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Vol 2022023.08.

창작뮤지컬 ‘외딴섬’ 한 장면.

예술로 평화

극단 라파 창작뮤지컬 ‘외딴섬(자유의 땅을 찾아서)’

고난의 땅 북한을 탈출한 탈북민들
대한민국은 또 다른 ‘외딴섬’ 아닐까?

MZ세대에게 남북 분단의 문제와 탈북민들의 상황을 이해시키고, 통일의 화두를 논쟁의 중심에 서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런 고민 속에 만들어진 창작 뮤지컬 ‘외딴섬(제작총괄 김주현·연출 홍정민)’ 공연이 5월 3일과 4일 국민대 예술관 대극장과 20일 서울 종로구 새문안교회 언더우드홀에서 막을 올렸다.

뮤지컬 외딴섬은 북한 주민의 실상과 탈북 과정에서 겪게 되는 다양한 사건들, 그리고 대한민국의 품에 안기어 살아가고자 하는 탈북민들의 내재된 감정과 그들의 희망을 이해할 수 있게 하는 작품이다. 국민대 한반도미래연구원이 기존 통일교육 방식인 이론과 강의(토론)식 교육에서 벗어나 새로운 교육방식의 하나로 2015년에 만든 것이 바로 이 뮤지컬이다.

기존 통일교육은 무겁고, 딱딱하고, 재미없고, 그리고 정권에 따라 바뀌는 교육이라는 부정적인 평가를 받아왔다. 통일뮤지컬 사업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면서 민족 구성원으로서의 동질성 강조와 세계시민으로서의 다양성 인정이라는 관용의 자세를 함양시키기 위해 문화예술적인 측면에서 고안된 통일교육 프로그램이다.

“대한민국에서 임대아파트라는 또 다른
‘외딴섬’에 고립된 탈북민들
그들에게 과연 우리는 무엇을 해줬을까?
그들이 그토록 오고 싶어 했던 대한민국은 정말
그들이 바라던 세상일까?”


“남한 주민과 탈북민, 과연 통합할 수 있을까?”
뮤지컬 외딴섬은 대한민국이라는 치열한 경쟁 사회 속에서 ‘우리는 사람과의 관계와 만남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게 한다. ‘나’와 ‘너’라는 이분법적인 사고에 익숙한 요즘 세대들에게 ‘남측(남한)’과 ‘북측(북한)’은 원래부터 다른 것이면서 지금처럼 분리돼 있는 상태가 자연스러운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들의 기준으로 볼 때 태어났을 때부터 분단 상황이었고, 지금의 분단 상황이 당연한 상태이니 굳이 하나로 된다는 것을 생각하기도 싫고, 또한 그러한 생각을 할 시간도, 여유도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성 즉, 상호작용을 강조한 측면에서 마주하면, 나와 같은 인간임에도 불구하고 기본권, 자유권을 누리지 못하는 점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만든다. 또 역사적으로는 하나였는데 지금은 접근조차 할 수 없는 상태에 대한 의문이 생성되고, 만남조차 허락되지 않는 비현실적인 한반도의 현실을 마주하는 단계까지 도달한다.

뮤지컬 기획 취지에 대한 김주현 국민대 한반도미래연구원 초대 원장의 설명이다.

“북한이탈주민은 누구이며, 그들은 왜 나타나게 되었는가,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3만3000여 명의 북한이탈주민은 과연 행복한가, 남한 주민과 북한이탈주민이 함께 살고 있는 현재의 ‘작은 통일 실험장’은 추후 ‘큰 통일의 장’으로 확장됐을 때 과연 마음의 통합이 이루어진 상태로 성공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의식을 심어주기 위해 제작하게 됐다.”

중국인 아버지와 북한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무국적 탈북민 2세가 밀항선을 탄 사연을 얘기하는 장면.

외딴섬에 고립됐다가 탈출해 우리나라에서
어부(선장)로 살고 있는 극본의 실제 주인공 이현 씨.

뮤지컬 외딴섬 줄거리를 간략하게 소개하면 이렇다. 기회의 땅, 희망의 땅이라고 여겨지는 대한민국에 안착하기 위해 밀항선을 탄 5명의 탈북민, 그리고 1명의 무국적 탈북민 2세는 브로커에게 속아서 어디인지 알 수 없는 어느 무인도에 버려진다. 다들 대한민국 땅일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부푼 꿈을 꾸지만 실은 북한지역 어느 외딴섬이다.

섬에 갇힌 이들은 구조를 요청하면 공안에 붙잡히고, 다른 한편으로는 기아에 허덕이며, 또 함께 탈북한 서로를 의심하면서 생존의 방안을 모색한다. 북한에서의 고난을 견디지 못해 탈출했지만 무인도에서 또 다른 어려움에 처한 이들은 남한(남조선)은 같은 민족이기 때문에 따뜻하게 맞이해줄 것이라는 그 믿음 하나로 버틴다.

무대는 단출하다. 신문지를 무대 위에 둥글게 깔아 외딴섬을 표현했고, 신문지가 발라진 박스 몇 개가 전부다. 등장인물은 어린 딸(김소희 분)과 아빠(김선용 분), 아줌마(김다경 분), 평양녀(이유진 분), 청년(서호준 분), 중국 아들(김우진 분) 등 6명.

극본은 탈북민들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썼다. 작품을 보는 남한 사람들에게 탈북민의 애환을 이해시키고, 탈북민 당사자들에게는 마음의 치유를 얻게 하고자 했다. 또 탈북민들도 우리와 다르지 않은 사람이라는 것, 같은 민족이라는 것에 공감하게 하고, 그들의 아픔을 이해하면서 그 아픔이 개개인의 것이 아닌 우리 민족 모두의 문제라는 것을 일깨워주고자 했다.

여 현 철 국민대 교양대학 교수
(한반도미래연구원 부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