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Vol 2022023.08.

평화통일 창

북한 주민 여름 피서지와 여름철 음식

평양 유원지에서 백두산 계곡까지 다양한 휴양지
냉면 · 냉국 · 냉채로 더위 탈출

여름휴가의 계절, 7~8월이면 남한의 전국 곳곳의 해수욕장과 계곡에는 피서객들로 넘쳐난다.
북한은 어떨까. 북한 주민들이 많이 찾는 여름 휴양지와 여름철 음식 등 북한의 ‘여름나기’를 소개한다.

김정은 체제 등장 이후 북한 주민들의 여행이나 관광이 좀 더 자유로워졌다. 집단적인 관광도 이전보다 많아졌지만, 가족 단위 혹은 개인별로 관광하는 사례가 눈에 띄게 늘었다. 특별한 경우지만, 백두산 인근 양강도 혜산시 주민들이 원산 근처 마식령 스키장을 이용하기 위해 삼지연 비행장을 이용한 경우도 있다고 내부 주민들은 전한다. 북한 주민들이 여름철 자주 찾는 피서지는 지역별로 다양하다. 평양에는 릉라인민유원지, 류경원, 인민야외빙상장, 문수물놀이장, 만경대유희장, 대성산유희장 등이 있고, 평안남도 양덕온천문화휴양지, 평안북도 묘향산, 강원도 금강산과 송도원국제소년단야영소, 송도원해수욕장, 함경남도 마전해수욕장, 함경북도 칠보산, 내칠보, 외칠보, 해칠보 등이 유명하다.

“말 타고 달리다 보면 더위 떨궈버린 느낌”
양강도는 한반도에서 제일 높은 백두산을 품고 있어 북한에서 가장 손꼽히는 피서지다. 여름철이면 양강도 삼지연시, 대홍단군, 보천군 등은 전국 각지에서 몰려 온 단체관광객들과 해외 관광객들로 붐빈다. 또 이곳은 삼수발전소, 영웅청년발전소, 원봉저수지 등 큰 댐이 있어 지역 주민들이 자유롭게 피서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다. 압록강을 따라 중국과 인접한 자강도는 대부분의 지역이 깊은 숲과 계곡으로 형성돼 있어 굳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피서지가 많다.

북한 주민들의 여름나기는 북한의 조직적인 시스템과 개인 경제활동 등의 이유로 한국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다. 사회와 집단을 위한 공적인 일에 성과를 낸 주민들이 의무적으로 가는 관광은 평양과 백두산, 묘향산, 금강산, 칠보산, 왕재산 등으로 한정됐다가 최근에는 양덕온천문화휴양지와 마식령스키장, 릉라인민유원지 등 2020년대 들어 준공된 휴양명소들도 갈 수 있게 됐다.

양덕온천문화휴양지는 명칭 그대로 휴양명소답게 피서철 주민들이 즐겨 찾는 장소다. 실내와 야외 온천장에는 개별온천욕실, 가족온천욕실, 온천치료욕실, 대중안마실, 개별안마실, 한증탕 등은 물론이고 실내골프장과 헬스장, 승마장까지 갖춰져 있어 관광객들의 선호도가 높은 곳이다. “온천을 하고 승마장에서 말을 타고 달리다 보면 더위는 어느덧 저 멀리 뒤에 떨궈버린 느낌”이라는 북한 주민의 이야기가 귓전에 맴돈다.

여름철 휴가지에서 더위를 잊게 할 만큼 맛있는 음식을 빼놓을 없다. 더위에는 당연히 시원한 아이스크림이 생각나겠지만, 북한 주민들의 대중적 사랑을 받는 음식으로는 평양냉면과 감자녹말로 만든 냉면이 단연 첫자리를 차지한다.

평양지역 특산음식인 평양냉면은 평양을 방문한 관광객은 의무적으로 먹어야 할 정도로 유명하다. 평양냉면은 동치미를 섞은 고깃국물로 맛을 낸 차가운 메밀국수다. 평양 관광 일정 중 평양냉면으로 가장 유명한 ‘옥류관’은 반드시 거쳐야 하는 코스로 자리 잡았다.

평양에서 평양냉면을 먹는다면 지방에서는 감자녹말로 만든 냉면이 인기가 높다. 평양냉면만큼 유명한 함흥지역 특산음식인 함흥냉면이 바로 감자녹말로 만든 국수로, 함흥시 ‘신흥관’이 유명하다. 양강도에서는 가정마다 감자녹말 50kg 이상을 마련해놓고 여름에는 냉면으로, 겨울에는 온면으로 즐겨 먹는다.

오이냉국이나 미역냉국, 참나물김치, 콩나물김치를 곁들인 냉면도 북한에서 여름철 즐겨 먹는 음식들이다. 북한말로 ‘쩡하다’고 표현할 정도로 시원한 냉국에 국수를 말아 먹으면 더위가 금세 사라진다. 최근에는 과일과 채소를 활용한 냉채도 인기 만점이다. 도시나 농촌이나 어디서든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냉채는 재료에 따라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냉채의 한두 가지를 소개한다면, ‘과일 잣즙 랭채’와 ‘채소 잣즙 랭채’가 대표적이다. 과일 잣즙 랭채는 사과, 수박, 딸기, 토마토, 참외 등과 같은 과일을 채 썰고 잣으로 만든 스프를 뿌려서 먹는 것인데 얼음을 갈아서 섞어 먹으면 정말 시원하다. 가격도 저렴하고 어디서든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채소 잣즙 랭채는 비타민이 풍부한 오이나 토마토, 그리고 한두 숟가락 정도의 잣이 있으면 만들 수 있어 서민층에서 인기가 많다. 더위를 식히는 데 오미자 냉차, 백두산들쭉 냉차 등 후식으로 먹을 수 있는 냉차도 여행지에서의 인기 메뉴에 속한다.

북한 여름나기? ‘천렵’이 최고지
북한 주민들의 여름나기에 ‘천렵(川獵, 고기잡이)’은 빠질 수 없는 일정 중의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강이나 냇가를 찾아 시원한 물에 발을 담그고 민물고기를 잡아 어죽을 쑤어 먹으면 ‘이열치열’이 따로 없다. 천렵지에서는 어죽도 인기지만 이가 시릴 정도로 찬 냉수를 부어 먹는 속성국수도 인기다. 물의 온도에 따라 25분에서 40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 이 음식은 국수가 담겨 있는 컵에 물을 부어놓고 양념을 넣으면 완성되는 초간단 식품이다. 야외활동이 많은 북한 주민들에게는 더없이 간편하고 여름철 한 끼로도 딱 좋은 식품이어서 남녀노소 모두 좋아한다.

언제쯤 북한 산천의 시원한 숲과 계곡에서 더위를 피하고 평양냉명과 함흥냉면, 양강도 감자녹말 국수에 냉채를 먹으며 시원한 여름을 보낼 수 있을까. 부디 하루라도 그날이 빨리 오기를 빈다.

강 미 진 엔케이투자개발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