민 속에 답이 있습니다”

Q. 경북도지사 시절 별명이 ‘DRD’였다고 들었습니다.
일단 결정이 되면 전차처럼 들이대는 자세로 일을 추진해서 별명이 ‘드리대(DRD)’였습니다. 도정을 운영하면서 어려운 일들이 참 많았는데, 그때마다 “일단 무턱대고 들이대 보자”란 각오로 일을 추진했어요. 물론 과정에서는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수렴하며 최대한 신중을 기해야 하지만, 일단 결정이 나면 결단력 있게 일을 추진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려워 보여도 도전하니 또 길이 보이더라고요.
Q. 제20기 민주평통을 어떻게 이끌어나갈 계획이십니까?
혼자 가면 단순한 길이지만 함께 가면 역사가 됩니다. 민주평통은 역사를 만드는 조직입니다. 민주평통은 헌법기관으로서 자유민주주의에 기반해 통일의 길을 열어가는 막중한 사명을 가지고 있어요.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행동하는 민주평통’이 돼야 합니다. 국민 속으로 직접 들어가서 국민과 함께 가야 하는 거죠.

저는 학교 교사로서, 공직자로서 현장에서 일생을 보내면서 늘 현장을 강조했습니다. 문제가 현장에 있으면 답도 현장에 있기 때문이죠. 직원들에게도 사무실에 출근하지 말고 현장으로 들어가 부딪히면서 결과를 가져오라고 강조했어요. 현장에 살고 있는 국민에게 물어야 제대로 된 정책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민주평통 활동도 반드시 현장 속으로, 국민 속으로 더 들어가야 합니다.
Q. 현장에 기반한 평화통일활동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민주평통은 대단한 조직입니다. 국내뿐 아니라 세계 131개 국가에 자문위원이 있습니다. 그런데 사무처 조직은 이에 비해 매우 취약합니다. 사무처 조직과 자문회의 조직을 강화하면서 현장 활동을 뒷받침할 필요가 있습니다.

민주평통 활동도 현장의 살아 있는 싱싱하고 따끈따끈한 여론을 모으면서 그 속에서 실천 가능성을 찾아야 합니다. 이제는 껍질을 벗고 새롭게 도전해야 해요. 저도 지역을 많이 다니려 합니다. 생각이 다른 분들도 만나고 때로는 야단도 맞으면서 두발로 현장을 뛰겠습니다. 통일정책이 살아서 움직일 수 있는 해답을 현장에서 찾겠습니다. 자문위원 여러분, 제가 곧 찾아뵙겠습니다!

“국민통합은 대화와 소통에서부터”

Q. 통일 문제를 둘러싸고 남북 갈등 못지않게 우리 사회 내부의 갈등도 심각합니다.
갈등이 없는 사회는 발전이 없습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갈등이 있을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대북· 통일 문제는 다른 영역에 비해 이분법적, 이념적 접근이 심합니다.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묻어두는 것이 아니라 표출해서 풀어야 합니다. 서로 인정하면서 상처를 치유하는 것에서부터 갈등 해결이 시작됩니다. 이를 위해서는 두려움 없이 서로 부딪히고 만나야 합니다.

민주평통은 자문위원을 여야가 함께 추천하기 때문에 구성에서부터 통합의 성격이 있어요. 남남대화를 가장 잘 할 수 있는 조직입니다. 제가 취임식에서 민주평통의 역할로 강조한 것 중 하나가 바로 ‘해불양수(海不讓水)’입니다. ‘바다는 어떤 물도 사양하지 않는다’는 뜻인데요. 저는 민주평통이 바로 이처럼 국내외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국민통합을 만들어가는 바다, 대양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자문위원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자문위원 한분 한분이 수석부의장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발현해 나가야 합니다. 이념과 정파, 세대와 계층을 초월해 통일의 에너지를 하나로 모아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민주평통의 활동은 자문위원에 의해 결정된다고 볼 수 있어요. 국민과 가까이 있는 자문위원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통일을 위해 선도적인 역할을 할 때 평화통일의 길도 열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131개 국가에서 활동하는 해외자문위원은 대한민국과 세계를 연결하는 중심적 역할을 하고 있어요. 이분들은 조국에 대한 사랑과 헌신으로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 기여해 왔고, 대한민국의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중심에 있습니다. 이제는 이를 바탕으로 조국의 평화통일에도 큰 역할을 해주시기를 기대합니다.

김관용 수석부의장이 인터뷰를 진행한 김희영 상임위원과 대담을 하고 있다.

“각자 위치에서 제 역할 하며
통일의 길 만들어야”

Q. 윤석열 정부는 ‘담대한 구상’을 통해 비핵화를 하고 남북관계를 정상화하겠다는 구상을 밝혔습니다.
‘담대한 구상’은 비핵·평화·번영을 위한 대북 제안입니다. 북한의 실질적인 비핵화로 나오면 획기적인 지원과 협력을 하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선 비핵화보다는 비핵화 단계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구체적이고, 경제적 조치와 함께 정치, 군사적 조치도 함께 제시하고 있어 포괄적입니다.

북한이 핵무력 정책을 법제화하고 실전 훈련까지 하고 있어 당장 실천에 옮기기에는 어려움이 있지만 지속적으로 준비하고 기다리고 인내하면서 실현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Q. 최근 북한이 핵무력 정책을 법제화하고 도발 수위를 높이는 등 한반도의 군사적 위기가 엄중합니다.
저도 수석부의장으로서 한반도의 위기 상황에 큰 책임과 부담을 가집니다. 민주평통은 각 분야 전문가들이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만큼 전문가를 비롯해 국민의 의견을 폭넓게 들으면서 그 방법을 찾아 나가려 합니다.

위기를 극복하는 힘은 우리 내부에서부터 나옵니다. 어려울수록 우리가 먼저 힘을 모아야 합니다. 나라는 나라대로 국민은 국민대로 제 역할을 하면서 통합의 길, 통일의 길을 만들어 가야 합니다.
Q. 끝으로 국민과 자문위원께 전하고 싶은 메시지 부탁드립니다.
“역사를 배우는 것은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현재의 시련을 발전의 동력으로 삼고 지혜롭게 넘어서야 합니다. 국민과 자문위원 여러분의 생각과 판단이 대한민국의 운명을 결정합니다. 내가 통일을 여는 사람이라는 생각으로 국민과 자문위원 여러분도 함께 나서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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