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Vol 2022023.08.

7월 27일 서울 중구 소공동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와 국방대가 공동 주최한
‘제34차 남북관계 전문가 토론회’가 ‘정전협정·한미동맹 70주년 비핵 · 평화 · 번영의 한반도를 향한 새로운 도약’이라는 대주제로 열렸다. (지호영 기자)

이달의 현장


제34차 남북관계 전문가 토론회

정전협정·한미동맹 70주년
‘비핵·평화·번영의 한반도’를 향한 새로운 도약

주한미군 역할, 북핵문제 해법 등
한반도 미래비전과 국제협력 방안 제시

1953년 7월 27일, 국제연합군 총사령관과 북한군 최고사령관 및 중공인민지원군 사령원 사이에 한국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이 체결됐다. 북한이 일으킨 6·25전쟁을 일시적으로 중단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남과 북이 아직까지 종전을 선언한 적도, 평화협정을 맺은 적도 없으니 여전히 전쟁 중인 셈이다.

그로부터 정확히 70년이 지난 7월 27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와 국방대학교 국가안전보장문제연구소가 공동으로 주최한 제34차 남북관계 전문가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 주제는 정전협정·한미동맹 70주년 ‘비핵·평화·번영의 한반도’를 향한 새로운 도약. 토론회에 참여한 통일·안보 분야 전문가들은 정전체제 70년을 평가하는 한편, 한미동맹 70주년의 의미와 성과를 되돌아보면서 비핵·평화·번영의 한반도를 만들기 위한 실질적인 정책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토론회에 앞서 석동현 민주평통 사무처장은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한 굳건한 안보 토대 위에서 ‘힘 있는 평화’를 이룩해왔다. 동시에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이 가능할 만큼 경제적으로 발전했다”며 “정전협정·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앞으로도 우리 모두 의기투합해 강한 대한민국을 만들어가자”고 당부했다.

박영준 국방대 국가안전보장문제연구소 소장은 개회사에서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동시에 평화통일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에서 민주평통과 국방대가 한미동맹·정전협정 70주년을 맞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전문가의 중지를 모아 토론회를 개최한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정전협정 이행 위한 실질적 담보 필요
이어 기조연설을 맡은 김관용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이 6·25전쟁 이후 대한민국의 70년 경제·외교 발전사를 요약하며 통일을 이뤄내자고 말하자 장내에 박수가 터졌다.

“미·중 전략경쟁 심화, 우크라이나전쟁 장기화, 경제안보 위기, 기후변화 등 복합위기가 펼쳐지는 가운데 북한의 핵 고도화로 한반도 불안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구국의 결단을 내려 자유와 연대의 협력외교에 나선 것은 고무적인 일입니다. 정전협정·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국민의 통일 의지를 모아 한반도 평화를 이뤄봅시다.”

석동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은 개회사에서 “정전협정·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앞으로도 우리 모두 의기투합해 강한 대한민국을 만들어가자”고
당부했다. (지호영 기자)

토론회는 정전협정 70주년과 ‘비핵·평화·번영의 한반도’를 위한 미래비전을 논의하는 1세션과 한미동맹 70주년과 ‘비핵·평화·번영의 한반도’를 위한 국제협력을 토론하는 2세션으로 나눠 각 세션별 참여 전문가들 주제발제 뒤 토론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제1세션 사회는 조윤영 중앙대 교수가 맡았다. ‘정전체제 70년의 의미와 평가’를 주제로 발제를 맡은 손경호 국방대 교수는 “정전체제가 한반도의 질서를 70년 동안 규정해왔다. 평화협정으로 결론을 맺지 못하고 정전에 머무른 것이 6·25전쟁 특징 중 하나”라면서 “남북 간 신뢰를 꾸준히 구축하는 것이 앞으로 남북관계가 지향해야 할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두 번째 발제자인 도경옥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전협정의 법적 쟁점과 우리의 과제를 진단했다. 그는 “6·25전쟁의 성격이 복잡한 탓에 정전협정은 체결 시점부터 다양한 법적 문제를 내포하고 있었고, 여기에 정전체제가 70년간 지속되면서 법적 혼란이 가중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전체제 주요 법적 쟁점으로 △정전협정 당사자 혼란 문제 △정전협정과 6·25전쟁 종료 여부 문제 △정전협정의 효력 문제 △유엔사의 군사분계선 통과 및 비무장지대(DMZ) 출입 허가권 범위 문제 등을 꼽았다. 도 교수는 “정전협정 체결 후 오랜 기간이 흐른 만큼 법리적 타당성보다는 평화 보장 확보와 같은 현실적인 요소를 중시해야 한다”며 “이행 기구, 이행 확인·감독 기구, 분쟁 해결 제도 등 이행을 실질적으로 담보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확립함으로써 합의의 이행·준수를 제고하고 지속성을 담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관용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기조연설에서 “국민의 통일 의지를 모아 한반도 평화를 이뤄보자”고 말했다. (지호영 기자)

세 번째 발제자로 나선 안경모 국방대 교수는 주한미군 문제를 중심으로 ‘정전체제에 대한 북한의 입장과 우리의 과제’를 진단했다. 안 교수의 발표에 따르면 북한은 냉전기인 1950~1960년대 주한미군 철수론을 제기했다. 그러다 1970~1980년대 북미·평화협정을 통한 주한미군 철수론을 체계화·공식화했다. 탈냉전기인 1992년 1월에 들어서는 ‘주한미군 용인론’을 최초로 제기했고, 1997년 주한미군 용인론에서 ‘주한미군 철수론’으로 입장을 회귀했다. 2000년대 이후 김정일 정권과 김정은 정권은 미군을 ‘안정자(Stabilizer)’로 인식하며 주한미군 용인론을 내세웠다.

한국 국력 신장, 동북아 안보 안정화 기여
안 교수는 이에 대해 “윤석열 정부는 한미동맹을 한 단계 격상하고 양국 간 신뢰와 유대를 강화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왔는데 한미동맹의 핵심은 바로 주한미군”이라며 “주한미군 용인론이 남한뿐만 아니라 북한에도 이익이 되게끔 만들 방법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한미군의 성격을 ‘균형자(Balancer)’에서 ‘안정자’로 바꾸는 것을 하나의 해법으로 제시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황지환 서울시립대 교수는 “그동안 정전체제를 해체하고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자는 구상이 주기적으로 언급됐지만 종종 현실화되기 어려운 이상론으로 흘러갔다”면서 “한반도 주변 동북아시아의 현재 질서를 고려할 때 이상론보다는 조금 더 낮은 단계의 구상이 현실성이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정전협정 70주년과 ‘비핵·평화·번영의 한반도’를 위한 미래비전을 주제로 토론하는 황지환 서울시립대 교수, 안경모 국방대 교수, 손경호 국방대 교수,
조윤영 중앙대 교수, 도경옥 충남대 교수, 이규창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호령 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사진 왼쪽부터). (지호영 기자)

이규창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앞서 ‘정전협정의 법적 쟁점과 우리의 과제’ 발제자가 언급한 한국이 정전협정의 당사자라고 주장한 데 의견을 같이했다. 그러면서 DMZ 평화적 이용 정책 추진의 핵심으로 유엔사와의 관계를 언급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DMZ 평화적 이용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선 우리나라가 DMZ에 대한 입법관할권뿐만 아니라 집행관할권을 실효적으로 행사하는 게 바람직하다”면서 “이를 위해 유엔사로부터 DMZ 관할권을 이양받는 것이 필요하지만, 정전협정에 의해 유엔사가 DMZ 관할권을 행사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만큼 우리나라가 DMZ 관할권을 가져오기까지 단계별 전략을 마련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법·제도를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호령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비핵·평화·번영의 한반도를 만들어가는 데 가장 큰 난제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은 김정은 체제와 북핵을 동일시하고 있기에 비핵화 협상이 개시되더라도 그 가능성과 신뢰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이 책임연구위원은 “비핵·평화·번영은 최종 단계 목표다. 첫 단계와 중간 단계에서부터 비핵·평화·번영을 이루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비핵·평화·번영의 선순환이 어느 시점부터 가능한지 계산해볼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제2세션에서는 박영준 소장이 토론을 이끌었다. 첫 발제자로 나선 정성윤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한미동맹 70주년의 의미와 성과’에 대해 발표하면서 한미동맹의 성과 세 가지를 꼽았다. 한국 국력의 신장과 한반도에서의 전쟁 억제, 그리고 동북아의 안보 안정화 기여다.

“향후 한미동맹 더욱 강화될 것”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한반도 위기관리와 한미동맹의 과제’를 발표했다. 그는 “2010년대 이후 북한 핵문제가 한반도 안보의 핵심 저해 요인으로 떠오르면서 한미동맹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며 “한반도의 위기관리는 단순히 북한으로부터의 위협만을 억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인도·태평양 지역 갈등이 한반도로 전이되거나 다른 지역에서의 분쟁이 한반도 위기와 연계될 가능성을 크다”고 강조했다.

세 번째 발제자로 참여한 김재천 서강대 교수는 ‘국제 정치 질서의 재편과 한미동맹의 도전 및 과제’를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미국의 경제·안보 정책이 주로 의회의 법안으로 만들어지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미국 국무부(DOS), 미국 상무부(DOC), 미국 의회 양원 등에서 의견 조율이 잘 이뤄지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한국의 경제안보비서실은 미국 NSC의 카운터파트 외에도 미국 측 접촉을 넓혀 한국의 입장을 더 알리고 관철시켜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경제·안보 영역에서 한미동맹 균형이 균열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정책 조율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미동맹 70주년과 ‘비핵 · 평화 · 번영의 한반도’를 위한 국제협력을 주제로 토론하는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김재천 서강대 교수,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 박영준 국방대 국가안전보장문제연구소장, 정성윤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유상범 국방대 교수,
최우선 국립외교원 교수(사진 왼쪽부터). (지호영 기자)

토론자로 참석한 유상범 국방대 교수는 발제자 정성윤 연구위원의 한미동맹 70년의 성과에 공감을 표했다. 그는 “최근 한미동맹을 글로벌 포괄적 전략 동맹으로 삼고, 북한의 핵 위협 대응을 위한 한미 정상의 ‘워싱턴 선언’과 한미 확장억제 협의체인 핵협의그룹(NCG)을 통한 핵 기반 동맹으로 발전시킨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한미동맹은 70주년을 맞이하는 만큼 그동안 달라진 국제정세와 남북 역학관계 등 한반도와 지역을 둘러싼 안보환경 변화를 종합적으로 반영해 새롭게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시대와 환경의 변화를 고려하면서 이에 따라 현실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보완·발전되고 있는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우선 국립외교원 교수는 향후 한미동맹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북한은 한국에 대한 카운터 포스(Counterforce·선제 핵공격 무기)를 완성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며 “협상을 통한 북핵 문제 해결 가능성은 매우 낮은 만큼 한미는 억제 중심의 대북정책을 추진하면서 확장억제를 위한 협력을 강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